그러나 숙희는 남편이 화를 내니 엉겹결에 말하겠다 하고는 말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말문이 막혀서 서러운 울음소리만 냈다.
'내가 알고자 하는, 제레미에게 해 준 작업이 물거품이 됐다는 것에 대해서는 말을 안 하는군! 작업을 잘 해주었는데, 며칠 안 가서 샷 다운되었다면, 이 사람을 가만 놔두겠나?'
'제프 드미트리는 이제 20년 형을 받을 거다 라는 말은 왜 그리 반복하는 거야.'
'그리고 헬기사고로 죽은 클로버 코포레이숀 회장이란 이가 정신적 지주였다면서 왜 장례식에 안 간 거야.'
운진은 그의 품에 안겨서 우는 숙희의 머리와 어깨 그리고 몸을 훑어봤다. '내가 병원에 누워있는 동안 어디에 가 있었지만 치사한 짓은 없었다아... 참 나아...'
운진은 가만히 엎드려 있는 숙희를 확 밀어버리고 싶은 충동을 몇번이나 참았는지.
그래서 그는 화장실 가는 척 하며 몸을 뺐다.
숙희는 빈 공간 만큼만 움직여서 소파에 엎드렸다.
회계사 아담에 대해서는 정말 남편에게 말할 수 없었다. 그가 숙희의 자금을 관리해 주고 있으며 운진과의 결혼 직전까지만 해도 메릴랜드에서 마지막 섹스를 가진 사내이다. 돈을 한 데로 모으는 작업을 하라 하기 위해서 만났는데, 섹스를 요구하는 바람에 그의 사무실에서 즉흥적인 성교를 가졌다.
그런데 알트가 끝끝내 제레미에게 주었던 라인 어브 크레딧을 동결시키고 그의 회사를 거저 먹으려 들고 있으니 천상 아담을 또 만나서 돈을 움직여서 제레미를 도와야 하는데...
과연 아담이 맨입에 순순히 행할지.
게다가 이젠 개리가 눈치채서 그녀는 아담더러 돈을 가만 놔두라고 해야 했다.
'다아 내가 뿌려놓은 습관들이야. 말해 뭣 해...'
'천상 제프의 돈을 사용해야 하나.'
운진은 숙희가 엎드려 있는 소파로 돌아가지않았다.
그는 바로 신을 찾아 신었다.
"자기, 어디 가!" 숙희가 알아듣고 기절할듯이 놀라며 운진에게로 달려왔다.
운진은 팔을 뿌리쳤다. "놔!"
운진은 그 밤으로 나가서 경찰서로 갔다. 그리고 왜 미행을 당하는지 밝혀주지 않으면 변호사를 동원해서라도 개인 생활 침해로 맞서겠다고 표했다.
한참을 기다린 후에 담당이라면서 운진의 눈에 익은 흑인 남자 한명과 처음 대하는 백인 남자 한명 그렇게 두 명이 운진이 앉아있는 대기실로 들어왔다.
그들은 보기에도 육중한 서류철을 데스크 위에 조심히 내려놓았다.
운진은 저도 모르게 그들 너머의 벽시계를 봤다.
밤 새로 한시.
그런데 아내에게서는 찾는 전화 한통 없다.
흑인 경찰이 미리 언질하지 않고 미행부터 해야 한 것에 대해 사과했다.
백인 경찰이 그 이유를 간략히 설명했다.
'당신을 습격한 자 또는 자들이 그 동양인들인 줄 알았고, 또 그렇게 볼 수 밖에 없었는데. 일단 용의자가 밝혀졌는데도 익명으로부터 현상금이 불어나는 것을 주시하고 있다' 라고.
그리고 그들이 펼친 바인더에서 운진을 깜짝 놀라게 하는 것들이 나왔다.
바로 숙희가 여기저기 여러 다른 남자들과 같이 있는 것을 스냎 사진으로 찍어 모아놓은 것들.
[당신 부인은... 우리가 관여할 일은 아니지만... 부정직한 아내인 것 같소.]
[밤이건 낮이건 당신의 아내는 숱한 남자들을 만나고 다녔소.]
형사 둘이 번갈아 말했다.
그리고 운진에게 어떤 명단이 넘어왔다.
운진은 맨 위에 적힌 아써 월레스(Arthur Wallace)란 이름을 처음 대하는 것이다.
랠프 미거. 제프 드리트리, 애담 갠지스 그리고 제레미 코이네로 이어지는 명단이 마치 무슨 순서라도 되는 양, 운진의 눈에 인물들이 일렬로 정렬된 상상이 보였다.
"Who are these people? (이 사람들이 누굽니까?)" 운진은 시침떼고 물었다.
"Her men. (그녀의 남자들.)"
"What are they doing? (그들은 뭘 하오?)"
"So far..."
백인 형사가 말하면서 흑인 형사를 봤다. "Money laundering. (돈 세탁.)"
운진은 고개를 끄떡였다. 그걸 개린가가 조사하려고 그 여잘 잡아 가뒀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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