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뚱한 회사 인수
'공판에 증인으로 못 나가면 제프가 당연히 풀려난다고 아는 이 이의 속이 정말 어디까지일까?'
숙희는 지하실로 내려가 버린 남편이 슬슬 두려워진다. '나더러 어느 쪽이냐니. 제프가 풀려나오길 바라느냐 형을 제대로 받고 정식 구류를 살기 원하느냐 둘 중에 하나라고.'
'심지어 생필품도 사러 못 나가게 센서에서 이십 야드를 못 벗어나는데. 제프의 공판에 참석할 수 있도록 그 날 하루만이라도 해금시켜 달라 하란 말이잖아.'
당신은 제프가 풀려나기를 바라는 거 아냐?
남편이 쏘아부치듯 던진 그 말이 숙희의 간을 철렁하게 만들었다.
'암만 봐도 보통은 아닌 게 틀림없는데. 왜 은근히 바보인 척 하지?'
이래서 당신을 못 믿겠는 거야!
운진의 그 말이 숙희의 귀를 여전히 쟁쟁하게 울린다.
'아직도 나를 안 믿는다는 거잖아.'
숙희는 지하실로 따라 내려갈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토록 노력을 기울였건만 아직도...'
그런데 그들의 궁금증이 같은 날 저녁 집으로 퇴근한 챌리에 의해서 풀렸다. 아니.
챌리를 따라서 온 주니어가 어떤 소식을 전했다.
'그녀가 증인으로 참석할 수 있도록 어떤 조치가 취해질 거라' 고.
운진은 아무리 불러도 지하실에서 가요만 크게 틀었을 뿐 꼼짝도 않았다.
그 날 따라 챌리가 내려가 보려고 하지도 않았다.
결국 숙희는 챌리와 주니어를 보내고, 지하실로 내려갔다.
운진은 이미 술이 많이 오른 기색이었다.
'술을 왜 하느냐고 물어 봐? 얼마나 했느냐고 물어 봐?'
숙희는 뭐라고 말을 꺼낼까 망설였다. "내가 부르는 소리 못 들었나 봐?"
운진이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가 얼맛째인지 모를 위스키 잔을 잡았다.
숙희가 그 잔 잡은 그의 손을 잡았다. "그만 해, 자기, 응?"
"놔, 이거!"
운진이 손을 뿌리치려다가 그만 글래쓰를 놓쳤다. "에잇, 씨발!"
술은 카운터탚을 치면서 숙희의 손을 적셨다.
그가 헛놓친 글래쓰를 손으로 쓸어날렸다.
그 잔은 술을 허공에 흘리며 방 한쪽으로 날아가 카펫 위에 떨어졌다.
"앗!"
숙희는 최악의 경우를 예상하고 놀랬다.
그러나 유리잔은 깨지지 않았다. 단지 술을 카펫에다가 줄을 그으며 굴렀다.
운진이 또 하나의 글래쓰를 꺼내어 술을 딸았다.
"그만 해, 자기."
"내가 뭘 얼마나 마셨길래 그만 하라 마라 하나."
"보니까 많이 한 거 같은데."
"봤어?"
"뭘..."
"내가 많이 했는지 적게 했는지 봤느냐구."
"자기 얼굴 보니까... 많이 한 거 같네."
"얼굴만 보고 잘 알어? 거적 깔고 나가시지?"
"자기 점점 왜 그래? 하루 좋으면 하루 안 좋고?"
"먼저 내가 말한 거. 내 돈 가져간 거. 해 주슈. 나 이 집 나가게."
"자기 또 시작이야?"
"또 시작이야? 또 시작이야?"
"자기 술 많이 했네, 뭘."
"어이, 비굴덩어리! 나 나갈테니까, 내 돈 주슈. 그리고 밖에서 만나고 다니는 놈들하고, 잘 해보슈. 나 그만 이용하고. 내가 느그들 놀이개냐, 아니면, 들러리냐?"
운진이 살기 띤 눈을 숙희에게 돌렸다. "누구에게 죽어봐라, 내 눈 하나 깜짝 하나!"
숙희는 가슴이 철렁했다. 개리씨랑 똑같이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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