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너무 취했나 봐."
"흥! 또 비굴하게 나오는 거 봐라. 술 마시는 거 눈으로 보면서." 운진이 숙희를 외면했다.
"자기! 암만 술이 취했어도 나한테 말조심 해."
"내가 술 취하면 말조심 안 하고, 말짱하면 말조심 하던가?"
"나 먼저 올라갈께. 여기서 또 자지 마."
숙희는 애써 미소를 지었다. "진정을 하든 항의를 하든 공판에 나갈께."
운진이 숨을 거칠고 길게 내쉬며 눈을 감았다. 후욱! 하고.
"자기는 내가 어떻게 하면 좋겠어?"
"뭐라구?"
"내가 어떻게 하면, 자기가 화를 안 내느냐구."
"이미 말했지? 그 새 잊었어도 반복 안 하겠소."
숙희가 입술을 꼭꼭 깨물면서 생각하다가 말했다. "여태 내 회계사가 내 허락도 없이 돈을 자꾸 돌렸는데, 그게 주니어 대디에게 추적을 당했어."
"근데?"
"내가 계획한 거는... 제레미의 회사를 지금 그대로 접수하는 건데... 돈을... 못 움직여. 만일 내 돈을 움직여서 제레미의 회사에 투자하면, 바로..."
숙희는 남편이 말한 그대로를 반복하는 것이다. 이 이는 이미 알고 있었다!
"주니어 대디가 당신을 잡아 넣나?"
"노출되니까."
"회계산지 계리산지한테 돈 움직이지 말라고 하면 되잖아."
"그랬지."
"근데?"
"그러면 제레미의 회사 인수에 지장을 초래하잖아."
"당신한테 있는 돈으로 충당 못 하나?"
어느 새 운진의 말투가 수그러들었다. 아내가 의논적으로 나오니 일단은 응하는 것인지.
"그걸 다 넣어도... 좀 모자라거든."
"얼만진 몰라도 내가 빈털털이라 도움이 못 되는 것 같아 미안하군."
"그래서는 아니고... 내가 누구의 돈을 좀 빌려 쓸 건데... 그게 알려지면 혹... 누가 자기한테 내가 돈 핑게로 옛남자를 칸탴트 한다고 찌르는 식으로..."
"그 옛남자가 제프인 모양이군?"
허걱!
숙희는 숨이 막혔다.
"그리고 나한테 찌를 사람은 누군데? 월래스 회장?"
허걱!
숙희는 말문이 딱 막혔다.
그녀는 아파오는 목을 간신히 참았다. "자기만 괜찮다고 하며는... 내 돈에 제프의 돈을 합쳐서 제레미의 회사 인수... 한번 해 볼려구."
"나만 괜찮다고 하면... 누가 나한테 당신이 옛남자 칸탴트 한다고 찔러도 무방한가?"
"그걸루... 내 약점처럼 자기한테..."
"그럼..."
운진이 이제 말이 또렷해졌다. "당신의 양심만 잘 지키시요. 나한테 숨겨도 좋은데, 당신 본인의 양심에게까지 거짓말은 하지 마시요. 그러면, 나는 상관않겠소."
"하지 말라고. 싫다고 하는 말보다 더 잔인하네?"
"아직 내 의문이 백프로 풀린 건 아닌데. 내가 반대한다고 안 할 당신도 아니고. 누가 나한테 당신이 옛남자를 만난다고 일를 놈도 결국은 당신을 고립시키려고 하는 짓이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결국 당신이 사업 핑게로 누굴 만나고 다니든 우리 사이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나타내는 것 뿐."
숙희는 속으로 감탄했다. "우리 사이... 아무런 문제 없잖아. 아냐?"
"당신의 양심에 걸리는 게 하나도 없으면."
"없어."
"그럼, 나도 됐소."
"그럼, 자기가 나 믿는 걸로 알고, 일 추진해도 되는 거지?"
"내 비중이 그럴 정돈 줄 미처 몰랐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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