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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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9. 9. 07:02

   숙희는 남편의 눈을 똑바로 볼 수가 없었다.
술기가 잔뜩 오른 운진의 얼굴은 붉다 못해 검었고, 그의 눈에서는 분노가 이글이글거리고 있었다. "미안하지만, 당신이 나한테서 원하는 거... 해 줄 수가 없소."
   "내가 자기한테서 원하는 게 뭔데. 알어?"
   "당신의 총알받이."
   "나의, 뭐?"
   "이제 곧 돈 달래러 다들 몰려올 텐데, 그 앞가림을 나보고 나서서 하라 할 거 아냐!"
   "내가 자기 인벌브 안 시킨다고 했잖아."
   "그러니까 당신 다 하라고, 난 나간다잖아."
   "헤어지자는 거야?"
   "왜 자꾸 같은 말을 반복시키나!"
   "왜 자꾸 헤어지재..."
   "필요없어! 어차피 이용할 계획으로 나한테 와서 결혼한 거, 처음엔 내가 도움이 못 되어 줄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도 들었었는데. 이제 보니 다 필요없어."
   "자기가 남이야?"
   "남이면 차라리 객관적으로 도와줄지 못 도와줄지 말이 딱 나오지. 그러나 이건 명색이 마누라고 남편인데, 넌 알 필요없다 그냥 내 앞에서 총알받이나 되어라."
   "호 참, 기가 막혀서."
   "괜찮아. 당신은 나 나가면 또 다른 놈 들여서 총알받이로 써먹을 테니까."
운진이 글래쓰를 단번에 비웠다.
그가 위스키 병을 잡는데, 숙희가 같이 잡았다.
   "좋게 말할 때 놓을래, 아니면, 당하고 놓을래."
   운진이 숙희의 손에 대고 말했다. "순순히 물러서지?"
   "그만 마셔, 자기."
   "놔."
   "자기 취했어."
   "그래서?"
   "뭐라고?"
   "내가 취했으면?"
   "자기 지금 나한테 무슨 태도야, 그게?"
   "무슨 태도야? 말 참 싸가지 있게 하네. 놔!" 그가 술병을 나꿔챘다.
   "자기! 말 다했어?"
   "다 했으면! 니가 태권돈지 뭔지로 또 쳐볼래?"
   "어머?"
   "좋게 말할 때 가라, 응?"
   "어머?"
   "그래도 그 입에서 어머 소리는 나오네? 여자 다운 맛은 하나도 없는 게."
   "게? 게? 지금 나를 게라고 불렀어?"
   "가라, 응? 그 쯤에서 스탚하고 가." 운진이 술을 글래쓰에 딸았다.
숙희의 손이 그 글래쓰를 빼앗으려고 다가가는데.
   "건드려라? 그 잔에 손만 대라?" 운진이 숙희의 손을 내려다봤다.
그녀의 손이 중도에서 멈췄다. "자기 무슨 깡패야?"
   "흥! 깡패란 말을 함부로 하네?"
   운진은 잔을 들어서 많은 양을 한번에 비웠다. "술을 안 하고는 잠 못 드는 인생이 깡패하고 연관되나?"
   "지금 나한테 사용한 두 단어, 사과해."
   "못 해."
   "해!"
   "안 해! 꺼져!"
   "어머?"
   "셋 셀 동안 꺼져라." 
숙희의 손이 오그라들었다.
그는 완전 딴사람이 되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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