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택 구금이 조기에 풀리자 운진이 일부러 숙희와 동행하며 여기저기 자주 나타나는 모습이 그자들의 눈에 안 들어갈 리가 없었다.
공원으로. 샤핑 몰로. 그리고 한인들만 출몰하는 음식점으로.
그러나 운진의 눈은 어딜 가든 주위를 날카롭게 살폈다. 아내 모르게.
숙희는 남편의 마음이 풀어져서 같이 시간을 내는 것인가 하여 그저 좋았다.
자연 알트의 분노가 점점 더해갔다.
'누군가가 나서서 저 둘을 훼방놓아야 쑤를 외톨이로 만들어서 붙잡아올텐데.'
싸이코란 자가 누누히 말했었다. '엉클 운 제이를 절대 얕보지 말라고...'
숙희에게 엉뚱하게도 원자력 발전소를 매입한 콘솔리데이숀 그룹에서 러브콜이 왔다.
예전에 제레미의 부탁으로 같이 작업했었던 파트너가 소개한 것이라고.
물론 그녀는 좋게 사양했다.
"벌써 전기회사들도 합병 작업을 시작하나 봐."
숙희는 고개를 저었다. "무섭다. 인간들의 욕심이 어디까지일까?"
"왜 당신... 사양을?"
운진이 진지하게 물었다.
"자기가 홀세일 컴퍼니에 타이밍이 안 맞다고 한 것처럼 나도 아직은 아냐."
"아아..."
"내 생각인데, 내가 오케이 하면 아마 나를 남부로 보낼 거야. 남부 전기 회사의 모든 것을 조사해서 얼마에 인수할 건지, 그 자료가 필요한 거지."
"당신 건강 생각해서 그런 일은 대우가 아무리 좋아도 하지 마시요. 나는 돈보다 당신이 더 중하니까."
"자기 생각엔..."
숙희가 거기서 말을 끊고 미소를 지었다. "내가 오케이 하면 얼마 준다고 할 것 같애?"
"알고 싶지도 않고, 말하지도 마시요."
"아마 일년치로 따지면 일 점 오 밀리언 대우일 거야."
"그래도 하지 마시요."
"알았어. 샘나는구나? 내가 자기보다 부르는 값이 훨씬 많으니까?"
"상대나 되나, 내가... 쓸데없는 소릴."
운진은 말은 그렇게 했어도 새삼스레 숙희가 보통 여자는 아니라는 생각에는 변함없다.
합병의 귀재.
회사를 일단 튼튼하게 보이도록 작업해 준 다음 마땅한 구매자가 나서면 흥정을 붙여서 연결해주고 지분을 받아 챙기는 도사. 그러한 숙희가 아직 걸리지 않은 것은 합병 발표 때 줏가가 상승하나 절하하나를 따지지 않고 합병 후에 얼마 가치가 되든 처분하기 때문이다.
3월이 왔다.
이상하게 2, 3월에는 거의 모든 비지네스들이 슬로우라고 아우성을 친다. 은행도.
숙희는 멘스가 첫번째 건너뛸 때는 아마 자신이 조사 받으러 불려 다니느라 긴장하고 힘들어서 그랬나 보다고 여겼는데, 안정을 충분히 취하고 음식도 골고루 섭취해서 건강을 많이 회복했는데도 여전히 소식이 없음에 가슴이 덜컹 내려않았다.
'설마...'
숙희는 이 나이에 멘스를 할 망정 가임 시기일까 해서 남편에게 피임을 요구하지 않았고 그녀 자신도 피임에 대해 전혀 조심하지 않은 것이 불안했다. '내가 이 나이에 정말 임신을...'
그래서 그녀는 남편에게 말하지 않고 오래 전부터 정기 점검 받아온 여의사를 찾아갔다.
"모든 종합에 의하면... 내 보기에 임신이예요."
여의사가 소노그램을 지시했다. "허나 다른 것일 수도 있으니까 우선 소노그램으로 정밀 검사부터 합시다. 자궁 내에 양성 혹은 악성 종양일 수도 있어요."
숙희는 그럴 리가 없다고 부정해야 하는데 입이 안 떨어졌다.
혹시 이 나이에도 임신이 될까 해서 아예 작정하고 사랑 행위를 즐겼는데...
남들 같으면 폐경기가 올 나이인데 늦으막히 결혼했지만 임신일 줄 모른다고...
그래서 그녀는 긴가민가 하면서도 남편과 셐스하며 ㅅㅈ액이 안 흘러나오도록 애썼었다.
이 시기에 임신이면 나로서는 펠펰트 게임인데.
아!
그렇다면 나는 임신이었을지 모르는 상탠데 몸을 함부로 굴렸나? 그렇다면...
만일 운진씨가 날 임신시킨 게 아니라면...
'[소설] 두개의 세상 pt. 03' 카테고리의 다른 글
pt.3 6-7x057 (4) | 2024.09.10 |
---|---|
pt.3 6-6x056 (2) | 2024.09.10 |
pt.3 6-4x054 (0) | 2024.09.09 |
pt.3 6-3x053 (3) | 2024.09.09 |
pt.3 6-2x052 (0) | 2024.09.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