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진에게 누이로부터 또 연락이 왔다.
설이가 또 휴가를 받아서 이번엔 남자랑 왔는데, 삼촌을 자꾸 봤으면 한다고.
그래서 운진은 숙희에게 잠깐 볼일 좀 보러 나간다 하고 기회를 어렵사리 만들려고 했다.
"어디 가는데, 자기? 나도 같이 가면 안 돼?"
숙희가 불안해했다. "애들도 집에 없는데. 나 혼자 있으면 무서워."
그래서 운진이 큰애 챌리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빠가 누구 좀 만나러 가야겠는데, 엄마가 집에서 혼자 무섭다 하니 일찍 들어올 수 있느냐' 고, 그렇게만 물었는데...
"아빠, 혹시... 또 써니 와서, 만나러 가?"
챌리가 대뜸 그렇게 묻는 것이었다. "맞어?"
운진은 '참 신기한 일들도 많다' 하면서 시인했다. "응, 그래. 느이 새엄마한테는 말하지 말라는구나. 왜 그러는지..."
"그럼, 아빠... 가지 마."
"가지 말라구?"
"아빠! 아빠는 새엄마를 사랑 안 해?"
챌리는 그 나무라는 투의 말을 또 던졌다. 아빠는 새엄마를 사랑 안 해?
운진은 귀에서 셀폰을 떼었다.
'나만 모르는 또 다른 어떤 것들이... 밖에서는 입으로 귀로 돌고 있나?'
나간다고 했던 남편이 전혀 아무 일 없다는 듯이 하루종일 집안을 치우고 다니니 숙희는 궁금해졌다.
"자기, 나간다고 했잖아."
"그랬지."
"근데... 왜... 안 나가?"
"으응... 추워서 귀찮네. 다음에 또 보자 했어."
숙희는 궁금해서 한참을 망설였다.
그녀가 입술을 달짝거리다가 물었다. "누군데?"
"있어. 세일즈 할 때 알았던 사람."
"나도 아는 사람이야?"
"글쎄?"
운진이 오히려 미소를 지었다.
숙희는 안심을 해야 하는 건지 이상하게 여겨야 하는 건지 혼동이 왔다. "그럼, 우리 뭐 시켜 먹어도 돼?"
"밥 하지 말고 그럴까? 챌리 들어오면 같이 시켜 먹으려는지 물어보구."
그런 참에 챌리와 킴벌리가 다투듯 들어섰다.
그날 밤, 챌리가 아빠를 자꾸 찾는 눈치였다.
부녀가 따로 만나서 얘기 좀 했으면 하는 기색이었다. 기회는 만들어졌다.
킴벌리는 집에 남고, 챌리가 아빠와 아이스크림을 사러 나가기로 했다.
"아빠한테, 뭐, 할 얘기 있니?"
운진은 벤즈 차를 몰면서 집에서 한참 멀어진 후에야 딸에게 물었다. "너 눈치가 그런 거 같아서 나오자고 했는데. 낮에 나한테 한 말도 있고 해서."
"써니 절대 만나지 마, 아빠. 무슨 말을 할려고 하든 간에."
"무슨 말을?"
"우선은... 아빠가 새엄마를 사랑 안 하는 거 같애."
"그렇게 보이니?"
"아빠가 새엄마한테 하는 거... 먼저 엄마한테 하던 거 하고 많이 달라."
"아빠 노력하는 중인데도 그렇게 보였다면... 잘못된 거겠지?"
"그런데, 아빠가 써니를 만나서, 무슨 얘기를 듣게 되면, 아빠하고 새엄마가 굉장히 위험해질 것 같애. 이혼도 할 거 같애."
"이혼?" 아비는 가슴이 뜨끔했다.
"Anyways, 아빠. 써니 만나지 마. 응?"
"알았다."
"Promise!"
"프라미스!"
아비는 딸에게 정말 약속하고 싶었다.
또 무슨 일이 터졌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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