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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레미의 회사 건물 앞을 떠나면서 운진은 좀 전에 수키에 대해 뭐라고 했던 자들을 얼굴이나 익혀둘 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때, 자기 생각에는? 잘 될 것 같지?"
   숙희의 시트벨트 매는 손길이 아주 경쾌하다. "지금이 아주 적절한 시기였어."
   "내가 뭘 아나? 아무래도 당신이 경험 많지."
   "그래도 느낌이라는 게 있잖아."
   "느낌은..."
   느낌이 아주 좆같소, 그대... 댁한테 하이 소리만 해도 가질 수 있다고 아무 새끼들이나 지껄일 정도로 소문나신 댁... "잘 모르겠는데?"
운진은 신호가 바뀌자 괜한 차에다가 신경질을 부렸다. 차 개스 패달을 바닥까지 밟은 것이다. 
자연 힘 좋고 성능 좋은 벤즈 차는 힘 하나 안 들이고 순조롭게 달려나갔다.
   "왜... 그래?"
   숙희는 남편을 한번 보고 뒤를 살짝 돌아다봤다. "누가 또 따라붙어?"
운진은 입술 한끝을 찌그러뜨리며 비웃음을 살짝 띄웠다. "몰라." 
차는 볼티모어 방향으로 빠지는 남행 고속도로를 탔다.
   "저들은, 내가 말했지만, 당장 두 주치의 페이쳌을 커버해야 해. 그 정도로 자금이 고갈되어 있거든." 
   숙희는 차가 제 속도를 유지하기 시작한 다음에 말을 꺼냈다. "그래서 내가 사 주치의 페이쳌 만큼 돈을 론(loan)해 줘. 상환은 그들의 주식으로."
   "아니! 망할지 모르는 회사의 주식을 왜 받소?"
   "싸니까."
   "암만 싸도 언제 닫을지 모르는데 왜 사오?"
   "왜 닫어?"
   "당신이 안 그랬나?... 자금 유통이 없어서 안 될 거라고..."
   "내가 그 숨통을 터주었잖아."
   "물론 당신이 다 잘 알아서 하겠지... 뭐... 내가 뭘 안다구."
   "에이. 왜 그래애."
   숙희가 운전하는 남편의 팔을 붙잡았다가 놓았다. "이번 기회에 자기두 중역 올라가 봐야지. 내가 저 회사의 주식을 오십일 퍼센트 차지하면, 저절로 내가 갖게 되는 거야."
   "알아서 하시요."
   "앞으로 모자라는 것은, 응... 먼저 말했듯이, 제프의 돈을 활용할 거야."
   "제프는 연방 교도소에 있을 거라더니? 정부에서 압수 안 하나?"
   "추징금 물고 남는 돈이 있을 거거든. 뭘 할 거야. 제프는 십년 지나야 나올까 말깐데. 노는 돈 내가 굴려주면 저는 나한테 땡 큐지."
   "그래도 되나..."
   "내가 말했잖아, 자기... 추징금 물고 난 나머지는 투자에 써도 돼. 불법으로 챙긴 금액만큼 벌금을 맞은 거거든. 부당 이득에 대한 추징금만 빼고 나머지는 내가 써야지."
   "아아... 얼마 정돈데?"
   "내가 잃은 부분만큼 감세 혜택 주는 것처럼, 제프가 부당 이득을 많이 취했단 말이지. 그 차액에 대한 벌금이니까... 아마 내 짐작대로라면... 해프(half)?"
   "해프... 면?"
   "아마 아직도 파이브 헌드레드 밀리언은 남았을 거야. 아... 그 정도는 안 되겠다."
어쨌거나 그 돈을 알트가 손 대기 전에 회수해야 한다... 알트! 기대해라! 내가 제레미 회사에 손만 쓰는 것이 아니라 정상가동 시키면 너는 군침을 흘리겠지? 그런 다음에 제 값 주고 사라!' 
   숙희는 운전 해 주는 남편 운진이 고맙고 사랑스러워서 그의 손을 자꾸 잡았다. "우리 파도 보러 갈래? 여기서 멀어?"
   "... 지워졌나 보려구?"
   "어머어! 자기 은근히 센스 있구나?"
   "말은 내가 먼저 안 했나? 그랬던 것 같은데."
   "아이. 그럴 땐 양보 좀 하면 안 돼?"
   "맘대로 하시게..." 
운진은 저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그의 정면을 응시하는 시야에 온 모래사장을 가득 메운 사연이 보였다. 
   그 많은 이름들이 단번에 지워지겠나, 젠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