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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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9. 10. 05:20

   숙희가 들뜬 것처럼 말하니, 아담이 신경질적으로 대했다.
   당신의 남편에게 직접 폭로하겠다고.
   "Do it! (그렇게 해!)"
   숙희가 당당하게 말했다. [그래서 내 부탁 심부름 안 해주겠다?]
   [날 은행 구좌에서 뺐으면서!]
   [그건 당신이 돈을 더 이상 굴려줄 필요가 없으니까.]
   [그렇게 약은 체 하다가 어디 가서 걸리지.]
   "You will see. (두고 보면 알겠지.)"
   숙희는 남편이 지켜보는 것을 알아차리고 말을 바꾸었다. [그래서 해 줄 수 있다고 아니면 없다고.]
운진은 자리를 피해줄까 하다가 말았다.
   자리를 피해주면 둘의 대화가 또 어디까지로 발전할지 모르는 일 아닌가!
   아내란 여인은 아직 백 프로 완전히 믿을 만한 여인이 못 된다.
숙희가 통화를 마친 셀폰을 운진에게 내밀었다. "해준대."
   "당신 셀폰을 왜 나한테..." 하는데, 운진의 손에 일단 쥐어져 있는 빨강색 셀폰이 어떤 특유한 벨톤을 냈다. 
어떤 교향곡 같은 멜로디를.
즉 걸어오는 이가 누구인지 얼른 식별하도록 벨톤을 따로 선택한 것이다.
운진은 눈만 내리떠서 발신인을 보았다. "에이알 더블유."
허걱! 
숙희는 오금이 저렸다. 
   '그 인간이 왜 또 전화를!'
그런데 운진이 셀폰의 버튼을 누르고는 서서히 귀에 갖다댔다.
아무런 말도 없이. 
눈은 아내 숙희에게 향한 채.
상대방도 잠자코 있는 것이 누가 받으려는지 몰라서인가 보다.
운진이 픽 웃었다. "Say it, fucker! (말해, 새끼야!)"
   그렇게 말하면서 운진이 숙희의 시선을 피해 아예 돌아섰다. [너 월래스지?]
   "..."
   "You fucking chicken shit! That's right! I'm her husband. What kind of asshole's calling somebody's wife's cellphone, huh? (너 좆 같은 겁쟁이 새끼! 그렇다! 내가 그녀의 남편이다. 어떤 종류의 씹쌔가 남의 부인의 셀폰을 전화하냐, 응?)"
   "..."
운진이 셀폰을 귀에서 떼어 숙희에게 보였다. "이 자식도 비겁하네, 뭘."
숙희는 몸이 그 자리에서 땅으로 꺼져 들어가는 착각에서 벗어나려고 애썼다.
   '알트에게 언제 봤다고 저렇게!'
숙희는 순간적으로 눈 앞에 옛날의 어떤 광경이 스쳤다. 빨가벗겨져서 대롱대롱 매달린 채로 가죽 혁대에 맞던 장면이. 
희한한 것은 가죽에 맞은 상처는 의외로 빨리 그리고 잘 아문다는 특징이 있다. '저러라고 전화기를 넘겨준 게 아닌데!'
운진이 고개를 절래절래 저으며 셀폰을 껐다. "당신 뭣 때문에 이런 자식들한테 무서워서 절절 매는데?"
   "자기... 는, 몰라."
   "뭐를?" 하는 운진의 눈매가 빨갛다.
   "그자들이 얼마나 무서운지, 자기는 상상도 못해."
   "그래? 그럼, 어디 맛 좀 봐야겠는데, 그래? 체!"
   "그렇게 말하지 마, 자기."
   "나 보고 곁에만 있어달래매. 그러면 당신 하고 싶은대로 하겠다고."
   "응."
   "그럼, 해! 당신 하고 싶은대로 하라구. 이런 자식들이 끼어들려고 하는데, 당신이 싫다고 하면 얼마든지 막아줄테니까."
   "자기...정말... 그."
   "나보고 곁에만 있어 달라 할 때는 당신 나름대로 뭔가 믿는 게 있어서 그랬을 거 아냐?"
   "그건 그래.... 그래, 알았어!"
   숙희는 어쨌거나 남편의 심사를 더 건드려서 좋을 게 없다고 단정했다. "화 내지 마."
   "여자 상대로... 여자몸을 구실 삼아 장난하는 것들, 별 볼 일 없지."
운진의 그 말에 숙희는 목이 확 달아올랐다.
   "여자는 남자를 바꾸면 몸 뿐만 아니라 맘도 바뀌는 걸 모르나? 병신들!" 운진이 비웃듯 그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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