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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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9. 11. 01:54

   그래서 그 부부는 늦은 시간의 푸드 코트를 찾아갔다.
그 곳은 주말인데 벌써 닫을 시간인지 손님은 드문드문 앉아 있고, 일렬로 죽 붙은 간이음식점들은 치우느라 법석이었다.
숙희가 중식음식점으로 갔다.
운진은 아무 생각과 전혀 의식 없이 그녀의 옆에 가서 섰다. "뭐 먹을려구?"
   "글쎄? 밀가루 음식은 좀 그렇다, 그치?" 
   숙희가 메뉴를 올려다 보며 코 끝을 찡그렸다. "저런 것들은 너무 맵고..."
   "해산물..."
   운진은 어느 여인과 눈길이 마주쳤다. "아직 영업...?"
남편의 물음에 숙희가 주방에서 내다보는 여인과 눈이 마주쳤다. "어머?"
그 여인도 숙희를 보고 놀라는 눈치이다. "어머?"
숙희가 카운터에 가까이 기댔다. "혹시... 정애?"
   "숙, 희잖아! 한숙희! 맞지!"
   "그래! 야, 김정애!"
   "아유우!"
   "아유우!"
한 여인이 주방을 나오고, 한 여인이 카운터를 돌아서 들어가고, 두 여인이 포옹을 했다.
   "살아 있으니 이렇게 만나는구나?"
   숙희가 그 여인을 더욱 힘주어 안았다. "어쩜 넌 그대로니?"
김정애란 여인이 숙희를 아래위로 올려다봤다. "너두! 몸매는 여전하구나?"
   "기집애! 너 미국엔 언제 왔어?"
순간적으로 숙희의 머릿속으로 오만가지 추상이 스쳐갔다. 반가움과 동시에 불안감.
   "재작년. 애들 유학으로."
   "애들 유학... 기집애... 참! 인사해, 정애야. 우리 남편. 오운진."
   숙희가 운진을 친구에게 소개했다. "우리 결혼한지 이제 이년 돼 가나? 자기?" 
운진은 가까스로 미소를 지었다. "안녕, 하십니까..."
   "안녕하세요?"
   김여인이 반갑게 인사했다. "아아, 그랬구나아..."
   "나, 초혼이야."
   "이제 초혼?"
   "그렇게 됐다. 사연이 길어."
   "저런!..." 정애의 말하는 입끝이 올라갔다.
운진은 안은 시원한데 등에 진땀이 난다.
   '이게... 어떻게 또 이런 식으로 만나지는 거야... 일났네.'
정애란 여인은 운진을 보지 않고 숙희와만 얘기한다...
   그 잠깐 새에 간이 음식점들은 하나씩 둘씩 불을 껐다. 그 바람에 오랫만에 만난 두 학교 동창 여인네들은 이십사 시간 영업하는 다른 레스토랑으로 가기로 했다.
운진은 김 여인이 모는 토요다 하일랜더 SUV 뒤를 따라 운전했다.
   "믿겨져, 자기?"
   숙희가 아직도 흥분이 가셔지지 않은 듯 남편의 팔을 쳤다. "이십년도 넘게... 와하하!"
운진은 얼마나 친한 사인인지 물어봐 줘야 하는데 입이 안 떨어진다.
   "정애 쟤는 공부를 참 잘 했어. 난 늘 운동 때문에 강의를 빠졌는데, 정애가 맨날 노트를 빌려줬지. 정애는 글씨도 참 예쁘게 잘 썼어."
   "..."
   "진짜 세상은 넓고도 좁아. 그렇지, 자기?"
운진도 그 생각을 하는 참이었다. "맞어. 옛말이 안 그르군."
   "진짜!"
그리고 도둑 제 발 저리다는 말도 진리이다.
운진은 이제 김 여인의 인간기질을 알아봐야 한다.
그는 앞차를 보고 따라가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상처 당한 후 누이의 소개로 잠시 재미를 즐겼었던 책방여인이 지금 아내의 동창이라.
그가 폭행과 사깃죄로 기소 당했을 때 조용히 끊었던 여인이 하필 음식코너에서 일하고 만나졌다니...
   나는 이래서 또 이 여인에게 묶이나? 젠장 맞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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