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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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9. 11. 01:52

   "그건... 말 못 하지. 내가 제레미와 무슨 딜을 했든... 당신 원하는 대로 잘 되었다면 된 거 아닌가?"
   "왜애!" 숙희는 어울리지않게 투정하는 제스처를 부렸다.
   "당신 계획한 대로 됐으면 그만이지. 이것저것 꼬치꼬치 물어서 뭐 하려구?"
   "궁금하잖아."
   "궁금할 것 없소. 기왕 실업자 된 거... 이번에는 좀 멀리 뛰어볼까? 석달 동안 신경쓴 거 갈아앉히기도 할 겸. 그리고 랠프란 놈 손 볼 연구도 할 겸."
허걱! 
숙희는 숨이 막혔다. "자기 지금... 랠프란 놈이라고 했니?" 
   "음."
   "자기가... 랠프를... 알어?"
   "응."
   "어... 어떻게?" 숙희는 호흡을 가다듬었다.
운진이 숙희란 여인과 결혼하고 같이 살기 시작한 이 후 처음으로 소리내어 웃었다. "내가 알고자 해서 알아진 건 아니요."
   "그럼?"
   숙희는 목이 말라왔다. 아니. 
그녀는 차라리 울상을 지었다. "자기가 랠프를 어떻게 알어?"
   "당신을 중심으로 랠프 미거, 제프 드미트리, 애담 갠지스, 제레미 코그니, 아니, 코이네라고 했나. 그리고 알트 월래스에 대한 조사가... 경찰에 의해서 진행되고 있소."
   "...왜?"
   "내가 이렇게 말하면 당신 또 화내겠지만 그 자식들 이름, 그리고 그 자식들이 한 짓은 당신이 누구보다 더 잘 알잖소?"
숙희는 차창 밖으로 눈길을 돌렸다. 
   '이 이는 어디까지 알면서 가만 있는 걸까? 내가 모르는 뭔가가 이 이에게 정말 있나? 이 이의 정체가 뭘까? 내가 이 이를 먼저 찾아서 선택한 거 아냐? 이 이는 나보고 결혼하잔 이유가 뭐냐고 화를 냈잖아.'
   "요즘... 미행이 없어진 이유를 아시요?"
   "미행이... 없어졌어?"
   "요즘도 집 앞에 경찰이 죽치는 거... 봤소?"
   "아!"
   숙희는 앉은 자세를 고쳐서 남편을 향했다. "그러고 보니 요즘은 아무도 없네?"
운진이 식 웃는 표정을 지었다.
허걱! 
숙희는 가슴이 갑자기 설레였다.
   '저거다! 나는 이 이의 저 미소 때문에 못 잊고 살았다!'
숙희는 저도 모르게 남편의 노는 손을 잡았다. "말해 줘. 제레미한테 자기가 뭐라고 했길래 걔가 미팅에 나와서 암말도 안 해? 마치 날 배반한 것처럼."
운진이 헛기침부터 했다. "내가 무슨 말을 하든... 당신 화 안 낸다고 하면."
   "그래. 화 안 내."
   "당신한테 쓸데없는 말을 하거나 안 좋게 행동하면... 가만 안 놔둔다고 했소."
   "자기가?" 숙희는 차라리 비명에 가까웠다.
운진이 하하하 하고 웃었다. "내 당신 그럴 줄 알았지."
   "그런 말을... 자기가 한단 말야?"
   "참 나... If you say something stupid about my wife, I'll kick your ass!"
   "뭐라구? 그랬더니 제레미가 들어?"
   "안 들으면 내가 그 놈의 똥방댕이를 찰 건데? 그나저나 이대로 어디 갈 건가?"
   "아, 그 전에 우리 뭣부터 좀 먹자!" 
   숙희는 신이 났다. 
그리고 동시에 강한 시장끼를 느꼈다. "얼큰한 뭐가 그립네?"
   "희한하군."
   "응? 뭐가 희한한데?"
   "당신이 자청해서 얼큰한 거를 찾으니 말이요."
   "오늘 내 기분 이 정도면 말 한필은 먹겠다!"
   "이럴 때 짬뽕이 최곤데!"
   "짬뽕, it 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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