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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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9. 11. 01:51

   회사 인수 인계를 하는 날, 양측 대표자들이 참석하는 자리에 쑤만 나갔다.
나는 얼굴을 쓸데없이 내밀기 싫은데?
남편 운진이 그렇게 말했다.
숙희는 남편이 한 그 말을 되뇌이고 되뇌였다. 
그가 그랬다. '보고 싶은 얼굴들이 나오는 자리도 아니고.' 
운진은 그 말을 매우 귀찮다는 투로 말했었다. 
제레미가 새 회사의 중역이라고 나왔다.
   [어느 쪽이라고?]
   숙희는 하루 아침에 변심하는 백인들을 한두번 본 게 아니었다. 
랠프도, 제프도 알트가 두려워서 그녀를 버렸다. "You are Art's side already? (이미 알트의 쪽인가 보지?)"
그런데 제레미의 얼굴이 매우 경직되어 보였다.
에프티씨(FTC) 측에서는 개리가 안 나오고 쑤의 기억에 어렴풋한 남자가 참석했다.
그가 쑤와 눈이 마주치자 아주 점잖게 무언의 승인 신호를 보내왔다.
상대방 측에서 숙희가 우려했던 알트의 참석은 없었다.
숙희는 그 점이 이해가 약간 안 갔지만 다행이라 여기고 그 날의 거래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소위 캐쉬 딜이라 해서 정말로 현찰 덩어리가 오가는 것은 아니다.
아이알에스(IRS)에서 파견나온 감독관이 주고받는 계약서를 검토하고 넘기면 파는 이의 은행으로 돈이 입금될 계좌에 대한 확인을 받아 간다.

   숙희는 회사 건물을 나서면서 그제서야 순간적으로 어떤 긴장감이 들었다.
   '나 혼자 노출된 거잖아!'
숙희는 그 날 받아 가지고 나온 빨강색 셀폰을 허둥지둥 꺼내 들었다. 그리고 제 일번으로 수록된 남편의 번호를 주루룩 훑다가 무엇을 보고 고개를 얼른 들었다. "자기!"
운진이 회사 건물 라비 밖에 와 있는 것이었다.
그가 안으로 들어오지는 못 하고 밖에서 들여다 보며 손을 흔들었다.
숙희는 반가운 마음에 백을 고쳐매며 라비를 뛰어갔다.
   "안 온대더니!"
   숙희는 운진의 어깨를 때렸다. "근데 알트... 안 나왔다? 다행히?"
   "그랬소?" 
   운진이 그냥 미소만 띄웠다. "개리인가 하는 자식도 암말 안... 했겠지?"
   "응... 근데 자기가 그걸 어떻게 아니?"
숙희는 언제 누구에 의해 그녀의 벤즈가 정문 앞에 세워져 있는지 궁금해 하기 전에 우선 타기부터 했다. 
운진이 아주 정중히 차문을 닫았다. 
숙희는 신기해 하면서 벨트부터 부지런히 했다. 
운진이 건물을 쓱 한번 쳐다보고는 운전석에 탔다. "시장하지?"
   "응!" 
   숙희는 몸을 구부려서 남편에게 쪽 소리나게 키쓰를 보냈다. "우리 오늘부터 또 실업자다, 자기?"
   "그렇네. 겨우 석달 만에 또."
   "우리 또 여행하면서 다음에 뭘 할까 연구 좀 할까?"
   "임신부에게는 여행이 금물일 텐데?"
   "가벼운 여행은 태교에도 좋을 걸?"
   "그렇다면... 우리의 추억을 달랜답시고 맨날 오션 씨티 가는 건 좀 지겨우니까..."
   "오션 씨티가... 지겹다고? 말이 좀... 그렇다?" 
   숙희가 운진의 옆구리를 질렀다. "그나저나 자기 제레미와 무슨 딜을 했길래, 제레미가 순순히 들어?"
   "오늘 순순히 나왔나 부지?"
   "나랑 눈도 마주치지않고. 감독관 묻는 말에 고분고분 대답하던데?"
   "착하네에..." 
   "자기..." 
   숙희는 남편을 자세히 살펴봤다. "뭐 전공했다고?"
   "수학. 선생 하고 싶어서."
   "그래?" 
   숙희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정말 말 안 해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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