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희는 그녀의 셀폰을 남편의 주머니에 또 넣어버렸다.
"왜? 앞으로도 나보고 계속 응답하라고?"
운진이 숙희의 빨강색 셀폰을 꺼냈다. "미쓰 된 콜이 있네?"
"눌러 봐. 누군가."
"지 에이디. 애담."
숙희가 입술을 살짝 물었다. '알트가 또 잡아다가 볶아치나 보다... 호!'
운진은 숙희의 얼굴에 피어오른 웃음끼를 봤다.
그래서 운진이 시도한 리턴 콜에 애담은 당연히 응답하지않았다. "이 자식이 슬쩍 한번 해 본 모양인데, 그래... 이번엔 당신이 응답하나 보려고."
"제프의 돈 쓴 거, 자기 동의하지?"
"당신의 그 돈은... 움직일 수 없다며."
"그 돈이 움직이면..."
"당장 추적 당한다며."
"자기..."
숙희는 새록새록 남편이 놀랍다.
아무 것도 모르고 무관심한 줄 알았는데 가끔 던지는 듯한 말 속에서 칼이 번뜩인다. "맞어..."
개리 시니어의 책상 위에 우디와 수키의 최근 동향이 올라와 있다.
두 사람이 여유롭게 샤핑도 다니고, 외식도 하고 하면서 제레미의 회사를 기가 막히게 살리고 있다는.
'둘의 사이가 좋은 모양이군...'
'It's 'bout time! (진작에 그럴 것이지!)'
'젠장, 정작 나는 좋으면서 안 좋네.'
개리는 프린트된 종이들을 덮어버렸다. '이제부터 내가 해 줄 일은 알트가 쑤의 뒤를 쫓아서 접수하는대로 무조건 승인.'
그러나 그는 찜찜한 구석이 있다.
언제고 그의 이중적 일처리가 드러날 것이고. 보복이랄까, 어느 쪽에서건 반드시 항의가 들어올 것이다.
'만일 쑤에게서이면 돈의 추적을 막아주면 되고...'
'알트에게서이면 쑤에게는 안 됐지만, 그 테이프를 공개하겠다고 겁주면 되고...'
개리가 알트의 기를 죽이기 위해서 쑤의 셐스 테이프를 들고 나오면 그 여파가 어디까지 퍼질지 예상도 못하는 상태에서 그는 여러가지 대책을 세워보고 있다.
어제 그는 아들 주니어가 여자친구 챌리와 너무도 재미있게 비데오 게임을 하며 소리도 지르고 하는 것을 보았다. 새부인에게서 낳은 딸도 처음에는 어색해 하다가 이내 잘 어울려서 노는 것을 보고, 그는 결심한 것이 있다.
쑤에 대한 미련을 말끔히 지우고, 아들을 위해서, 그녀를 도와주자고.
개리 그는 첫부인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지 추측만 하고 있다.
첫부인은 늘 잘 웃고 현명한 여인인데, 그녀가 원래 사랑하던 남자가 있었고.
개리가 그를 정치적으로 매장시켜버리면서 그녀를 쟁취했던 것이다.
그녀는 주니어를 낳고 부유한 집에서 호강하며 살았지만 행복하지는 않았다.
그날 밤, 집에 물이 떨어졌고, 개리가 사러 나갔다 오기가 싫어서 꾀를 부린 그날 밤, 그녀는 신경질내며 물 사러 나가서 사라졌는데...
개리는 나중에 정보를 듣고 알았다.
그녀의 사랑하던 남자가 비슷한 시기에 출옥했고.
아마도 하필 근처에 나타난 그를 마주치자 그녀는 원수의 씨앗인 아들을 두고 그에게로 가 버린 것을.
그래서 개리는 쑤를 도와주고 싶다.
쑤도 원수의 씨앗인 딸 하나를 버렸다.
그리고 그녀가 사랑하는 남자가 지금의 남편이기를.
그리고 그녀가 이제는 그만 뭇놈들에게 놀림 받는 것을 마감하고 지금의 남편과 잘 지내기를.
개리는 챌리를 볼 때마다 사람의 눈이 저렇게 맑고 순진할 수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특히 챌리가 눈이 없어지도록 웃을 때는 천진난만한 어린아이 같다.
그는 이른 나이에 술을 배우고 아비에게 서슴없이 욕하며 대들던 주니어가 챌리를 만난 후 전혀 딴 사람이 되어 고분고분해진 것을 볼 때마다 착한 마음의 소유자가 남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의심 안 한다.
게다가 의붓오빠와 눈을 마주치기는 커녕 말도 안 건네던 딸이 챌리만 오면 같이 어울려서 큰소리로 떠들고 뭘 못먹여서 안달 떠는 것을 보면 챌리의 정체와 의도가 의심스럽다.
어찌 보면 쑤가 유도하는 연출에 다들 춤추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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