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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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9. 25. 07:10

   남편이 술술 내뱉는 말이 수키에게는 그대로 천둥처럼 들렸다. 
   "그, 그만하지? 내가 자기한테 미안해 하는 것도 이젠 지겨워. 빨리빨리 끝났으면 좋겠어, 제발. 정말!" 
챌리 애비란 자가 수키를 접촉한 것은 사실이고, 수키는 아직도 그것을 숨기고 있다.
   "내 죄야. 원래는, 내가 거길 가지 말았어야지."
   "그것두 그렇지만... 그렇지 않았으면 또 모르지, 다른 데서 습격 당했을지. 그래도 그 가게에서 그랬으니 형록, 그 사람이 응급 조치 해 주었고, 자기가 빨리 나았지."
우디는 얼마 전에 거기를 또 가서 코가 삐뚜러지도록 술을 같이 푼 기억이 나서 얼굴이 뜨뜻해졌다. 
   나도 어쩔 수 없었는 걸... 폴과 처제가 보고 싶어서...
   "그러면... 영호란 자가, 챌리 아빠란 자와 친해?"
   "둘이 잘 붙어 다닌 눈치던데. 한국에서부터도 둘이 잘 알았고." 운진은 속으로 웃었다. 
   "자긴 그런 걸 어떻게 그리 잘 알어?"
   "영호가 은연 중에 많이 나타냈지. 그냥 알아진 것도 있고." 
   우디는 영란의 소지품들 중에서 나온 사진 얘기를 수키에게 하고 싶지 않았다. 
새삼 작고한 누구를 감싸주려는 것이 아니고 창피해서도 아니다. 입을 다무는 것이 죽은 이에게 예의일 것 같아서이다. '이런 얘기를 하게 되려고 그 사람 꿈에 보였었나?'
   "내 생각엔, 자기가 나서지 말고 그냥 경찰에 넘기는 게 낫겠다, 자기."
   "그럴 거야. 물론 그래야지. 한가지만 알아지면..."
   "뭐?"
   "차를 타고 달아났던 놈은 놔두고 나를 찔렀다는 놈만 찾아지면... 내 나잇메어도 끝나는 거지."
   "그래..." 
대꾸하는 수키의 얼굴이 혼란스럽다.
우디가 수키의 먹고 난 뒤의 쓰레기도 말끔히 치웠다.
뱅크 회장이란 자가 영호와 신가를 접촉해서 습격에 들러리로 시킨 것을 제프로 몰고가는 우디의 속셈이 뭘까. 
그는 아내의 입에서 죄다 나오기를 원한다. 과거 얘기를 몽땅.
   수키는 수키대로 은근히 불안한 마음이 든 상태이다.
   '내 생각처럼 남편의 추리가 맞다고 한다면.'
   '정말로 제프가 수감되기 전에 영호나 챌리 아비를 접촉해서 수작을 부린 거라고 한다면.'
그렇다면 어쨌거나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제프가 남편에게 손을 뻗치려 했던 것이 사실처럼 된다. 그렇게 결론을 내릴 수 밖에 없는 수키는 제프를 적처럼 삼아야 하나... 그녀는 스스로 착각에 빠지기 시작했다.

   그녀는 전에 개리에게서 풀려난 후 남편 몰래 애담을 직접 만났었다. 
그리고 경고했다. 이쯤에서 순순히 완전하게 물러나라고.
   "Bullshit! (뭣 같은 소리!)" 
   검은 안경테의 사내가 비웃음을 날렸다. "You know what your biggest mistake was? (너는 너의 가장 큰 실수가 뭐였는지 아나?)"
   "I don't want to know. (알고 싶지 않아.)"
   "You thought we would shut our mouths up when you slept with us. (너는 네가 우리랑 잤을 때 우리들의 입들을 막은 줄로 생각했지.)"
   "Coward! (비겁한!)"
   "Oh, yeah? Watch this! (오, 그래? 이걸 잘봐!)" 애담이란 자가 셀폰을 꺼내 보였다. 
그가 손가락으로 입력된 명단을 클맄클맄 하다가 무얼 보여주었다.
410 으로 시작하는 어떤 번호.
   "You know who this is! (너는 이게 누군지 안다!)" 
   애담이 셀폰을 수키의 코 앞에 들이밀었다. "How did he find my number? (그가 어떻게 내 번호를 알아냈을까?)"
   "Who? (누구?)""
   "Who? What? Who my ass! A Korean guy! (후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어떤 한국인 사내!)"
   어 코리안 가이? 
수키는 점점 더 미궁에 빠져 들어가는 느낌이었었다. 아담이 우디를 모르지 않을텐데, 누구지?
애담은 애담대로 쑤가 부정직하고 형편없는 여자라고 밀어부쳤다.
   [네 남편이 아니었어.]
   "Who, then?..." 숙희는 당시 그렇게 얼버무리며 넘어갔었다.
애담은 끝끝내 코리안 사내라고만 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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