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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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9. 25. 07:11

   우디가 일단 병원비를 보증한다고 생명연장장치를 다시 환원하라고 주문했다.
그리고 그는 이제 거의 허물없이 지내는 흑인 형사를 한구석으로 끌고 갔다.
   [애담... 누가 결재한 거요?]
   [병원 측에서 극비라 하오.] 그 형사도 위기감을 느꼈는듯 말을 낮추었다.
   [이럴 경우... 어디다... 어필(appeal)합니까? 경찰은 왜 가만 있는 겁니까?]
   [경찰이 개입할 명목을 줘야죠.]
   [저 자는 어디서 누구한테 폭행 당한 것을 내가 발견해서 입원시킨 겁니다.]
   [저 자가 소속된 합동사무실에서 지불을 거절했고... 저 자는 개인 건강 보험이 없는 상태라고 들었고... 혹 누가 저들의 사무실에 압력을 넣었을까요?]
   [그거야... 경찰의 임무 아닙니까?]
   [누가 신고를 하거나 고발이 들어와야 조사에 착수하지. 게다가 저 자는 말도 못 하는데 경찰이 뭘 근거로 여기저기를 뒤집니까?]
우디는 이 경찰을 어디까지 믿을 수 있을까 하고 그를 더 자세히 살펴봤다.
   그래서 경찰이 임의 동행하고 그렇게 우디는 애담이 살았다는 단독가옥을 방문했다.
그 형사가 미리 연락한 바 한 젊은 남자 경찰이 기다리다가 맞았다.
세 명은 집 안으로 들어가서 방마다 샅샅히 뒤졌다.
   "He didn't have any cellphone with him. (그는 셀폰을 가지고 있지 않았소.)"
   우디는 우선 셀폰 같은 것을 찾으면서 말했다. 
그러다가 무얼 보고는 실소했다. '씹쌔끼, 하긴 나의 마누라 되기 전까지 같이 살았으니까...'
벽 한가득 붙은 쑤의 여러 자세와 세월의 사진들...
어떤 책상 위의 잡동사니를 뒤지는데, 잠자던 컴퓨터가 절로 켜졌다.
여섯개의 눈동자가 약속이나 한듯 점점 밝아지는 모니터를 내려다봤다.
그리고 인터넷을 잘 모르는 우디는 모니터에 나타난 어떤 페이지를 읽기만 하려들었는데.
젊은 경찰이 '메이 아이?' 하고는 의자를 끌어다 앉았다.
   "Make sure you come back to first web page. (처음 웹 페이지로 돌아오는 것을 확실히 하도록.)" 
흑인 형사가 그렇게 말했다.
젊은 경찰이 여기저기 클맄 클맄하면서 무언가를 자꾸 찾아냈다.
그러다가 어떤 은행의 '마이 어카운트' 라는 파일을 찾아냈는데, 입력이 거부당하는 것이었다.
   [옙! 내 아내가 모두 차단시켰소.]
우디는 다행이다 하고 모니터 앞에서 움직였다. '이 새끼도 제 맘대로 드나들었다가 이번에 다 바뀌면서 못 들어간 거지.'
   [혹시 이 자가 당신의 부인의 돈을 움직인 것 아닌가?] 
   흑인 형사가 묻는 것인지 혼자 말인지 중얼거렸다. "He's a CPA..."
우디는 더 이상 흥미없다는 태도를 보이며 안방 같은 데로 들어섰다.
그리고 우디는 소리내어 웃었다. 
그는 그럴 수 밖에 없었다.
보나마나 애담이란 자가 누워서 자던 침대일텐데, 머리맡에 빨간색과 청색의 여자 팬티가 가지런히 놓여져 있는 것이었다.
   '씨발! 원래 저런 스타일의 빤쓰만 입는구만! 남하고도. 그리고 나하고 살면서도.'
   우디는 벽장을 들여다 보려다가 아서라 하고는 방 안만 슥 둘러보고 돌아섰다. 
그는 그 옛날 것이 벽에 여태 걸려있겠나 싶은, 그리고 스타일이나 색상이 굉장히 눈에 익은 여자 코트를 보았다. '저건 쑤의 옷이겠구만?'
   '아니면 최근까지도 여길 드나들어서, 여기 있을 때 입던 옷인가?'
우디는 아무도 안 보는 틈을 타 남의 방 바닥에다 침을 탁 뱉았다. '에잇, 씨발놈의!... 죄다 끌어다가 능지처참을 해?'
   우디는 밖에서 경찰들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그는 돈을 장만할 궁리에 들어가야했다. 그 여자 몰래. 
그러려면 천상 알트를 동원해야겠지?
그는 손바닥에 아직 남은 숫자들을 들여다 봤다. 혹시 이거 돈이 든 또 다른 어카운트 번호?
그렇다면 이걸로 돈을 장만해서 애담을 더 살려...
그러다가 우디는 아 하고 놀랬다.
애담이 적어준 번호는 일전에 우디가 수키의 셀폰에서 본 전화번호 같았다.
그렇다면 숫자 끝에 쓰려다가 만 알파벳은 이름이거나 약자이렸다.
우디는 제 손바닥을 마치 해부하듯 자세히 들여다 봤다.
알파벳은 대문자인지 필기체인지 해독하기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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