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키는 남편이 잠시만 안 보여도 찾았다.
심지어 그가 화장실에 들어 앉아 있어도 눈으로 확인해야 안심을 했다.
절대 눈 앞에서 안 보이면 안된다고...
"왜 그래, 당신. 내가 또 당신 몰래 바람 같은 거라도 피울까 봐 그래?"
우디가 웃었다. "나가야 바람을 피든가 말든가 하지, 이 사람아. 집 안에만 처박혀 있는 사람이 어떻게 바람을 피나."
"하여튼 나 보이는 데에 있으라니까?"
수키는 요즘처럼 우디의 품이 그리워 본 적이 없다.
'이러면 안 되는 줄 알지만, 자기가 좋아 미치겠다. 내 심정 좀 알아주라.'
우디는 애담의 병세가 호전될 만하면 도로 나빠지고 한다는 말을 들어야 했다.
애담이 한 때 몸 담았던 회계 종합사무실에서 병원 비용을 계속은 못댄다는 연락을 병원에다 했다고.
'이 자의 목숨을 필요로 하는 이가 수키 말고 또 누굴까?'
우디는 수키를 제외시켰다. '그렇다면 천상 알트에게 여기를 알려줘야겠군. 애담이란 놈이 없어지면 수키는 알트만 대하면 되는 거지.'
생명연장장치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친족과 법원의 허락을 받아야 했다.
애담이 아무도 없이 홀홀단신이라는 것을 경찰이 증명해 주겠지만.
'친족이 누군지... 수키가 알려나?'
우디는 그 생각을 하며 속으로 웃었다. '아니면 왕년에 살을 같이 맞대고 살았던 여인은 어떻소?'
우디는 아까부터 셀폰으로 걸려오는 아내의 전화를 무시하고 있다.
병원 측에서 기다려 달라 해서 마냥 있는 것이다.
흑인 형사가 허겁지겁 달려왔다.
"Who's gonna be the witness? (누가 증인이 될 거요?)"
"I'm sorry? (증인이라뇨?)"
[오늘 애담이란 사내의 생명 연장 장치를 제거한다는데?]
"웟! Who approved that! (뭐요! 누가 결재했는데!)"
[당신은 여기에 왜 있는 거요, 그럼?]
[병원에서 얘기할 게 있다고 기다리라고 해서...]
"That's it, then! (그거요, 그럼!)"
거구의 형사가 몸을 몇번 추수리고는 이내 익숙한듯 대기실 의자에서 조는 자세를 했다.
우디는 그를 보다가 경험이 많은가 보다고 저도 눈 좀 부칠 자세를 했다.
'참!'
그는 바지 주머니에서 셀폰을 꺼냈다.
그리고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요."
"뭐해! 어디야?"
"음..."
우디가 사실대로 말해야겠다고 입을 마악 벙긋하려는데 대기실로 간호원 한명이 헐레벌떡거리며 뛰어들어왔다.
"유 투! 컴!"
우디는 형사와 마주보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생명 연장 장치를 제거 당한 애담이 온 몸에 경련을 일으키며 떨어댔다.
그가 한쪽만 남은 눈을 부릅뜨고 사방을 보더니 우디와 눈길이 마주쳤다.
"으으으! 으으!" 그가 한 팔을 움직이려 버둥거렸다.
형사가 저고리에서 볼펜을 꺼내 우디의 손에 쥐어주었다.
아주 경험 많고 익숙하게.
그런데 애담이 손을 마구 떨었다.
'펜을 지한테 달래는 건가?' 우디는 펜을 내밀어봤다.
애담이 그나마 움직일 수 있는 손으로 펜을 나꿔채고는 시트에다 무얼 쓰려고 했다.
형사가 우디의 손을 끌어다가 가까이 했다.
애담이 우디의 손바닥에다가 피 날 정도로 아프도록 눌러가면서 숫자들을 썼다.
그리고 끝에다가 알파벳 몇개를 썼다.
그리고 애담의 손이 펜을 잡은 채 시멘트처럼 굳었다.
'일단 이 자식을 살려줘?'
우디는 어떤 앞을 내다보고 있었다. [내가 앞으로 이 사람의 치료비를 부담하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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