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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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9. 25. 07:13

   며칠이 지났다. 
우디는 형록을 어떻게 됐나 하고 만나러 가거나 연락을 해봐야 하는데.
아내에게 변명하는 번거로움이 싫었다. "나 어디 좀 다녀올 데가 있는데."
   "자기, 어쩔려구... 자기가 뭐 어떻게 해보려구?"
   수키는 남편의 무모함이 마음에 걸렸다. "경찰에 넘기던가, 아니면, 걸리게 놔두지?"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냐..."
   "그럼, 뭐가 중요한데?"
   "영호 자식이 벌써 얼마째 잡(job)도 없이 노냔 말야. 그런데도 돈은 쓰고 다니거든? 옷두 짝 차려 입구? 지네 집에서 돈 버는 사람이 누구야?"
   "원래 돈이 있는 집인가부지."
   "몰게지를 못 내서 집을 팔았다는 말만 들었는데... 그렇다고 한참을 놀면서도 먹고 쓸 돈이 남나?" 
우디는 온갖 핑게거리를 창조해 냈다.
   "내 말대로, 자기, 경찰에 넘겨. 응?"
우디는 조금만 더 알아보면 되는데, 아내가 불안해 하는 바람에 포기했다. "알았어."

   3월로 접어들면서 추위는 되려 그 맹위를 떨쳤다. 폭설도 내렸다.
그래서 우디와 수키는 아예 두문불출했다.
끽 해야 날씨가 조금 풀린 날, 우디 혼자 나가서 장을 잔뜩 봐오는 것이 고작이었다. 벤즈 차의 트렁크에 뒷좌석에 실을 만큼 가득 실어 나르곤 했다.
수키는 차차 마음에 안정을 찾으며 애담 키우는 맛에 홀딱 빠졌다.
몸은 오십을 꺾으니 처져 가는 느낌이지만, 마음은 처음 만났을 때의 이십대로 돌아가고 싶어했다. 
   그래서 어느 따뜻한 날, 수키는 우디의 청에 마지 못한 척 아기를 데리고 버지니아의 용하다는 한의를 찾아갔다.
거기서 맥을 짚히고, 약 처방을 넣고, 용을 넣어 푹 고아 만드는 보약을 주문했다.
   "약은 잌스프레쓰로 댁까지 갑니다, 녜, 녜!"
한의의 지나친 친절을 뒤로 한 채, 부부는 버지니아까지 온 김에 식사나 하자고, 신문에 자주 등장하는 한식 레스토랑의 이름을 기억하고, 열심히 찾았다.
결국 한인들이 보이는 세차장으로 들어가서, 우디는 그 레스토랑으로 가는 길을 물었다.
두 명의 남자들이 우정 길가까지 나와서 가는 길을 친절히 일러주는데, 우디는 이상한 예감이 들었다. 
어느 베이지색 토요다 승용차 한대가 잠깐 섰는 새 벌써 두번째 앞길을 지나치는 것이다.
그 승용차는 우디의 눈에 몹시 익어보였다. 
우디는 눈만 치켜떠서 그 차의 운전자를 봤다.
거리가 끽 해야 열댓자 정도 떨어졌을까, 그 차 안에는 덩치가 산만한 흑인 사내가 탔는데 시커먼 선글래스를 썼다. 눈이 마주쳤는지는 모르겠지만 그자의 반쯤 돌아온 얼굴의 방향으로 미루어 이쪽을 훔쳐보면서 지나치는 것임을 알 수 있었다.
   "고맙습니다!"
   우디는 그들에게 건성으로 대답하고, 벤즈 차를 향해 돌아섰다. "수고하십시요!"
그 토요다 차는 다시 보이지않았다.
   '아닌가? 내가 지나치게 예민했나?' 
우디는 차에 타면서 주위를 살펴보는 것에 게을리 하지않았다. '전에 그 흑인 형사가 아직도 우리 뒤를 쫓아 다니나?'
   "어디로 가는지 알어?" 수키가 뒷좌석에서 앞으로 몸을 숙였다.
우디는 앞 방향에 보이는 한글 간판을 가리켰다. "저리로 가지, 뭐."
   "찾기가 복잡한가부지?"
   "뭐, 많네. 해장국집. 순두부집..."
   "해장국 먹어볼까?"
   "그러든지."
   "아니면 오랫만에 갈비에 냉면을 먹어볼까?"
   "그러든지." 
우디는 시원시원한 것이 아니라 건성이었다.
차가 세차장 앞 비탈을 후진으로 움직이는데 숙희는 거의 반사적으로 뒤를 돌아다봤다.
그 베이지색 토요다 세단이 또 지나갔다.
   "자기..."
   "나도 봤어."
   "또 우릴 미행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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