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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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9. 25. 07:14

   우디는 그 토요다 승용차의 번호판을 암기해 두었다가 집에 와서 쪽지에 적었다.
그리고 전에 용의자라는 자를 대면시켜 주었던 경찰에게 찾아가서 그 쪽지를 넘겼다.
   "What's this? (이건 뭐요?)" 
경찰이 이미 컴퓨터에 입력할 자세를 취하면서 물었다.
   "A car that followed me to and from Virginia. (버지니아로 그리고 거기서부터 나를 따라다녔던 차.)"
첫번째 경찰이 차 번호를 키보드에 두드리는데, 또 하나의 경찰이 지나가다가 참견했다.
   "That's one of our guys. (그건 우리 임원들 중의 하나요.)"
   "I know. Why? (압니다. 왜죠?)"
우디는 연속적으로 '그러니까 왜' 냐고 물었다.
그들은 똑바른 대답을 회피했다. 오로지 수사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무엇에 누구에 대한 수사 중이라는 설명도 없이. 
우디는 정식으로 불평 신고를 하겠다는 말을 남겼다.
   우디는 집에 돌아와서 아내 수키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정말 누가 나를 해치라고 시켰는지 몰라서 그러느냐고...
   "나도 제프가 자백했다 해서 그렇게 안 거야... 왜?" 
수키가 시선을 마주치지 못했다.
   "경찰이 나를, 우리를 또 미행해."
   "경찰이 왜?"
   "나도 몰라... 뭐 다른 게 있나?" 
운진은 속으로 '그야 당신이 더 잘 알겠지' 했다.
   "다른 거, 뭐?" 수키가 우디의 눈길을 슬쩍 피했다.
   "글쎄... 돈 몇푼에 제 인생을 거는 바보가 과연 있을까?" 
   우디가 그렇게 말한 의도는 과연 돈을 주겠다는 꾀임에 일생의 반 이상을 감옥에서 보내겠다고 나서는 자가 있을까 보냐는 의문이었다. "제프가 얼마를 준다 했길래."
   "돈도 돈 나름이지... 인생을 걸만큼 되는 액수면?"
   "그게 얼마쯤일건데?"
   "글쎄?"
   수키가 여전히 혼동된 얼굴을 했다. "경찰이 우리를 미행한다는 자기 말이 맞으면, 우리를 또 다른 누가 노리나? 아니면."
   "아니면, 경찰이 우리 주위를 감시해서 다른 뭐를 해결하려고 그러나?"
   "다른 뭐라니?"
우디는 현재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모두 역으로 바꿔서 생각해 보면 어떨까, 했다.
그러니까 경찰보다 한수 위인 어느 부서에서 수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면서 어떤 부류의 사람들이 접촉을 시도하는지 그걸 알아내려고 하는 것으로.
아내 수키가 어떤 회사를 인수했다가 금새 매각하는 작업을 두번인가 했다. 
그럴 때마다 매번 손실을 당하면서도 눈 하나 깜짝않고... 
감옥에 들어가 있는 제프의 돈을 제 맘대로 쓰면서 제프가 사람을 사서 우디를 해치려 했다고 믿게 만드는 배후가 뭔지.
   '어쩌면 이 여인이 나를 다시 찾고 같이 사는 등 이런저런 모든 행동이 계획에 의한 것인지도 모른다. 실상은 내가 상상도 못할 수준의... 대규모 집단사기 행각?' 
우디는 사기란 단어 말고는 딱히 건질만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았다. '어쩌면 나와 입 맞추고 살을 맞대는 이 여인이 뭇 사람들의 관심을 다른 데로 돌리게 하려고, 나를 이용해서 칼에 찔리게 하는 둥 촌극을 벌이는지도 모르지. 제레미란 자와의 관계가 의심스러운 단계까지 불거지자... 회사를 순식간에 접수하고 매각해서 그 흔적을 없애버려?'
제레미의 이름이 새삼 우디의 뇌리에 떠오르자 그는 속으로 무릎을 쳤다. '경찰이 애담의 피습 이후 제레미 때문에 수키를 미행하나? 그러니까 미행 대상이 내가 아니고 수키?'
   그러고 보니 수키 혼자 외출하는 일이 전혀 없다. 
그녀는 늘 집에만 붙어있고 나갈 일이 있으면 꼭 같이 움직이거나 아니면 남편을 시켰다.
그러고 보니 최근 들어서는 그녀의 셀폰이 거의 죽은 듯이 조용하다.
전에는 굉장히 바쁜 셀폰이었는데...
툭 하면 화장실에 숨어서 전화질이었는데.
우디는 이것들이 뭔가 다른 수법을 쓰나 보다고 의심이 부쩍 갔다.
   '갑자기 연락들을 이렇게 딱 끊을 리가 있나...'
   '병원에서 만난 그 여자... 우편물로 연락을 주고받는데, 애담이 작살난 거?'
그렇다면 사무실에서 모아 놓고 있는 우편물들 중 이 여자가 통신메모로 보낸 것이 있겠다!
가서 달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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