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에게서 설명을 듣고 난 숙희는 비장한 각오를 한 얼굴을 하고 말했다.
"아담의 목숨이 자기의 커스터드에 넘어왔다면... 아담, 죽여줘."
"후회... 아니, 나중에 원망 안 하지?"
"안 해."
"그래도 당신과 한 동안이나마 같이 살았던 새낀데."
"자기..."
숙희가 고개를 떨구며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나... 자기랑 결혼했어."
운진의 눈 가에 비웃음이 피었다가 사그라졌다.
"그래애... 나 자기랑 결혼하고도 방황했어. 왜?"
숙희가 새삼스레 흘러내리는 눈물을 내버려두었다. "그래... 자기가 화나서 소리친 것처럼 나, 자기랑 결혼한 거... 작전? 자기 말대로 작전이야. 그치만!"
숙희는 남편이 늘 쏴부친 작전이란 그 단어를 인용하니 남편이 화내리라 해서 손부터 내저으며 말을 이었다. "그렇지만 나... 자기 무서워. 그래서 존경해. 그리고 이제 나 자기 사랑해."
"그래서... 당신은 애담이 이 세상에서 없어지는 걸 원하나?"
"응!"
숙희는 저도 모르게 또 다른 눈물이 나오는 것을 간신히 참았다. "아담... 죽여줘."
운진의 얼굴에 미소가 피었다. "그러지."
"근데... 왜 알트를 자기의 정리 명단에서 제일 맨 마지막에 넣었어?"
숙희는 가장 궁금해 하던 것을 또 물었다. "내 명단에서는 알트가 일번인데?"
"당신 명단에서는 알트가 넘버 원이야?"
"응!"
"그러면... 재미가 없잖아."
"엉? 재미?"
"알트를 제일 먼저 처리하면 나머지는 절로 조용해지는데... 재미없잖아."
"자기... 참 못된 거 아니?"
운진은 침이 튀도록 풋 하고 웃었다.
"자기, 재미로 하는 거 아니잖아."
"아니지. 어떤... 머더뻐꺼들 모가지를 치는데 재미로 하나?"
"먼저 나한테 들려준 대로 하나씩 처리한다구?"
"당신한테 달렸다는 것은... 알고 하는 말이겠지?"
"나한테... 달렸다구?"
"내가 개인적으로 걔네들을 알지도 못하는데, 그럼."
"오..."
숙희의 얼굴에 감동의 빛이 잠시 비쳤다.
그러나 그 빛은 이내 사라졌다.
'이 이가 어디까지 알면서 나를 이렇게 욱조이는 걸까?'
그런데 숙희가 한가지 모르는 것이 있으니...
과거 운진의 죽은 전처 영란이 남편 몰래 불륜을 저질렀지만 마지막 가는 길에 남편에게 고마움을 나타낸 그것만으로도 운진은 아내와 통정한 사내 조가란 자의 머리를 돌로 깠다.
죽으라고...
그러니 이제라도 숙희가 남편 운진에게 그 동안 감싸준 것을 고마워 하기만 해도 운진은 돌로가 아니라 뭘 들고라도 그 동안 새아내 숙희를 괴롭힌 자들을 처리해 줄텐데...
숙희가 그렇게 하지않는 이유는 그녀가 마음이 약해서가 아니다.
그녀가 남편 운진을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문제는 숙희가 살아오면서 남자라는 짐승들을 절대 믿지 않는 것이다.
그것은 남편에게도 예외가 아니었다.
게다가 남편은 처음 결혼했을 때 그녀가 탈취하듯 써버린 돈을 내놓으란다.
그 돈은 뺏은 것이 절대 아닌데...
그를 붙잡아 놓는 빌미인데...
이제 그는 그 돈을 내놓으란다.
그리고 그녀가 그 돈을 내놓는 날은 그와의 마지막 날이다.
하지만 그가 돈을 다 찾아주는데 무슨 핑게로 안 주고 버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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