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디는 목을 빼어서 그 차의 번호판을 읽어보려고 했다.
그 차의 번호판은 요금을 추가로 내어 신청하는 특별판이었다.
그 베이지색 차는 호호백발 할머니가 골목 끝의 일단정지 사인 앞에서 멀찌감치 떨어져서 멎었다.
'하긴 이 길은 막힌 길인데, 아까 집 앞으로 지나간 차가 이리로 오지 못하지.'
우디는 차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 골목을 나가면서 전화해야겠다...'
우디는 그 길의 끝에까지 가서 유-턴을 했다.
그리고 아까의 일단정지 사인 앞에까지 단숨에 왔다.
여기서 목을 빼어 내다보면 자세히는 안 보여도 집 앞의 상황은 목격할 수 있다.
'음... 렠서스가 아직 그대로 있나...'
우디는 일단정지 사인판에서 좌회전을 했다. '저기쯤 나가서 전화하자.'
그가 얼마쯤 가다가 수키에게 전화하려고 셀폰을 뒤지는데, 되려 그것이 진동했다.
그는 셀폰 스크린에 나타난 발신인을 보고 낮게 신음했다.
수키의 셀폰이었다.
"녜."
우디는 늘 그러듯 그렇게 전화를 받았다. "그렇잖아도 전화를 막 하려던 참인데..."
"자기, 어디야?"
"왜?"
우디는 반문하면서 저도 모르게 주위를 살폈다. "경찰서에서 나왔는데?"
"집에 온 거야?"
"아니? 복숭아... 사러 가야지."
"으응."
"왜?"
"난 또 자기 차가 집에 와 있거나 지나갔나 해서... 아니지?"
"내가 여기가 어딘데 집 앞을 지나가겠어. 당신도, 차암..."
그러면서 우디는 당장 유-턴을 시도했다. "뭐 먹을 거 살까?"
그는 차를 속력내어 집으로 통하는 길을 달렸다.
"자기가 알아서 아무 거나 사 와."
"그러지!"
우디는 셀폰을 접어서 옆시트에 던졌다.
그리고 그는 집 앞에서 급 브레이크를 밟았다.
렠서스 차는 차고 앞에 있지않았다.
'어쩐지! 그 새 또 나간 거야?'
우디는 차를 다시 움직이게 했다. '지금쯤 아마 집으로 부지런히 오는 중인가 보군.'
그는 차를 급히 몰아서 무조건 나타나는 골목으로 좌회전했다.
그 길도 역시 끝나는 길이다.
우디는 차를 유-턴 시켜서 코너까지만 돌아왔다.
이 골목은 일단정지 사인판이 설치되지 않았고, 모서리에 사람 허리 정도 깔린 정원수가 자라고 있어서 승용차 따위가 숨기에는 아주 안성마춤이었다.
우디는 차를 완전히 세우고 내렸다. 그리고 그 정원수 곁에 서서 집 방향은 볼 수 있고, 그 쪽에서는 얼른 식별 못하도록 자세를 잡았다.
아니나 다를까, 눈에 지독스럽게 익은 아이보리색의 렠서스가 저만치서 달려오는 것이다.
그 차는 단숨에 집 앞 드라이브웨이로 사라졌다.
우디는 그 차에서 사람이 내려서 집 안으로 들어갈 만한 시간을 잰 다음 제 차로 향했다.
'어떻게... 어디를 나갔다 온 것을 알아내지? 무턱대고 물으면 나만 바보될 거고. 전화로 나 어디 있느냐고 확인했는데, 나갔다 오는 걸 다 봤다고 하면 진짜 병신되는 거지.'
우디는 그 골목에서 좌회전을 하면서 뭘 보고는 저도 모르게 아차! 했다.
어떤 하얀 벽이 돌진해 오는 것을 곁눈으로 본 것이 우디의 마지막 장면이었다...
그리고 그 때 우디가 욕한 대상인 베이지색의 토요다 세단이 골목에 나타났다.
제롬은 처음엔 추렄 앞으로 세단이 앞질러 가는 걸로 알았다.
그는 그랬다가 그 차들이 움직이지 않는 것에 의심이 갔다.
Shit! Crash?
제롬은 대시보드에 놓고 다니는 단발 경조등을 서둘러 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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