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담이 아직 정신을 못 차렸으나 의사 말이 '스테이블 앤드 스테디' 즉 꾸준히 회복되어가고 있다 했다.
내장 출혈이 멎으니 혈압이 차차 정상을 찾고, 광대뼈가 무너지면서 코 안과 입 천장을 망가뜨렸는데 호흡과 음식을 취하는데에는 큰 지장이 없을 거라고.
문제는 머리를 크게 다쳤는데, 그 후유증은 깨어나 봐야 안다고.
그리고 척추를 크게 다쳤으니 걸을 수 있을지도 깨어나 봐야 안다고.
운진은 흑인 형사와 나란히 병원을 나섰다.
운진은 자꾸 따라 붙으려는 형사를 완전 싫은 기색으로 떨쳤다.
[수사는 당신들이 알아서 하는 거지, 나 같은 사람을 쫓아다녀서 뭘 알아내겠다고!]
"Where're you going, Sir? (어디를 가십니까, 썰?)"
[내 여자 친구 만나러! 됐소?]
[오!]
[그렇소! 나는 내 아내와 이혼하오.]
[오!]
흑인 형사 제롬이 그제서야 우디를 놔주었다.
운진은 일부러 더 눈에 띄게 큰 길로 차를 몰고 다니다가 정애가 사는 아파트로 갔다.
거기서 운진은 문을 암만 두드려도 응답 없는 것을 맞아야 했다.
정애는 전화 통화 시도에 응답하지 않았다.
'다 때려치고 한국 나가나? 그렇다면, 수키에게 아주 좋은 일이고.'
운진은 그 아파트를 돌아나오다가 정애의 전화를 받았다. "녜, 어디요?"
정애가 막 시작한 일자리라 전화 받거나 누가 찾아오는 것을 일단은 사양한다고 했다.
"혹 모르니까 몸조심 잘 하시라고."
"왜요! 어디 가세요?"
"아니, 그냥... 앞으로는 잘 못 볼 것 같아서."
"이혼하고, 떠나는 거예요?"
"이혼은 아직 안 했는데... 그냥, 좀 숨어 지내고 싶어서."
"성격 참... 알았어요! 연락해요, 그럼."
"그래요."
운진은 그렇게 정애를 일단 정리했다. 그녀의 안전을 위해서였는데.
'이해하면 하는 거구 이해 안 하면 안 하는 거구. 상관없어!'
운진은 모텔에서 절대 멀리 움직이지않았다.
매일 같은 코스로 다니며 아침 커피, 점심은 돌아가며, 저녁은 피자나 차이니스 음식을 사 먹으며 마치 아내가 불러줄 때까지 참회하는 모습처럼 보이도록 노력했다.
그러나 그 흑인 형사와 종종 연락을 취하면서 돈의 행방에 대해서 그리고 애담의 경과에 대해서 의논했다.
그렇게 협조적임으로써 그 흑인 형사가 훗날 아주 큰 도움을 베푸는 길잡이를 튼 것이다.
월요일이 되었다.
모든 이들이 정상적인 활동으로 돌아갔다.
운진은 이제 더욱 한가해진 도로에 모습을 종종 나타냈다.
길 건너 세븐-일레븐에서 모닝 커피를 사면 일부러 그 앞 주차장에서 다 마시도록 어슬렁거렸고. 해가 많이 퍼지면 모텔 앞 길에서 짧은 조깅도 했다.
'흐흐흐! 씨발놈들! 날 감시하다가 지루해서 죽을라. 여기서 몇 블렄만 가면 집인데.'
운진은 그런 장난을 하면서 어디서 날 감시하나 하고 슬쩍슬쩍 살폈다. '음! 저거네!'
그의 눈에 익은 차량이 보였다.
그 차는 모르긴 해도 숙희가 계모 장례일로 캘리포니아에서 왔을 때 장의사 앞에서 본 그 차 같았다.
저게 아마 알튼가 하는 새끼지?
그는 영아를 찾아가는 촌극도 생각했는데, 그만 두었다.
거기서 칼침을 맞았고.
또 간다면 아마 미행하는 자들이 '저거 병신 아냐' 하고, 물러갈 것 같아서.
그렇게 되면 우디를 어려워하며 감시하던 눈들이 쑤에게로 간다.
'개리새끼를 좀 만나야겠는데? 아무래도 그 새끼 짓이지...'
'뭐야. 제픈가 하는 새끼의 남은 돈도 쓱싹?'
그는 돈이 얼마인지 알 도리가 없지만 한두 밀리언 달라 갖고 장난하는 것은 아니라고 여겼다.
'[소설] 두개의 세상 pt. 04' 카테고리의 다른 글
pt.4 2-10x020 (4) | 2024.09.20 |
---|---|
pt.4 2-9x019 (1) | 2024.09.20 |
pt.4 2-7x017 (1) | 2024.09.20 |
pt.4 2-6x016 (1) | 2024.09.20 |
pt.4 2-5x015 (2) | 2024.09.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