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운진에게 감히 말을 못건네는데.
"형부, 손 괜찮어?"
영아만 전혀 스스럼없이 그에게 말했다. "유리 깨졌는데, 괜찮어?"
"음. 괜... 찮소."
"그래두 어디 좀 봐. 손."
"괜찮은데..."
운진은 말은 그렇게 하면서 손바닥을 펴보였다. 그의 손바닥은 말짱했다.
영아가 그의 손바닥을 쓰다듬었다. "큰일 나려구..."
운진이 제 손을 치웠다.
영호는 죄 지은 사람처럼 완전히 풀 죽은 모습을 하고 고개도 푹 숙인 채였다.
형록은 눈 둘 데를 몰라 새삼스레 방 안을 둘러봤다.
"이 술이 달죠, 형부."
영아가 글래쓰를 두손으로 잡고 술을 입에 흘려 넣었다. "난 맛있네?"
형록이 제 배를 살살 쓰다듬었다. "왜 난 술만 들어가면 속이 쓰리지, 요즘?"
"빈 속에 술 들어가서 그런가부지, 뭐."
영호가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들려다가 말았다.
운진이 글래쓰에 남은 술을 마저 비우고 입안에 딸려 들어간 얼음을 우두둑 씹어 먹었다.
"영호 너, 신가 챌리 생부새끼하고는 지금도..."
운진은 영호에게 말하려다 말고 무릎 앞에 꺼내놓은 셀폰을 내려다 봤다.
자정이 지난 때에 그의 셀폰이 진동하는 것이었다.
"새부인? 어디 좀 봐요."
영아가 운진의 셀폰을 집어들었다. "개리... 뻐꺼?"
영아가 셀폰을 집어 던지듯 놓고는 우스워 죽겠다고 넘어갔다.
운진이 셀폰을 집었다.
"요!"
그의 응답은 주로 흑인들이 귀찮을 때 던지는 그런 투였다. [그렇소. 내가 걸었소.]
운진이 한밤중에 미국인하고 통화하는가 본데 숫제 욕으로 시작해서 욕으로 이었다.
[내 딸이 너의 아들과 결혼했다고 내가 좋게 대해줄 줄로 알면 큰 오해다, 임마!]
그가 말끝에 아예 상대를 깔보듯 '보이!'로 칭했다. [애담은 누구한테 당했는지 완전히 묵사발이 되었고.]
운진은 묵사발을 '뻑덮'으로 표현했다.
[그 외에 너 밖에 누가 있냐? 좋게 말할 때 돈 돌려놔라... 증거? 네가 제프의 돈을 와이어로 옮겨준 그게 증거지, 임마!]
운진은 개리 시니어와 통화하면서 열이 뻗치고, 술이 도리어 깼다. [경찰도 주목하고 있는 쑤의 어카운트에 손을 대냐, 이 멍청한 놈아?... 그래! 경찰이 돈 옮겨져서 제로 밸런스인 것 카피해서 나한테 주었다. 나더러 아는 일이냐고.]
운진이 아무에게나 손짓으로 술을 딸으라고 신호했고, 영아가 얼른 움직였다.
[우린 아이알에스(IRS)에다가 그 카피를 첨부해서 더 이상 추적하지 말라고 할 거다... 제로 밸런스로 도둑 맞은 어카운트의 뒷조사는 걔네들이 하겠지... 행여 우리가 수작 부리는 줄 알고 눈에 불을 켜고 조사하겠지, 임마!]
운진이 딸아진 위스키를 숭늉 마시듯 넘겼다.
[제프한테는 갔다 올 거다, 임마! 돈이 돌아갔나 확인할 거고... 어린애 같은 장난을 그런 자리에 있는 놈 네가 하냐?]
운진이 어이없어하는 눈굴림을 해보였다.
형록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영아는 남편이 자러 가든말든 형부를 아주 재미있다는 듯이 지켜보는 것을 계속했다.
영호도 완전 취해서 비틀거리며 방을 나갔다.
"You've got twenty-four hours. Return her money back. Or I'll see you in person. (너에게 스물네 시간을 주마. 그녀의 돈을 돌려 보내라. 아니면 내가 너를 친히 보시겠다.)"
운진이 그 말을 끝으로 셀폰을 내려놓았다. "짜식이 술만 더 마시게 만드네!"
"누군데, 형부?"
"있어. 근데 자식이 저 사람 돈을 빼돌렸더라고."
"부인 남자야?"
"그런 사이는 아니고."
"부인이 비정직해?"
"응. 나보다 더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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