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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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9. 21. 04:25

   우디가 갑자기 다른 사람처럼 말투를 바꾸니까 형록 보다 영호가 긴장했다.
형록이 운진형을 슥 살펴보고는 영아에게 자리를 비키라고 눈짓했다.
그런데 영아가 되려 옛형부 곁으로 옮겨갔다. "형부 자알 하면 오늘 본성 나오시겠다?"
   "어이, 시이..." 영호가 눈치를 봤다.
   무엇보다도, 총을 머리에 갖다대었던 매형 아닌가!
엄밀히 말하면 영호가 주로 터진 쪽이다. '꼭 쪼다 같은데, 가끔 또라이가 된단 말야.'
우디가 양주를 달랬다.
   "네!"
   영아가 얼른 일어나서 술을 가질러 갔다. "형부 좋아하시는 걸루 가져올께요!"
   "..."
남자들이 다 가만 있는데, 형록이 말문을 열었다. "형, 대체 비결이 뭐유?"
   "무슨 비결, 마!" 우디가 쏘아부쳤다.
   "영아씨, 저러는 거..."
   "처제가 뭘 어쩌는데?"
   "오늘은 아주 신이 났네."
   "처제가 신이 난 걸 왜 나한테 묻냐!"
   "어이, 시이... 나이드시면서 술버릇 고약해져 가네."
형록이 은근히 겁 먹고 긴장했다.
왕년에 영호의 목에다 스위스 아미 나이프를 들이대고 낮은 목소리로 읊어대던 운진형... 
너 여기서 죽어봐야 프리저에 처넣으면 몇십년도 몰람마!
영호도 은근히 우디의 눈치를 보는 중이다.
만만히 봤는데, 어디서 배웠는지 발차기가 보통은 아니었다. 
인간이 제법 급소만 찾아서 정통으로 갈기는데, 숨도 못 쉬고 죽을 뻔했던 기억.
   "이게 맞죠, 형부!"
   영아가 드워의 와이트 레벨 위스키 병을 들이밀었다. 
그것도 제일 큰 놈으로. "맞죠!"
우디가 쓰게 웃었다.
형록이 영아에게서 술병을 받았다. 
위스키가 주욱 한잔씩 돌았다.
영아도 한잔 달래서는 두 손으로 글래스를 잡고 잘 마셨다. 
영아가 발그스름해진 얼굴로 연신 방글거렸다. 왜 안 그렇겠나...
그토록 보고 싶고 사랑하는 형부가 바로 곁에서 술을 같이 하는데...
그 당시 형부가 술에 만취된 것을 덮쳤는데...
영아는 그 때의 그 일을 기억하며, 지금도 가슴이 찌릿찌릿하는데...
우디가 영호에게 글래스를 불쑥 내밀었다. "영호 받아라!"
   "어, 나 이제 완전 취했는데." 영호가 손을 내저었다.
   "내 잔 받을래애, 아니면, 내 손에 죽을래?"
   우디의 얼굴이 전혀 다른 사람이다. 
살기가 도는. "응? 죽을래애, 잔 받을래?"
형록이 영호에게 눈짓을 보냈다. "받어."
   "어이, 시이... 나 정말 취했는데." 영호가 마지 못한 척 손을 내밀었다.
그 때 우디가 손에 쥔 글래스로 영호의 얼굴을 가격하려다가 멈췄다. '아참! 처제가 있지!'
   "으잇!" 영호가 기겁을 했다.
우디가 손에 쥔 글래스를 간단히 부수었다. 
   "너, 영아 니 동생 때문에 목숨은 살려둔다. 오빠만 아니었으면, 넌 내 손에 죽었다. 나하고 좆까지 마라. 씨발놈아!"
그의 손에서 유리 가루들이 떨어졌다. 그런데 그의 손은 말짱했다.
영아가 여전히 두 손으로 글래스를 붙잡고 위스키를 한모금 한모금 마시며, 벌어지는 상황이 뭐 그리 재미있다고, 방글거리며 남자들을 돌아보았다. "형부 이제 쪼끔 취하셨나 봐."
   "미안해요, 처제. 내가 술이 좀 취했나 봐."
   "이제서야 내가 아는 옛날 형부 같아요. 호호호!"
   "히히히! 난 그저 술이 들어가야 사람 구실 한다니까?"
   "그 동안 참고 어떻게 사셨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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