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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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9. 21. 04:24

   형록이 영아를 돌아다봤다. 
   "이거 술이 확 깨네?"
   "그러네." 영아가 눈을 내리 깔았다.
   "형님이, 바람이란 걸 피워서 이혼, 당한다는 거유?"
   "그런 셈이라니까. 남 말할 때 어디 갔다 왔냐?"
   "허허허! 씨발! 옛말이 하나도 안 그르지? 얌전한 고양이새끼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더니, 딱... 점잖은 척 하는 냥반이 새 장가 가서는 바람을 피워..."
   "왜 다들 나를 얌전하다 점잖다 그렇게 보는 거지?" 우디는 말하고 나서 영아를 봤다.
영아가 입을 가리고 웃었다. "그러게요. 형부 전혀 안 그런데."
그 때 시간이 거의 자정에 가까운데 이 집 방문이 밖에서부터 와락 열렸다.
   "어?" 
영호가 얼굴을 들이밀었다가 물러섰다.
형록이 입맛을 다셨다. "이런 씨팔! 인제 가져오는 거야?"
   "어이, 욕은, 이사람아..." 
영호가 운진의 눈치를 보며 방으로 들어섰다.
   "난 돈 먹고 튄 줄 알고 낼 날 밝는대로 사람 풀어서 잡으려고 했지?" 
형록이 정말이라는 것을 강조하듯 주먹을 쥐어 보였다.
영호가 잠바 안에서 담배 보루를 우루루 쏟고는 빈 술잔을 찾았다. "나도 한잔 줘."
형록이 제 술잔을 내밀었다. "형님한테 인사 안 해?"
   "안녕하슈?" 영호가 우디에게 슬쩍 인사했다.
   "영호, 오랫만이다."
   우디는 제 술잔을 비우고 영호에게 내밀었다. "내 잔도 받아라?"
영호가 영 죄스러워 하며 '안경 쓴' 것을 연거퍼 비웠다.
영아가 제 앞의 수저를 오빠에게 돌아가게 했다.
   "근데... 저 화잇 브레드 동네에서 사는 냥반이 여긴 어인 행차시요?" 
영호가 섞어찌게를 뒤적거리며 비꼬듯이 말했다.
   "얌전한 부뚜막 고양이 바람 피웠다가 이혼 당한대. 어이구, 씨발!" 형록이 가렵다고 여기저기 긁는 시늉을 했다.
   "부창부수네."
   영호가 건더기 하나를 입에 쑥 넣었다. "그럴 때 그렇게 말하는 거 아닌가?"
모두 말이 없다.
   "아니면 부전부전이든지. 부부 부짜. 부부 부짜." 
영호가 그 말을 하며 손가락으로 허공에다 한자 쓰는 시늉을 했다.
우디는 대꾸 대신 빈 술잔을 집어서 영호더러 잔말말고 한잔 딸으라고 했다.
영호가 얼른 두 손으로 병을 기울여서 술을 딸았다. "술 들어가면 말 없어지는 거 여전한 걸로 보아 옛매형이 틀림없군."
우디는 술을 단숨에 입 안에다 털어 넣었다.
이번에는 형록이 우디에게 술을 딸았다.
우디는 그것도 단숨에 비웠다. 그리고 영호가 쓰던 수저로 찌게를 건져 먹었다.
   "어쩐지 그 여자하고 안 어울린다... 했지. 결국엔... 얼마만이유?" 영호가 과거의 빈정거림이 배인 말투로 물었다.
우디가 손가락 세개를 보이고, 형록이 '이? 삼년?' 하고, 놀랬다.
영아가 마지막으로 딴 산소주는 그녀가 마지막 잔을 마시고 동났다.
영호는 입맛만 버렸다고 쩝쩝 다셨다.
우디는 술기운이 삼삼하게 오르면서 콧노래가 절로 나오기 시작했다. 
   "이제서야 고향에 돌아온 것 같소, 처제."
   "그러게요. 노래를 하시네요."
   "미꾸라지가 깨끗한 물에 가면 죽는대잖아." 영호가 말했다.
형록이 발로 차는 시늉을 했다. "꼭 말을 해도 무식한 티를 내요, 하여튼!"
   "매제가 말해봐, 그럼!"
   "부스럼 난다고 하는 거야. 알레르기. 막 긁으면서."
   "뭐가 달라, 제기." 영호가 투덜거렸다.
우디가 느닷없이 킬킬킬 웃었다. "미꾸라지가 부스럼 나서 긁냐? 이 씨발놈들아?!"
두 남자는 말을 잃었는데 영아가 웃어 넘어갔다. 
   "오늘 잘 하면, 들, 형부한테 맞겠다..." 영아가 말하며 콧노래를 다 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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