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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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9. 21. 04:54

   형록의 가게 뒷방에 전기 히터를 켜 놓은 채 밬스 위에서 잠을 잔 우디와 영호를 아침 먹으라고, 영아가 깨웠다.
   "형부! 형부 좋아하시는 스타일로 북어국 끓였어요." 
영아가 유독 우디에게만 친절하게 굴었다. 
그녀도 지난 밤 제법 마셨는데, 거뜬한 모양이었다.
영호는 지나가는 말처럼 '아직도 형부야?' 했을 뿐이다.
형록은 그 때도 정신이 안 나는지 머리를 물건 진열대에 기댄 채 뭐라고 응얼응얼거렸다. 아마 영호처럼 말했을 것이다.
   "괜찮아, 처제? 어제 작정한 사람처럼 마시던데."
   "저 술 센 거 형부도 아시잖아요."
우디는 아주 시원하게 끓여진 북어국을 국물만 두 그릇 마셨다.
영호가 해장이라면서 미니쳐 사이즈의 위스키 두 개를 얻어왔다. "드슈. 속 풀어야지."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영호가 여전히 우디의 눈치를 봤다.
형록은 제일 젊은 자가 술병이 나서 아예 이층 방으로 도로 올라가 누웠다.
영호는 심부름을 빨리 해야겠다면서 우디에게 '또 봅시다' 하고는 부지런히 나갔다.
옛매형의 심부름으로 챌리의 생부 화가 양반을 또 만나러 가는 것이다. 이번에는 다른 용무로.
천상 우디가 아직 덜 깬 머리를 하고 매장을 지키고 영아는 애들이 일어났나, 일어났으면 아침들을 챙겨 줘야 한다고 '금방 올께요' 하고는 이층으로 올라갔다.
운진은 지난 밤 형록이 술에 잔뜩 취해 한 말이 기억났다. 
   영아가 형님을 보자 그 옛날의 애교스러움과 웃음이 되살아났다고. '비결이 뭐유?'
   '비결이 나한테 있을 리가 있나... 이렇게 또 거지가 된 내가.'
우디는 대충 술값을 매겨서 팔았다. 아니면, 단골들이 값을 알고 미리 내곤 했다.
오전의 술가게는 의외로 한산했다.
우디는 동그란 나무 의자를 끌어다가 올라앉고는 중간 방탄 유리 문을 닫았다. 그러면 소위 뺑뺑이란 것을 사용해서 장사할 수 있다.
사실 그는 이 가게에 놀러왔다가 칼에 맞았던 기억 때문에 더욱 싫어서 그랬다.
   '그나저나 날 찌르고 달아난 새끼를 어떻게 찾아서 작살내지?' 
우디는 눈을 확 떴다. '그 여자 나랑 이혼하면 현상금 건 것도 취소할 거 아냐?'
그러거나 말거나 맘대로 해라 하고, 우디는 물건 진열대에 머리를 기대다가 화들짝 놀라 아예 나무 걸상에서 일어섰다.
   "아저씨, 해 봐." 영아의 목소리가 들려서였다.
우디는 고개를 돌려서 보기도 전에 가슴부터 철렁했다.
영아가 소년 하나를 앞에다 세웠다. "폴... 이예요."
   "오오!" 
   우디는 아이가 놀랄까 봐 감정 조절을 하는데 힘이 들었다. "헤이, 폴..."
아이가 낯을 가리는지 엄마에게로 돌아섰다.
영아가 아이를 살짝 밀었다. "아저씨한테 가 봐. 괜찮아."
아이가 다시 돌아서서는 우디를 올려다 봤다. 그리고는 아이가 익숙한 미소를 띄웠다.
우디는 손을 천천히 내밀어서 폴과 악수를 했다.
아이가 악수를 하고는 부끄럽다는 몸짓으로 제 엄마에게 기댔다.
   "얘가 몇살이지?"
   "한국 나이로 다섯살이죠?"
   "벌써?"
   "그럼요. 언니 죽은지 올해 사년째잖아요."
   "오, 그런가?"
   "..." 영아가 옛형부와 눈을 마주치려고 애썼다.
우디는 어디다 눈 둘 바를 몰라 시선을 고정시키려고 애썼다. '나보고 무심하다고, 무척 서운해 하겠군. 그 새 그렇게 됐나? 얘가 벌써 우리 나이로 다섯살.'
   "언니 기일 다가오면 꼭 꿈에 보여요."
   "난..."
   우디는 영아에 대한 말을 못하고 고개를 떨구었다. "난... 참 무심한 인간인가 봐."
   "언니... 기일... 다음 달."
운진은 고개를 끄떡였다. "까맣게 잊었군."
   "새부인이 그 정도로 좋아요?" 영아가 말하고 나서 웃었다.
   "그렇게 보여?" 운진은 쓴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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