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가 지난 다음날, 수키는 눈발이 내리는 속을 뚫고 퇴원했다.
운서가 와서 미역국을 한솥 끓여 놓았다.
"언니. 부끄러워서 어떡해요." 수키는 정말 부끄러워서 얼굴이 빨개졌다.
운서가 남동생에게 눈을 흘겼다.
"그러게. 손주 볼 나이에 득남이라니 주책들이라고 놀려주고 싶은데, 부럽다. 니네들 용기가... 쉰둥이잖아."
아기는 누가 척 보더라도 엄마 아빠를 쏙 빼닮았다.
갓난 아기의 눈썹이 웬만한 여자 보다 굵고 특히 주먹이 보통 큰 게 아니었다.
모두들 수키의 손으로 눈이 갔다.
"왜들 그러세요..." 숙희가 손을 오무리고 감췄다.
"숙희 손이 여자치고 큰 편인 건 맞지, 뭘."
"내 손이 뭘 그리 크다고..."
"손만 커? 다 크지."
수키는 미역국을 그릇채로 들어서 후루룩 마셨다.
운서가 수키의 앞섶을 들추는 시늉을 했다. "젖 나오네?"
"네?"
"아유우! 유방이 크니 젖도 금방 흐르네? 꼭 애 여럿 낳아 본 여편네처럼."
운서가 수키의 앞 가슴을 아예 열었다. "애기 델구 와, 동생!"
수키의 크고 볼륨있는 가슴에 아기가 대어졌다.
"어떡해..."
수키가 감동적인 얼굴 표정이 되었다. 그녀는 차라리 울상이 되었다. "간지러워!"
갓난 아기가 눈도 못뜨면서 본능적으로 입을 딱딱 벌렸다.
운서가 아기의 머리를 받쳐서 입과 엄마의 젖과 만나게 했다.
아기가 순간적으로 엄마의 젖꼭지를 맹렬히 빨기 시작했다.
"아하하하!" 수키가 웃음인지 울음인지 분간 못할 소리를 질렀다. 아니.
그녀는 입 밖으로 소리내어 울었다.
그녀의 손 하나가 우디의 손을 찾아 꽉 잡았다.
"어머머머! 첫 젖치고 왜 이리 많이 나와? 너무 좋다아..."
운서가 아기의 머리를 똑바로 해 주며 연신 올케의 젖가슴을 이리저리 주물렀다.
수키는 남에게 유방을 내보여도 부끄럽지 않았다. 남의 손이 유방을 주물러도 괜찮았다.
그녀는 아기에게 젖을 바꿔서 물렸다. "젖 나오는 거예요, 언니?"
"봐!" 운서가 아기를 조금 떼어서 유두에서 뚝뚝 떨어지는 젖방울을 보여주었다.
분만을 유도한 의사가 그랬다.
마치 과거에 분만 경험이 있는 여자처럼... 질이 쉽게 열렸다고.
신생아가 젖을 잘 먹도록 유도한 누이가 그랬다.
꼭 애 여럿 낳아 본 여편네처럼... 젖이 금방 흘렀다고.
'입은 거짓말을 해도 몸은 거짓말을 안 하지...'
운진은 숙희에게 딸이 있을 거라는 믿음이 짙어져 갔다. '그래도 뒤로 연락 정도는 하고 있겠지? 내가 그냥 공개하자고 터뜨려 버려? 맘 편하게?'
숙희는 눈을 가늘게 뜨기 시작하는 아기를 코 앞에까지 놓고 들여다봤다.
'다행이다! 그 때 하긴 싸이코가... 성교는 하지않고 시늉만 해주었지.'
'그래도 지난 임신 기간 동안 내가 얼마나 마음을 졸였던지.'
그나저나 이 이와 싸이코가 정말 친한 사인가?
숙희는 이제 긴장이 완전히 풀려서 잠만 내리 잤다.
눈 뜨면 남편이나 시누이가 미역국을 펄펄 끓여다 주고.
남편이 아기를 부서질까 봐 조심히 안고 들여다 보는 것에 몰래 눈물 흘리고.
"자기. 나, 정말... 없어진 돈 그냥 놔두라고?"
"알트랑 흥정을 했는데... 모르지, 어떻게 나올지."
"무슨 흥정?"
"지금은 말 못 해. 좀 기다려 보자구."
"자기가 그러라면 그럴께."
"그, 합병 때 빼돌린 돈은 따로 잘 있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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