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4

pt.4 6-10x060

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9. 23. 02:51

   영호등은 뉴 욬으로 크리스탈 볼이 떨어지는 것을 보러 간다고 했다.
해마다 뉴 이얼즈 데이 이브면 어떤 코메디언 출신의 사회자가 뉴 욬의 타임 스퀘어 가든에서 벌어지게 하는 신년맞이 카운트다운을 말하는 것이다.
그들이 음식을 부지런히 끝내고, 수키에게 다시 한번 득남을 축하하고, 음식점을 빠져 나갔다. 
영호가 맨 마지막으로 나가며 우디에게 한잔 꺾자는 제스처를 보였다.
   "자기, 전처남하고 아직도 어울리니?"
   수키가 짬뽕 국물 떠 먹은 수저를 놓으며 말했다. "폼이 어색하지가 않네?"
우디는 대답을 어떻게 해야 수키가 오해하지않고 부드럽게 넘어가나 생각했다.
   "연관이 끝난 사람인데... 친구처럼 지내기로 했나부지?"
   "친구는! 나랑 나이 차가 얼만데... 너무 박절하게 할 수가 없어서."
   "저 자, 당신을 보통 괴롭힌 게 아니었잖아. 모함도 했대매. 챌리 아버지랑 짜고 수작도 부리고. 그런데 아직도 처남 매형이라고 부르나 봐?"
   "뭐... 그게 입에 배었나부지."
   "내 생각엔 저런 사람 그만 만나는 게 좋을듯 한데? 아까 걔네들 중에서 김 선생님 아들도 끼어 있는 걸로 보아 좋은 짓 하고 다니는 애들 아냐. 거기에 전처남이란 자도..."
   "신경쓰지 마오. 내가 알아서 할 테니."
   "저 중에 한 명은 전과자지, 아마?"
   "헷!"
   우디는 전과자란 말에 저도 모르게 웃었다. "나는 아닌가?"
   "자기는 재판에서 승소했잖아. 저 중 하나는 실형 받았다고 들었어. 될 수 있으면 저런 애들 가까이 오게 하지 마."
그런데 우디는 좀 전부터 자신도 모를 어떤 불안감 같은 것이 스며들고 있었다. 아니. 
불안감이라기 보다는 어떤 불길한 예감 같은... 
그래서 그들을 조만간 부를 것 같은.
   얼른 봤지만 실력들 좀 있어 보이던데...
우디는 조만간 잔머리 싸움 뿐만 아니라 실력 대결로 이어질 것만 같은 걱정을 안고 있다.
바깥은 그 새 해가 떨어져 어두웠다.

   수키가 코트 깃으로 코를 가리고, 우디가 담요로 꽁꽁 여민 아기 바구니를 들고 식당을 나서는데 종업원 중에서 누가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하고, 인삿말을 던졌다.
우디는 이미 벤즈 차를 향해 부지런히 가기 시작했고. 
수키가 닫히는 식당 문 안에다 대고, 네, 고마와요! 거기두 새해 복 많이 받아요! 했다.  
   "거기 얼음이야, 조심하라구." 
   우디가 땅바닥의 검은 부분을 가리켰다. "Black ice."
수키가 차 문을 얼른 열었다. "나도 이젠 늙네. 춥다, 자기."
   "흐흐흐. 만년 태권도 아줌만 줄 알았더니?"
   "내가 지금 몇살인데 아직도 그렇겠니, 자기야! 나두 여자다."
   "그래두 아까 걔네들을 짝 째려 보던데?"
   "흐흐. 봤니, 자기야?"
아기 바구니를 시트벨트로 꽁꽁 묶고 난 우디가 차 문을 서둘러 닫았다.
   잠시 후, 그 은색 벤즈 차는 식당 주차장을 떠났다. 
그 차가 떠나고 비운 자리에 빨간색의 투 도어짜리 스포트 카가 세워졌다. 그리고 그 차에서 일단의 젊은 남녀들이 왁자지껄 떠들며 내렸다.
아마도 이 식당으로 식사 겸 망년회를 하러 오는 모양이다.
곧 검은색 계통의 역시 스포츠 카가 달려와서 정차했다. 그 차에서도 일단의 청춘 남녀들이 내렸다.
그들은 모두 일행인듯 남자들은 악수를 부지런히 나누고 여자들은 더러 껴안고 환호성을 지르기도 했다. 
도합 여덟명은 되어 보이게 무리를 지어 식당을 향해서 가는데.
여자들은 춥다고 비명을 지르며 반뜀박질이고.
남자들은 옆으로 가는 놈 뒤로 가는 놈 등등 겨울 바람을 피하려고 애를 썼다.
주차장을 희미하게 비추는 백열등 보안등 불빛에 얼핏 보면 날파리 같은 것들이 움직이는데 자세히 보면 아주 가는 눈발이 바람에 춤을 추고 있었다. 
그렇게. 
2002년의 마지막 날은 그렇게 조용히 저물어 갔다...

'[소설] 두개의 세상 pt. 04' 카테고리의 다른 글

pt.4 7-2x062  (1) 2024.09.23
pt.4 7-1x061 또 다시 불거지는 헤드에이크  (1) 2024.09.23
pt.4 6-9x059  (4) 2024.09.23
pt.4 6-8x058  (3) 2024.09.23
pt.4 6-7x057  (1) 2024.0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