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디는 차의 시동을 부지런히 걸고 출발시켰다.
"자기. 우리 뭣 좀 먹고 들어가면 안 될까?"
"뭐 먹을까?"
우디는 거울을 통해 멀어지는 주유소를 눈여겨 봤다.
그는 김정애라고 확신했다. '어쨌거나 어디서 일하는지 저절로 알게 되었군. 식당 일은 안 하나?'
"미역국이 좀 질리거든? 먹긴 먹을 건데... 어디 얼큰한... 짬뽕?"
"알았소."
남자는 머리가 많이 세었고, 여자도 희낏희낏 새치가 많은데 갓난 아기를 바구니에 담아 들고 들어서니 음식점 안의 뭇사람들의 시선이 그리로 모였다.
출산 전에 종종 왔었던 한식 레스토랑.
앞에서 안내만 하는 여인네가 마침 나오다가 숙희를 알아봤다.
"어서 오세요... 어머?"
그녀가 바구니 안에 뭐가 들었는지 알았다. "애기 낳으셨네요?"
우디는 속으로 'Here we go again! (또 시작이군!)' 하고, 눈을 지그시 감았다.
"네." 수키가 명쾌히 대답했다.
"맞아요, 저번에 오셨을 때 배가 좀 부르셨다 했는데."
"쉰둥이예요."
"저두요! 울 엄니가 올해 아흔이세요. 저도 쉰둥이..."
그 여인이 부부를 구석 자리로 안내했다. "주문 곧 보낼께요?"
'그럼, 당신은 마흔이시군!'
우디는 그렇게 속으로 그녀를 핀찬주었다. '아는 체는, 제기...'
수키가 의자에 앉으며 목도리를 풀었다. "자기도 목도리 풀지?"
"응."
우디는 아기가 든 바구니를 수키의 옆에 고정시키듯 밀어 넣었다. "거기는 히타 바람 안 닿지? 마른 바람 맞으면 애기에게 안 좋아서."
수키가 남편에게 인정의 눈빛을 보냈다.
우디와 수키는 마주 보고 앉아서는 희미한 미소를 주고 받았다.
"자기 쑥스러워서 그러니?"
수키가 목소리를 최대한 낮췄다. "얼굴 좀 펴지?"
그제서야 우디는 목도리를 풀어 아기가 든 바구니 위에 놓았다. 한겹이라도 더 도움이 되라고. 그리고 장갑을 벗어서는 코트 주머니에 꽂고, 그 코트를 벗었다.
그제서야 수키는 밍크 코트를 벗어서 그냥 등 뒤로 떨어지게 했다.
누가 보더라도 돈 많은 중년 부부로 보인다. 그리고 수키에게서 풍기는 자연적인 부티가 더욱 돋보인다. 그런 면이 우디에게는 수키의 뒤에 후광이 비치는 것으로 느껴진다.
"난 이미 정했어, 자기. 알지?"
수키의 말에 우디는 주문 받으러 빨리 안 오나 하고 카운터 쪽을 쳐다봤다.
영호가 다른 두 명의 남자들과 들어섰다.
영호는 카운터 쪽을 기웃하는 우디와 눈이 마주쳤다. 이어 영호의 눈에 영화배우 같은 여인네가 옛매형과 마주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어, 가만!"
영호가 용수철이 튀듯 달려왔다. "어, 정말! 매형 애? 아들?"
우디의 얼굴이 부끄러움에 완전히 일그러졌다. "그래."
"울 누이도 못 낳아준 아들을... 아, 새부인이시지, 참... 참!"
"허!" 운진은 그렇게 웃어주었다.
다른 두 남자가 두어 발짝 떨어진 거리까지 왔다.
"아아, 어쩐지 어디서 많이 봤다 했는데..." 그 중 나이 들어보이는 자가 말했다.
그 중 제일 젊어 보이는 자가 말했다. "형은! 매형한테 장난하고 그래요?"
"운동들... 하시나?" 운진은 불쑥 그렇게 물었다.
수키가 아까부터 쳐다보던 남자에게 손짓했다. "혹시 아버님 성함이 김 자, 흥 자로 시작하세요?"
"김 사범님?" 운진은 그 젊은 사내를 쳐다봤다.
세 남자가 일제히 굽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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