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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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9. 24. 00:49

   수키가 혹시 올지 모른다고 말한 챌리가 저녁 늦게 방문했다. 
동생이 보고 싶어서.
   "주니어는 안 오구?"
   우디는 큰딸을 잠깐 안아주고 풀었다. "니네 회사는 이상 없지?"
   "우리는 바빠요. 움직임이 너무 많아서 정신없어... 오히려 오버타임 하라구."
수키가 아기방에서 나왔다. "니네 회사는 레이어프 없지?"
   "네. 바빠요. 애기는요?" 챌리는 반복되는 질문에도 대답을 잘 했다.
   "기저귀 갈아줬더니 또 잔다."
   "살짝 보구 올께요?"
챌리가 아랫층에서부터 살금살금 걸었다.
   "쟤 신랑은 안 온대?" 
수키가 운진에게 물었다.
우디는 고개를 저어보였다. "몰라. 대답을 안 하네?"
   "둘이 벌써 사랑 싸움 하나?"
   "그래? 해야지. 해야 정이 든대잖어."
   "미국애들... 조심해야지. 속에 뭐가 들었는지... 절대 모르거든. 종자들이 이상해서."
챌리가 다시 내려오는 바람에 부부는 말을 멈췄다.
   "애기가 너무 이뻐요. 그 새 좀 큰 것두 같구?"
   "그러니? 우리야 매일 보니까 모르지." 
   수키가 챌리에게 대답은 해주면서 시선은 남편에게 가 있다. "얘 신랑 주니어가 오는지 알아야 밥을 할 건지 뭘 시켜 먹을 건지 결정을 하지?"
챌리가 제 백 안에서 셀폰을 꺼냈다. "오라고 할까요?"
   "주니어 오면 한국식은 못 하고... 파스타나 스테이크를 할까, 그럼?" 
말은 숙희가 하는데 시선들은 모두 아빠 우디에게 가 있다.
   "사실은... 저요, 한국 음식 먹구 싶어요. 그래서 왔는데."
   "그러면, 너만 먹구 갈 거니? 주니어는 안 오구?"

   챌리는 김치를 그렇게 밝혔다.
수키는 그녀 특유의 예리한 눈으로 챌리를 살펴보기를 마쳤다. '아직 괜찮은가 보군...'
   다들 그린티를 한잔씩 받아서 다 치운 부엌 식탁에 다시 모여 앉았다.
찻잔 손잡이를 계속 만지작거리던 챌리가 입을 열었다. "그 전에, 그 전에, 아빠..."
   "응, 그래."
   "먼저 엄마가아... 나를... 다른 아빠한테서 가졌는데. 아빠가 나 아빠라고 했잖아, 응."
   "그, 그렇지?"
   "그게 어떻게 파씨블(possible)이야?"
   "왜?"
   수키가 대신 응답했다. "얼마든지 파씨블이지."
   "하우..."
   "부모라는 네임은 그냥 얻는 게 아니지. 하나를 키우든 열을 키우든, 부모라면 어느 자식이든 다 귀하고 소중한 거야. 우리 말에 아롱이다롱이란 말이 있는데, 같은 엄마 아빠한테서 나왔어도 그 정도로 다 다르다는 말이지."
   "나는 아니잖아."
   "그걸 아빠가 처음부터 알았다 해도... 아빠는 너를 키웠을 거야. 왜?"
   거기서 숙희가 챌리를 한동안 봤다. "어쨌거나 자식으로 받았으면, 부모 자식 간은 천륜이거든."
   "천, 륜? 그게 뭐야?"
   "하늘이 내려준 거란 말일 거야."
   "아... 하... 늘."
   "이 엄마도... 아빠한테서 배웠어. 나는 내 아빠가 미웠었는데, 아빠가 가서 보자 해서 갔다 오니까... 역시 잘 했다는 마음이 들어." 
숙희는 입으로 조잘대면서 양심이 몹시 아파왔다. '부모 자식간은 천륜이라고 앵무새처럼 읊조리는 나는 에밀리를...'
운진의 눈이 숙희를 아주 먼 데 있는 이처럼 쳐다봤다.
   어렸을 때라 못생겨 보였어도 엄마를 많이 닮았다면 미인축에 들어갈 텐데.
걔가 아직 살아있다면 어디 사는지, 누구한테 알아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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