챌리와 개리 주니어가 돌아가고 난 후.
숙희는 남편에게 참아온 한가지 궁금증을 물었다.
'챌리가 우리 애 이름 애담으로 하자고 했을 때 왜 가만 있었느냐' 고.
"애담... 이름 좋잖아. 펄스트 맨. 즉 하나님이 처음으로 창조하신 인간의 이름."
운진이 전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말했다. "왜... 애담이랑 연관되어서?"
"아냐! 그건 아냐!" 숙희는 저도 모르게 펄쩍 뛰었다.
"흐흐흐! 일부러 강조하면 더 이상한 거 알어? 사람, 참..."
"아이, 차암! 자기 남의 말 좀 비꼬지 마라!"
"장난으로 하는 말이 왜 비꼬는 걸로 들리나아? 사람, 참..."
"자기가 장난으로 말하는 사람이야? 늘 뼈가 들어있는 말을 하면서."
"어허, 차암, 나아, 거어!"
그제서야 숙희가 운진의 눈치를 보고 입을 다물었다.
"개리도 힘들겠구만!"
운진이 느닷없이 그런 말을 했다. "애론하고 둘이 아주 짝짝꿍인 줄 알았겠는데..."
"왜?"
"애론 녀석이 개리의 뒤에서 손 써 놓은 거..."
"그래서 내 돈 영영 못찾아?"
"좀 떼어주라면... 찾겠지. 당신, 어떡할래?"
"참... 치사한 인간들만 있는 세상 같애."
"어이!"
운진이 최근에 와서 새로 늘은 장난으로 숙희의 코를 찔렀다.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나. 남의 입에 든 것도 빼앗아 먹는 세상인데. 꽁돈으로 보이는 거... 가만 있는 놈이 바보지."
"그거 꽁돈 아냐!"
"그래. 꽁돈 아닌데. 저것들이 지들 생각에는 장난놀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부탁도 안 했는데, 개리 녀석이 제프의 돈을 척 옮겨줘... 그렇다면... 당신은... 같은 놈이 당신의 어카운트에서 돈을 빼내갈 것을... 기대도 안 했단 말이면..."
"설마 했지."
"아니지."
"아니라니?"
"당신한테 돈이 다 모이면... 그 놈이 가로챌 놈이었지. 애초부터... 몇번을 말해."
"엉?"
숙희는 저도 모르게 남편의 손을 잡았다. "다시! 더 자세히 말해 봐."
"내가 누차 말했지? 당신이 수단 좋아서 돈을 끌어들인 것이 아니라 당신에게 돈이 모이도록 누군가가 조정한 거라고. 어떤 큰 손이... 즉 개리같이 높은 자리에 있는 놈이."
"그... 게 아닌데..."
"기대해. 당신한테 누가 전화하나."
"누가?"
"개리."
"개리? 체!" 숙희는 천만에라는 어조로 소리쳤다.
"알트는... 돈을 미끼로 당신을 원하지. 돌아오라고. 일거양득으로."
"자기!"
"개리는 당신을 미끼로 돈을 원하지. 결국 그 새끼의 연출이니까."
"자기... 그만 해."
"그래서... 둘을 싸움 시키면?"
"그만 하라니까?"
"둘이 당신과 돈을 놓고 싸움을 벌릴 때, 당신은, 경찰이 나한테 말한대로 돈을 갖고 달아날테지. 원래는 애담과 같이."
"후우!"
숙희가 열난다는 뜻인지 답답하다는 뜻인지 옷섶을 쥐고 흔들었다.
"애담은 잊어. 끝났거든? 내 말대로 당신이, 자! 느이들 먹어라 하고 던지면... 개처럼 저들끼리 싸우다가 다 떨어져 나가고, 죽을 놈 죽고, 나중에 당신에게 다 되돌아오는데..."
"개? 누가 개?"
"똥돈을 보고 덤벼드는..."
"개와 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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