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싸움을 다스리는 방법
"자기한테, 우리 젊어서 잠깐 사귀었을 때는 못느낀, 어떤 기질이 있어."
숙희가 유산슬 요리를 수저로 뜨며 말했다. "그걸 내가 요즘, 절실히 느껴."
"나이 먹어가면서 조절을 해야 하는데... 내가 워낙에 저질이다 보니."
"아니, 아니. 아니야."
숙희가 수저를 흔들어 보였다. "저질이라는 말이 아니라, 자기, 상대를 은근히 두렵게 만드는 어떤 기운이 있다구."
"뭘 보고 또 그러시나..."
숙희가 짬뽕 국물에서 밥을 건져 먹었다. "내 얘기 보다는... 바깥 사람들이 더 그러지."
"또 그런다. 거 인간들이 인사치레로 그런 걸 가지고."
"인사치레래."
"그럼, 남의 아내 보고 당신 남편 쪼다 바보 등신이요, 그러나? 그냥 당신 남편, 뭐 그렇소. 어쩌다가 그런 자식 만났소, 하는 거... 그냥 하는 인사야."
숙희가 유산슬에 든 어떤 고기를 젓가락으로 집어서 운진의 입에 넣어주었다. "내가 또 말하면 자기 화내겠는데..."
"하지 마, 그럼."
"알트가 조용한 게 결국 자기 때문이구나 하는 걸, 많이 느껴. 자기가 막 나가니까 함부로 대할 사람이 아니구나 하는지."
"자식이 개리를 어떻게 칠까 그거 연구 중인가부지."
"난 모른다 하고 나오면..."
"내가 말 한마디 하면 더 피할 거야."
"무슨 말?"
"그런 거 있어."
"말 해애!"
"나중에."
숙희가 짬뽕 국물을 연거퍼 떠마시고는 수저를 놓았다. "아, 배부르다!"
"이거 롤 남은 거 마저 먹지?"
"배불러 못 먹겠어!"
숙희가 식탁을 돌아와서는 운진의 목을 안았다. "잘 먹었어요!"
운진이 눈으로 웃으며 고개를 끄떡였다.
"부탁 하나 합시다."
운진이 소파에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말했다. "어려울 수도 있겠는데."
"내가 들어줄 수 있는 부탁이구?" 숙희도 디저트로 아이스크림을 먹는 중이었다.
"어려울 수도 있다고 했잖소."
"겁나네, 뭔지."
"만일 나 없는 어떤 때에 피치 못할... 공격 같은 걸 받게 되면... 애 보다는 당신을 먼저 생각하시요."
"왜 그래애... 나 무서워질라 그래."
"그런 자식들... 어린 생명이라고 귀중하게 생각하는 놈들 아니거든. 돈에 눈들이 멀어서."
"그럴... 지도 몰라."
숙희는 하마터면 '내가 잘 알지' 하고 말할 뻔 했다.
알기만 해.
내가 그 놈들한테 얼마나 수모를 당하고 고통을 당했는데!
그러나 숙희는 심각해지지 않기로 했다. "그래도 애기는 보호해야지."
"나한테는 아기보다 당신이 더 귀중하기 때문이요. 예를 들어 내가 당신과 아기 둘 중에 하나만 구할 수 있는 상황을 당했다고 하면, 난 서슴없이 당신을 구하지."
"얘 들어."
숙희가 아이스크림 푸는 플래스팈 수저로 앞에 놓인 베비 크립을 가리켰다.
"걔네들이 어떤 애들이냐 하면..."
운진은 애담이 완전 박살난 것을 말하려다가 말기로 했다. "그냥 보기만 해도 무식해 보이더라구."
숙희는 대꾸 없이 아이스크림을 마저 훑어냈다.
그런 걸 무식이라고 표현하기엔...
그자들은 한 마디로 무자비했다!
운진은 그 날도 미행 당하는 것을 몰랐다가 음식점 앞에서 경찰차에 붙잡힌 것을 보고서야 알았다는 말을 하지않기로 했다. '개한테는 몽둥이가 최고지. 어디 두고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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