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디가 보았다고 주장하는 내용들을 자초지종 다 듣고 난 미국인 정신과 닥터가 받아적은 메모를 되보여주며 간단히 지적해 준 골자는 이랬다.
환자는 첫 아내에게서 받은 불신감 때문에 뭇 여자들을 경시하고, 여자들은 남자를 성적대상으로나 여길 뿐 마음에서 우러나는 진지한 감정이 결핍되어있는 것으로 믿는다고.
그러한 상태에서 지금의 아내와 결혼을 했는데, 지적수준이나 사회생활의 격차가 큼에서 파생된 차이를 극복 못하고, 지속적으로 아내가 부정을 행하는 강박관념에 젖어있다고.
같은 정신과 의사가 똑같은 방법으로 쑤와 상담을 했다.
그리고 쑤의 보쓰적인 기질이 쉽게 말하면 남자에 통달한 여자라는 인상을 준다고. 가뜩이나 여자에 대해 불신감만 가득한 남편에게 행선지를 알리지 않고 한참동안씩 안 보이다가 불쑥 돌아와서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지내는 것이 사태를 더욱 악화시킨 것이라고.
그 닥터가 부부를 불러놓고 결론을 내렸다.
남편은 신경쇠약에 걸려서 현실과 환상을 구분 못하고, 되려 환상에서 본 것에 집착하는 데다가 기억력까지 흐려지고.
그러다 보니, 자연히 점점 더 극심한 환상에 빠지게 되고 끝내는 자신이 만들어 낸 스토리에 집착하게 되어 그 충격에 실신도 한다는 것.
아내는 크건 작건 결혼 생활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남편과 상의하거나 알리는 것이 아니라 평생을 혼자 살면서 헤쳐나온 사고방식대로 홀연히 없어졌다가, 물론 남편에게 알려봤자 걱정만 주고 도움이 안 될 것 같으니 그랬겠지만, 다시 돌아와서는 이타저타 말도 않는 그런 것을 지양하라는 것.
"Communication is two way conversation. (커뮤니케이숀이란 쌍방 대화입니다.)"
닥터가 손으로도 모숀을 취하며 두 개성이 한데 어울리기 위해서는 첫째도 대화 둘째도 대화 셋째도 대화라고 역설했다. "Remember, silence is not always golden. Don't forget. Communication. Talk. (기억해요, 침묵은 항상 금이 아닙니다. 잊지 말아요. 커뮤니케이숀. 얘기해요.)"
닥터가 보는 앞에서 두 사람 보고 포옹해 보라고 권했다.
자연 쑤가 먼저 우디를 덥석 안았다.
"Hold it! (잠깐!)"
닥터가 두 사람을 떼어 놓았다. "That's clinching, not hugging. (그건 꼼짝 못하도록 끌어 안는 것이지, 살짝 껴안음이 아니요.)"
닥터가 다시 안아보라고 손짓했다.
이번에는 두 사람이 머뭇거리기만 할뿐 누가 먼저 선뜻 나서지 않았다.
숙희의 두 팔이 올라가려다가 말았다.
"Woody. You first. (우디. 당신이 먼저.)"
닥터가 두 팔을 벌려서 안을 자세를 취하라고 시범을 보였다. "Not too wide, nor too low. (너무 넓게 말고, 너무 낮게도 말고.)"
그래서 우디는 두 팔을 쑤의 가슴께로 올려서 벌렸다.
"Very good! Sue. Your turn. (매우 좋소! 쑤. 당신의 차례.)"
닥터의 신호에 쑤가 팔을 벌리고 우디에게 접근했다.
"No, no, no! Just fall in there. Fall... in... there. Into his arms. (아니, 아니, 아니! 그냥 그 안에 들어가시요. 들어... 가시요. 그의 팔들 안으로.)"
"지저스..." 쑤가 어이없어 하면서 우디에게 가서 기댔다.
닥터가 쑤에게 팔을 움직이라는 신호를 보냈다. "Sue. Hug him. (쑤. 그를 안으시요.)"
그래서 우디가 쑤를 품 안으로 안았고, 쑤가 그의 품 안에 안겨서 두 팔로 그의 허리를 둘렀다.
우디가 쑤에게 턱을 고이려고 했다.
닥터가 입술로만 '노!' 하고, 고개를 저었다. 그가 쑤를 손가락질 했다.
그래서 쑤가 우디의 어깨에 턱을 고였다.
우디의 팔이 차차 올라가서는 쑤의 등을 가슴 높이로 안았다.
[이제 두 사람이 손을 마주 잡으시요.]
의사의 명령에 우디와 수키는 서로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서로를 마주 보시요.]
의사의 명령에 우디와 수키는 서로를 마주 보는데.
우디는 싱글싱글 웃으며 보고, 수키는 눈길을 피하는 것이었다.
의사가 고개를 끄떡였다. 조용히...
여자는 부정직하고, 남자는 다 알고 있다.
의사가 수키더러 혼자 남으라 하고, 우디를 내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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