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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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9. 30. 01:53

   "첫째... 애담은 돈 관리를 얼마나 잘 해오다가 변을 당했는지 모르겠지만, 의리 하나 외에는 당신하고 전혀... 안 어울리는 궁합 같소. 속궁합은 어땠는지 몰라도."
운진이 남자들 하나씩 언급해 가며 아내의 장래를 위해 분석해 주는 중이다.
숙희는 남편의 팔뚝을 살며시 쥐었다가 놓았다. "속궁합이니 그런 저질 표현 쓰지 마."
   "내 보기에 애담은 양놈이지만... 셐스는 별루였을 것 같은데?"
   "그만 하라니까? 나 안 듣는다, 그럼?"
   "둘째... 제레미는 시도만 하다가 헛물 켠 놈이지... 흥흥흥! 당신하고는 한두번 정도?"
   "아니라니까! 왜 자꾸 남을 의심해!"
   "그렇게 역정내면 더 의심받지, 이 사람아."
   "그럼, 자기처럼 숨어서 호박씨 까니?"
   "내가 숨어서 호박씨 까대? 깨놓고 밝히지."
   "제레미는 내 사전에 없어." 숙희는 그렇게 말하고 눈길을 피했다.
   "세번째... 제프는... 한번 겨뤄보고 싶어. 당신... 제프와는 정말 사랑했던 것 같아."
숙희는 제프의 희고 큰 ㅈㅈ를 눈 앞에 떠올리고 있다. 나이 먹었어도 그 위력은 아직 남아있을래나...
   "그나저나 클로버가 어떻게 제프를 고소해서, 뭘 원하는 건지... 단지 이글에게 간판 빼앗기는 게 싫어서 안간힘인지..."
   "유월달에 재판해 보면 알겠네."
   "그거... 당신이 이글과 만나면 당장 스탚되는데."
   "정말?" 숙희가 반색했다.
운진은 속으로 끄떡였다. '역시 둘은 사랑했어... 지금도.'
   "네번째는... 랠프. 티미. 그리고 설이 말에 의하면 캘리포니아에서 남자새끼 하나가 당신을 찾아서 곧 올 거라는데?"
   "왓?"
숙희의 왓이라는 말에 운진은 웃었다.
   "왜 말 하다 말고 웃어?"
   "당신의 그 왓, 그 말이 귀에 굉장히 익어서."
   "귀에 익다면, 누가 또 그러나부지?"
   "응."
   "..." 숙희가 생각하느라 눈망울을 굴렸다.
   "그나저나 당신을 사랑하다가 쓴물을 켠 사나이 하나가..."
   "뭐라구?"
   "당신에게 채인 사내 하나가 당신을 만나러 캘리포니아에서 온대. 아니면, 다들 와 있던가."
   "말도 안 돼!"
   "보자아... 젠장, 나한테 연적이 몇인가?"
   "자기!"
   "유명세를 이런 데서 타는 거지."
   "자기!"
   "그런데 그자들이 하나 같이 괜찮아. 당신 같은 여자가 왜 날 택했는지 점점 의문이네."
   "자기가 내 인생의 마지막 남자야. 그것만 알아줘."
   "그래애. 명색이 남편인데, 당신의 마지막 남자가 못 되어주면 또 딴 남편을 찾아야 한다는 거잖아. 그래야지. 남편만은 하나로 끝내야지."
   "그러니까... 가만... 자기 말에 어패가 있다?"
   "나랑 이혼하면... 두번째 남편은 안 만들더라도 또 마지막이라고 칭할 다른 남자를 만날 거 아냐? 그런 의미에서..."
   "자기 왜 말을 잘 비꽈?"
   "비꽈서 미안하군."
   "그 미안하다는 말 자체도 비꼬는 거야."
   "당신, 참, 모든 것에 이상하게 반응하며 사네?"
   "뭐라고?"
   "그러니 알고 지냈던 남자들을 죄 원수로 만들었지."
   "뭐라고?"
   "당신 비굴덩어리란 말 많이 들으며 살아왔지?"
   "뭐, 왓?"
   "난 영어를 모르지만 당신은 비굴이란 말이 영어로 뭔지 알 거야."
   "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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