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희는 펑펑 울었다.
그녀 자신도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고.
용서해 줘. 용서해 줘. 용서해 줘. 그녀는 그 말만 반복했다.
운진은 아내를 바로 앉혀놓고 줄곧 생각해 온 것을 물었다.
"당신이 제일 두려워 하는 게 뭐요?"
숙희에게는 세상이 온통 두려움이다.
지나온 일이.
그리고 특히 과거의 남자들이.
몸으로 그리고 돈으로 휘둘러온 남자들이 세월이 흐르고 보니 휘두른 것이 아니었다.
되려 그녀만 여태 놀림깜이 되어있다.
그 덕분에 남편까지 덩달아 남에게 놀림깜이 되었다.
이제 그런 남자들이 새삼스레 돌아오고 싶어하면서 그것이 쑤에게는 공포이다.
"내가 가장 무서워 하는 거..."
숙희는 입술을 떨며 울음을 터뜨렸다. "남자, 들..."
"내가 당신 곁에만 있어주면 하나도 안 두렵다고 입으로 말하는 사람이, 행동으로는 다른 셀폰을 몰래 빼서 통화하고..."
운진은 그녀를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우러났다. "내가 알면 뭘 어떻게 할까 봐 그러오?"
"아직 안 끝났어. 그래서 빨리 내 나름대로 해결해야 자기랑 평화롭게 살겠다 해서 서두르는 건데... 생각대로 잘 안 돼."
"나와 결혼해서 이젠 명실상부 남편이 있는데도 그 놈들이 찝쩍거리는 거... 그 이유를 아직도 모른다는 얘기네? 다 당신의 태도 때문에 그러는데도?"
"내 태도..."
"내가 무슨 육백만 불짜리 사나이도 아니지만, 당신이 가장 빨리 평화를 찾는 방법은, 개들한테 고기를 던져주는 것 밖에는 없다고 몇번을 말해도 그 놈의 돈에 대한 집착 때문에 당신 스스로 나잍메어를 자초하고 남편인 나한테도 자꾸 거짓말을 하는 거라구."
"나 정말... 자기가 그 돈 버리라고 할 때마다... 돌아가시겠다!"
"꼭 끌어안고 있어도 돌아가시네, 이 사람아. 오늘도 또 헛대화 했구만!"
"아유우! 미치겠네, 증마알!"
"딱 한마디만 묻겠소. 돈이요, 나요."
"나 자기는 자기대로 돈은 돈대로 원해."
"노. 내 질문은, 돈이냐 나냐 딱 두가지... 둘 다 하겠다는 당신의 욕심을 충족시켜주지 못해서 미안하군. 난 당신 돈 싫소. 그러니... 당신도 덩달아 싫어지오."
"아유우! 미치고 환정하겠네에!"
숙희가 팔짝팔짝 뛰며 소리소리 질렀다.
그러는 아내 숙희를 보는 운진의 마음은 도로 차가워져갔다.
도와주려던 마음이 차갑게 식는 것이다. "이거 한가지만 말하겠소."
"또 뭐를!"
"당신 고집대로, 당신 꾀대로 밀고 나가면... 나는 자동적으로 물러나고, 당신이 목숨처럼 아끼는 돈 결국 다 없어진다는 거... 그 뿐이요."
"제발, 그 생각 좀 고치고, 그 고집 좀 버려어!"
숙희가 앉은 자리에서 팔짝팔짝 뛰었다.
"내가 알고 싶은 것은 당신한테 마치 자동처럼 모이는 돈이 얼마까지며, 과연 누가 수금하러 올 건지."
"왜 자꾸 돈이 나한테 모인다고 하는데!"
"당신이 애를 안 써도 돈이 모이잖소?"
"다 내 돈 돌아오는 거야."
"그렇게 알고 있는 당신이 참 답답하군... 에잇, 모르겠다!"
운진은 앉았던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숙희가 붙잡기 전에 문을 향했다.
그 때 그의 바짓주머니에 든 셀폰이 조용히 진동했다.
"헬로! Who's this!"
[우디... 알트요...]
[왜 나한테 전화를 하는 거요! 그녀한테 해야지! She's yours!]
"It's not like that. (그게 그렇지가 않아.)"
"What the fuck do you want from me, then!"
"Easy, Woo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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