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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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10. 1. 01:01

   결국 우디와 수키는 출퇴근하는 파출부를 두기로 합의했다.
신문에 피출부 구한다는 광고를 냈더니 그 광고가 나간 첫날부터 우디의 셀폰이 쉴 새없이 울어댔다.
   "그만큼 경기가 안 좋다는 거야." 
수키가 아주 단정짓듯 그렇게 말했다.
세 여인 정도를 찍어서 직접 찾아오게 한 다음, 수키가 면접을 하고, 한 여인을 고용했다.
그 여인은 웬지 귀티가 나보이고 말은 안 했지만 일을 많이 해야하는 것 같았다. 
그 여인은 편의상 미세스 박으로 통일하기로 했다.
   "장을 많이 보셔야겠네요?"
   박여인이 부엌 냉장고를 들여다 보고 한 말이다. "물 밖에는 들어있는 게 없네요?"
그녀가 두번째의 냉장고도 열어봤다. "여긴 과일들만 들었구."
화려하고 넓직한 부엌에 냉장고가 대형으로 두 군데. 자동으로 청소하는 오븐. 금방 가열되는 전기 스토브와 눈 높이에 설치된 마이크로웨이브 오븐. 방 중앙에 자리잡은 카운터탚과 두 군데에 설치된 싱크대 등등 현대식으로는 갖추었는데, 이 집 부부는 거의 사다 먹는다.
특히 주부인 수키가 음식치라서.
   "미세스 박, 운전하시죠?"
   수키가 백에서 카드 하나를 꺼냈다. "이걸루 필요한 시장 보시고, 영수증만 챙겨주세요. 오늘부터 저녁 나오는 거죠?"
   "그러세요." 박여인이 카드를 받았다.
   "그리고 미세스 박, 첫날부터 그냥 맘에 들어요. 어디 아기 잘 보는 이 아시면 소개해 주실래요?"
   "베비싵이요?"
   "아뇨. 아기는 들어와 살면서 아예 맡아주실 분으로."
   "아, 네에..."
   "그리고 일주일에 두 번 와서 집 청소할 만한 분도 좀..."
   "청소두요..."
   "빨래까지 포함해서. 돈은 충분히 지불한다고 하세요."
   "알아볼께요."
박여인이 부엌에서 한참 무얼 적고는 그녀의 백을 지참하고 나섰다. "장 볼 게 많아서 시간이 좀 걸리겠는데요? 시장하시더라도 참으시..."
   "네! 운전 조심하세요."
수키는 여전히 보쓰 다운 자세가 술술 나온다.
박여인이 나가고.
   "첨 보는 아주머니한테 너무 많은 걸 부탁하는 거 아니요?" 
우디는 염려하던 것을 아내에게 물었다.
   "아니. 내 보는 눈이 있어. 사람 잘 만난 것 같애."

   이제 수키 우디 부부는 일 하는 이들에게 모두 맡기고 나들이를 정규적으로 시작했다.
그들이 가 보는 곳은 주로 공원 아니면 박물관 같은 곳인데, 경기가 점점 바닥으로 곤두박질 치는 시국이라 가는 곳마다 파리를 날리고 있었다. 그래서 박물관도 평상시 같으면 단체로 관람할 것을 마치 개인 안내를 받는 것처럼 아주 조용하고 편안하게 마칠 수도 있었다. 
게다가 안내인이 그들의 셀폰 아무 거나 달래서는 스냎 사진을 찍어주는 친절도 보였다. 
그들은 밖에 나갔다가도 꼭 집에 와서 박여인이 준비해 주는 저녁을 먹었다. 
그리고 또 나갈 망정. 
자연 스킨쉽이 잦아지고, 두 사람은 마치 처음 연애할 때처럼 다정해져갔다.
수키는 여전히 전처럼 거칠게 나오지만 그녀 스스로 고치려고 애쓰는 게 역력했다.
결국 우디가 만류했다. "그냥 그렇게 삽시다."
   "뭐. 나 생긴 대로 놀라구?"
   "당신 생긴 게 어때서? 미인이지."
   "성질이 지랄 같아서 문제지, 응?"
   "아니 다행이요."
   "어?'
   그녀가 그의 가슴께를 툭 쳤다. "지금 나와 맞먹자는?"
우디는 맞은 데를 슬슬 만지며 미소만 지었다.
하지만 수키는 초읽기하는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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