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4

pt.4|19-1x181 정리 대상자들

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10. 1. 01:08

정리 대상자들

   쑤의 손에 들린 편지는 오라이언 뱅크의 보드에서 보낸 초빙서였다.
Blah, blah, blah...
   '이 어려운 시국에 귀하의 탁월한 경험과 능력이 필요해서 초빙하니, 부디 재고해 달라'는 아주 정중한 내용이었다.
   '흥, 흥, 흥! 드디어 몸들이 달았구만!'
수키는 그 우편물을 우선 급한대로 바지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우디가 알 필요도 없고 알아봐야 아무런 도움도 못 주지.'
그런데 급히 쑤셔넣느라 그녀의 바지주머니가 접힌 봉투를 완연히 보여주었다.
   "그거 뭐요?" 
우디가 수키의 바지를 가리켰다.
수키는 당황하며 그제서야 바지를 내려다 봤다. "뭐? 으응... 이거."
수키는 천상 우편물을 꺼내었고 우디가 대충 읽어보고는 도로 건넸다.
   "당신이 먼저 읽어보고 감춘 걸로 보아 생각이 있는 모양이군?"
   "아냐! 나중에 찬찬히 더 자세히 읽어보려고... 그랬어. 얼른 이해가 안 가서."
   "당신이야 영어가 한국말보다 더 능통한 사람인데..."
   "아니, 내용이 아니라 생각을 해야 하니까."
   "갈 거요?"
   "응?"
우디가 벽을 보고 한참 생각한 후에 수키를 다시 봤다. "알트가 보자 한 그 때 그가 나한테 부탁한 것이 바로 당신으로 하여금 동조하지 말게 해 달라는 거였소."
   "뱅크를... 도와주지 말라고? 뱅크가 망하면 알트 저도 망하는데."
   "저 없이 못해내기를 바라는 모양."
   "그래서... 나 보고 가지 말라고?"
   "당신이 내 의견을 따르는 사람도 아니고. 나는 단지 알트가 나한테 그런 부탁을 하더라는 그 말만 전하는 거요. 나머지는 당신이 더 현명하니까, 알아서 하시요."
   "하래는 거야, 하지 말래는 거야?"
   "나한테 결정 권한이 있소? 어차피 나는 그 쪽에서 뭘 해달라는 건지 알지도 못하는데."
   "근데, 나한테 장황하게 설명하는 이유가..."
   "알트한테 죽고 싶으면 가라구."
   "그게, 지금, 와이프한테 할 소리야?"
   "당신이 내가 하라면 하고 하지 말라면 안 하는 사람이야?"
   "그, 그러니까, 나더러 지금, 알트가 그렇게 말했으니 가지 말라는 거냐구."
   "내가 지금 가라 가지 말라 하는 거요? 갈 거냐고 묻기만 했지?"
   "간다면?"
   "..."
   "내가 가면 자기가 알트에게 거짓말장이가 될테니, 그게 싫어서?"
   "제레미의 컨설팅 비지네스를 당신에게, 처음에는 흥정하자 했다가 막판에 가서는 돈 안 받고 주겠다 해도 거절하길래 뭣 좀 아나 보다 했더니..."
   "했더니?"
   "역시 한숙희는 통이 큰 여장부요. 뱅크를 송두리채 잡숫고 싶어하는."
   "인제 알았어, 내 스케일이 큰 걸?"
   "잘 해보시요. 난 알트에게 약속한 거 없시다. 두 사람이 똑 닮았다고 흉이나 봤지."
   "왓..."
   "바로 그거!"
   우디가 손가락으로 수키를 가리켰다. "당신의 그 왓 하는 말버릇, 알트에게서 배운 거지."
   "왓..." 
   수키는 저도 모르게 자꾸 튀어나오는 그 말버릇에 아차! 했다. 
상담한 닥터도 그 왓이란 표현이 되게 거슬린다고 지적했는데.
   "어쩌면 억양 액센트까지 똑같은지. 꼭 아버지와 딸 같네."
허걱!
수키는 소파에 넘어지듯 주저앉았다.
우디가 결정적인 말을 했다. "그 편지, 알트가 보낸 거 아니요. 잘 생각하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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