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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진은 닥터가 제의한 대로 아내에게 해보기로 했다.
   "내가 그런 일에 경험도 없으면서 당신더러 하라 말라 할 위치가 아니지."
   "그래서..."
   숙희는 남편의 탁 찌르는 말의 충격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상태였다. "나 한다 안 한다 말 안 했잖아."
   "그랬소? 그럼, 거기다가 전화하던가."
   "내가?"
   "당신한테 편지 온 거잖소."
   "그래서 나더러 하라구?"
   "그 편지도 당신 바지주머니에 든 거 내가 못봤으면 나는 아무 것도 모르고 있을테지."
   "자, 자기한테... 보여주려 했지..."
   "그렇습니까?" 
운진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섰다.
박여인이 부엌에서 내다봤다. "식사하시게요?"
   "준비되셨으면 먹죠, 뭐."
   운진이 숙희를 리빙룸에 남겨놓고 혼자 부엌으로 들어갔다. "오늘 메뉴는 뭡니까?"
숙희는 방금까지도 하라고 말라고 물었건만, 하고 싶으면 하든가 말든가 맘대로 하라는 식의 남편의 태도에 혼란이 왔다.
   '그나저나 저 이, 정말, 남의 속 간단히 뒤집는데 뭐 있네?'
   '나도 못 느끼면서 습관처럼 사용하는 말버릇을... 아주 간단히 알트에게서 배웠다고 단정지으며, 마치 아버지와 딸 같다고 뱉는 말이... 미치겠네.'

   '쑤가 쟤네들이 보낸 초대 편지를 곧이 곧대로 믿고 움직인다면, 한편으로는 붙잡을 기회가 더 확실해지고 의외로 일이 빨리 정리될 수도 있겠다...'
   알트는 생각을 고쳐먹었다. "Come, Sue. Sue, come! (와라, 쑤야. 쑤야, 와라!)"
편지가 쑤에게 충분히 도착하고도 남았을 기간인데도 그녀에게서 아무런 답변이 없는 것에 뱅크의 보드 뿐만 아니라 알트도 은근히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Poke your own eyes. (네 눈 찌르기지.)' 
우디란 자가 빈정거린 그 말이 알트의 머릿속에서 맴돈다. 
   '나 없이 회사가 못움직인다는 것을 증명해 주기 위해 우디더러 쑤에게 협조하지 말라 해서 안 움직이나...'
   '그럼, 역시 쑤는 남편 말을 잘 듣는 모양?'
   '근데, 보드에서 에스오에스가 올 때가 지났는데?'
알트는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자칫하다가는... 이글에게 먹힌다. 아니, 쑤에게 먹힌다!'
   '어쩌면 쑤가 이글과 연락이 닿아 다른 수를 쓰고 있는 건가?'
   '클로버의 맼클린이 이글을 허위 제안으로 고소하면서 조건 걸기를... 쑤를 접촉하지 말라 하는 거니까... 이글이 쉽사리 그러지는 않을테고.'
   '쑤가 섣불리 노출시키면 맼클린이 제프를 건 것처럼, 그녀도 걸 텐데...'
   '지금 현재 쑤가 남편을 버리고 튈 동조자가 누구냐...'
   '우디는 아닌 게 틀림없어! 그것 하나는 내가 확실히 보장한다!'
누굴까. 현재 쑤가 남편 외에 가장 가까이 하려는 자가.
대답은 금방 나왔다.
제 회사가 당장 문을 또 닫게 생겼는데도 태연한 자.
   '제레미 코이네... 흐흐흐!'
알트는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애초부터 같이 튀기로 목숨 건 애담을 내가 처치한 뒤로 제레미 밖에 없지. 그렇다면... 제레미를 처치하면?'
   '남편? 노오! 네버!'
   '쑤는 항상 대타를 준비해 놓거든. 애담이 몸 담았던 사무실에 누가 또 있겠지?'
   '그런데 남편은, 우디가 아니었으면, 누구였을까?'
그 점이 알트는 늘 궁금하다. '제프는 나와 약속한 것이 있었으니 절대 아니었을테고. 아니지! 쑤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지. 마침 우디란 자가 가능하지 않았더라면... 노바디!'
그런데 쑤가 대타이든 도피처이든 선택했던 우디가 차차 그 모습을 나타내며 더 크게 논다.
돈은 예정한 대로 쑤에게 모이는데 찾을 길이 점점 묘연해 지는 것이다.
   이러다가... 이러다가... 우디란 놈이 다 갖는 거 아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