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희는 남편이 돌아왔는데, 의외로 나갈 때와 달리 평온해 보이는 것에 일단 안심했다.
"안 씻어?"
그녀는 일단 그렇게 접근을 시도했다. "술은 안 했나 봐?"
"안 했어. 술 마시러 나간 거 아냐." 운진이 말하면서 한숨을 같이 내쉬었다.
"씻어, 그럼. 그리고, 밥 먹을 거야? 아니면, 미세스 박 들어가 자라 해야 하거든."
"오!"
운진은 일하는 아주머니가 언급되자 얼른 반응을 보였다. "내가 알아서 찾아 먹는다고, 걱정말고 들어가시라 하지?"
"아니면... 내가 차려줘도 되구."
"하여튼 들어가 쉬시라고 하시요."
운진이 그 말을 뒤로 쏘아 보내며 욕실로 부지런히 갔다.
숙희는 나갈 때와 달라진 남편을 보고 일단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욕실문이 빼꼼히 열리며 운진이 손만 내밀어서는 뭔가를 방 안 카펫 바닥에다 살그머니 내려놓는 것이었다.
"그거 뭔데?"
"당신 전화."
두 사람의 말이 동시에 얽혔다.
"내 전화가 왜 자기한테!"
"내가 쓸 데가 있어서 가져갔었소."
두 사람의 말이 또 동시에 얽혔다.
숙희는 웃을 일이 아닌데 저도 모르게 풋 하고 웃었다.
둘이 말장난 하는 것 같아서.
숙희는 욕실 문이 실낱처럼 덜 닫힌 그 틈새를 쳐다봤다. "자기! 내가 등 밀어주께!"
핑게는 남편의 등을 밀어준다였고.
숙희는 남편과 아주 오랫만에 같이 탕에 들어가 앉았다.
"우리, 신혼 때 한번 해보고 처음이지, 응."
"그런가?"
둘은 조금 넉넉한 사이즈의 자쿠지에 서로 마주 보고 기대었다.
운진의 눈이 자연 숙희의 유방에 가서 머물렀다.
우윳빛 물에 거의 노출되어 반짝거리는 젖무덤에.
운진이 손으로 물을 출렁거리게 했다.
"뭐해? 왜 그래?" 숙희는 영문 모르고 물었다.
물이 출렁거리며 높낮이가 움직이니 자연적으로 숙희의 젖이 나왔다 잠겼다 하는 것이다.
운진이 그걸 보며 좋아서 웃자, 그제서야 제 앞을 내려다 보고 알아챈 숙희가 눈을 들어 마구 흘겼다.
"어이구, 차암, 남자들이란 그저..."
숙희가 어처구니 없어 웃기만 하자, 운진이 이번에는 발 하나를 앞으로 뻗는 것이다.
자연 발이 숙희의 사타구니께로 들어갔다.
"얼래?"
숙희가 말로만 그렇게 하며 물 안을 보는 척 했다. "발 못치워?"
운진이 히히히 웃으며 발가락 끝으로 숙희의 ㅇㅁ를 훑었다.
"아잇! 더럽게 발로!..."
숙희는 말로 그러면서도 내버려두었다.
그렇게 운진은 제레미 다음의 정리 대상자가 누굴까 연구에 빠지면서 장난을 계속 하고.
숙희는 참말로 돈 다 버리고 이 남자와 남아서 사는 것이 현명할까 연구하고.
숙희가 리못 콘추롤을 집어서 뜨거운 바람이 구멍마다에서 나오게 작동시켰다.
"아아, 시원하다!" 운진은 뜨거운 때림을 허리에 느끼면서 눈을 감았다.
숙희도 남편의 발이 사타구니에 계속 닿아있는 것을 무시한채 눈을 감았다. "나도."
갑자기 운진이 눈을 뜨면서 몸을 일으켰다. "맞다!"
"왜 그래? 사람 놀래게?"
"알트의 다음 정리 대상자가 누군지 알았어!"
운진이 손가락으로 아내를 정확히 가리켰다. "You."
허걱!
숙희는 물이 파문을 일으키도록 문자적으로 놀랬다. "나라니?"
"우선 급한대로 당신한테 있는 돈이라도 차지하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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