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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희는 소파에 누워서 운진이 해주는 발 마사지를 즐기는 중이다.   "그러고 보니 당신 여자치고 발도 크네."   그가 발가락을 하나씩 주무르며 한 말이었다. "이 발에 한방씩 맞으면 웬만한 놈들도 맥을 못 췄겠는데?"숙희는 발가락을 까불었다. "그냥 해주면 안 되니?"정말 뭇 남자들이 괴롭히려고 들었을 때, 그녀는 한번도 대항한 적이 없었다.왜 그랬을까...당시의 남자와 헤어질까봐 무서웠던 것이다. 그래서 차라리 학대도 감수했다.숙희는 그런 생각을 떨구려고 고개를 털었다. 마치 머리가 엉클어진 것을 어떻게 하는 척 하면서.    "근데, 정말 자기 말대로 아담이 제프에게 농간을 부렸을까?"   "당신이 잘 생각해 봐. 제프에게 뭐라고 하면 완전히 삐칠지."   "제프에게... 뭐라고 하면... 삐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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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진은 제프와의 면회가 또 거절 당했다.이번에는 제프가 거절한다는 것이었다.   "애담한테서 전화 오면 받아 봐, 당신."   운진은 버지니아 주에서 메릴랜드 주로 연결되는 고속도로의 북행길을 달리며 숙희에게 소리쳤다. "두 가지 중에 하나야. 제프가 그러라고 돈 돌려 받겠다 한다고 달라거나 아니면 애담 지가 대신 맡아서 관리하랬다고 하거나."   "그런 전화 아직 안 왔는데."   "어쩌면... 당신을 직접 만나러 올지도."   "자기가 있는데도 나를 만나러?"숙희는 제 귀와 눈을 의심했다. 남편과 통화를 마치자마자 밖에서 나는 인기척 소리를 들은 것이다.그녀가 이층 창가에 숨어서 내려다 본 집 앞 드라이브웨이에는 눈이 익을 것도 같은 세단이 세워져 있고, 좀 더 몸을 숙여서 내려다 보니 놀랍게도 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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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제법 봉긋해진 배에 압박을 가하지 않으려고 최대한 애쓰며, 운진과 숙희는 셐스를 가졌다. 숙희는 남편을 내려다 보며 방앗질 운동을 했을 때, 그더러 눈 뜨고 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녀는 자신이 죄스러워 하는지 안 하는지 테스트 했다. 그가 질 안에서 꿈툴꿈툴거림을 다 느끼고 나서 그녀는 엎드렸다.   "어, 어, 어, 배!"   운진은 놀라며 아내를 세우려 했다. "눌리면."   "괜찮아."   숙희는 남편을 안듯이 했다. "이대로 가만 있어."운진이 손만 뻗어서 홑이불을 끌어다가 그녀 위에 덮었다.숙희는 그의 볼에다 볼을 대고, 소리없이 눈물을 흘렸다.이제는 미안해 하는 그런 눈물이 아닌.이제는 그가 없으면 정말 못 살 것 같은 포근한 감정의 눈물을.   둘은 샤워를 같이 했다.서로에게 비누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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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운진은 같은 날 더블 면회는 안 된다는 말을 들어야 했다.그 보다 한발 앞서서 누가 제프를 이미 면회한 것이라고. 이틀에 걸쳐서.물론 누구라고 알려주지도 않았다.   '역시 애담!' 운진은 쉽게 단정지었다.이십사 시간이 지나야 다음 면회가 허락된다는 것이다.   "아니. 그냥 와, 자기. 나 혼자 집에 안 있을래!" 숙희가 겁에 질린 음성으로 소리쳤다.   "알았소. 올라가지, 그럼."그래서 돌아온 남편을 숙희는 얼싸안았다.   "자기 말대로 아담 같지, 자기?"   "애담이... 당신 심부름으로 제프를 만나러 갔다와서는 당신한테 그 결과를 말하지 않았는데. 이번엔 제 발로 제프를 찾아간 것이 맞다면..."   "맞다면?"   "모르긴 해도 말장난하러 갔나 보네."   "그래?"   "돈장난 욕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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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트는 제레미도 애담도 쑤의 남편을 은근히 두려워 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애담, 집에 없는데요?]   알트의 심복이 들어서며 말했다. [아마 보쓰가 잡으려는 것을 미리 눈치챘는지.]   [멀리 못 갔을 거야. 그리고, 쑤의 돈을 만지다가 커트 당했기 때문에 그 미련 때문에라도 어디 멀리 안 가 있으면서 쑤를 접할 기회를 찾을 거야.]   [그리고 우디란 자가 혼자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것이 눈에 띄이는데요.]   [놔 둬. 일부러 그러는 거야. 그런 식으로 자신을 노출시켜서 누군가가 쑤에게 접근하도록 틈을 보이는 거야. 그런 것도 눈치 못 채나?]    [주로 동네 샤핑 센터를 배회하던데요.]   [사람 많은 데로 다녀야 저도 안전하니까.] 알트는 비웃듯 그렇게 말했다.심복이란 이가 고개를 모로 꼬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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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희는 남편의 눈치를 살피다가 어느 한날 외식하자 말해서 그의 반응을 보자 했다.    "나 갑자기 스테이크가 먹고 싶어."   "그러든지."운진은 순순히 나섰다.   "불에 직접 구운 것 있잖아. 그런 거."   "그러든지."스테이크 하우스에 도착할 때까지 운진은 입을 떼지 않았다.좌석에 안내되어 앉아서도 그는 말을 꺼내지 않았다.숙희가 먼저 말을 걸었다. "자기, 요즘 일 찾으러 다녀?"   "쿡!"   그가 그렇게 소리내어 웃었다. "아니."   "그럼, 가겟자리 보러 다녀?"   "아냐아."   "말해 봐. 거의 매일 나가잖아. 나한테 말도 안 하고."   "그냥... 여기저기... 암것두 아니요."   "돈 필요해?"   "아니이."운진은 대답은 하되 아내와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숙희가 옆에 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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쑤는 그녀대로 그랬다.비단 아담 뿐만 아니라 그녀가 만나던 남자들이 무슨 일로 화를 내거나 만일 그만 두자고 하면 달려가서 물심양면으로, 육체로도 화해할 길을 찾곤 했었다.심지어 돈도 끌어다 바쳤다.그러면 대부분의 남자들이 용서하는 척 아니면 감동하는 척 해서라도 무마되곤 했는데.단 한 남자. 즉 지금의 남편 운진만 예외이다.그녀가 그의 심사를 건드리고는 설명이 따른 사과를 않고, 그저 키쓰라던가 무의미한 셐스로 무마하려 들었었을 때, 그 때 그녀는 그로부터 '비굴덩어리' 라는 표현을 들어야 했고 심한 경우 뺨따귀도 맞았다.그녀가 돈을 언급했을 때, 그의 반응은 더욱 차가웠었다.   운진이라는 사내는 숙희가 여태까지 만나고 어울려 온 남자들과 판이하게 달랐다.우선 그는 물욕에 초월한 사내였다.그가 결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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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찾아놓은 장소가 희한하게도 e-컴퓨터 대리점이었다.그 곳의 특징은 일하는 이들은 교만한 자세들로 웬만한 접근에는 반응도 안 보이고, 드나드는 이들은 거의가 쌍쌍으로 서로에게 물어가며 구경할 뿐이지 옆의 사람에게는 거의 눈길을 주지 않는다는 것.게다가 벽 쪽으로는 주로 빈 밬스들을 선전으로 쌓아놓고 그 회사의 마크로 눈을 현혹하고 있기 때문에 실내 감시용 카메라만 잘 피하면 방심을 살 수 있을 것 같았다.애담은 우디가 직접 만나자니까 거절했다.   '죄다 입만 산 새끼들! 대면하자니까 피하는 것 봐라.'운진은 만일 쑤가 애담더러 만나자 했으면 나왔을 거라고 믿었다.   애담은 알트의 전화를 계속 무시하다가 후환이 두려워서 결국 응답했다.   "Hello~ What's going on, Adam? (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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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희는 그녀가 거래하던 남자들이 거의 한꺼번에 적으로 돌아섰다는 느낌을 배제하지 못했다. 그들은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녀에게 굉장히 협조적이었고, 그녀가 막대한 금액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목을 멜 정도였는데...   '이러면 아담을 파트너로 여겨서는 진짜로 안 되겠구나!'숙희는 지금은 출타 중인 남편에게 의문이 갔다. "저 이가 뭘 어떻게 한 건가?'운진이 아내와 연루되어있는 사내들에게 구체적으로 뭘 어떻게 한 것은 없다. 그가 한 일이라고는 단지 아내 즉 결혼한 여자가 외간 남자들과 몰래 연락을 취하고 하길래 잠깐동안 그녀의 셀폰을 받아서 그자들의 목소리들이나 들어본 것이 고작...그리고 상대가 누구였든 간에 죄다 한번씩 욕을 해줘본 것 뿐이다.그렇지만 그는 그 이후로 그 사내들이 그녀에..

pt.3 14-1x131 혼자 약은 수작

혼자 약은 수작   운진은 아내에게 애담과 말실랑이 한 것에 대해 말하기 싫었다.   '그 자식의 연락을 기다리다 답답하면 먼저 하겠지.'운진은 그녀의 빨강색 셀폰으로 걸려온 애담의 통화 히스토리를 지워버렸다. '아니면 몰래 연락을 취하다가 발각되던가. 이제부터는 잘 알아서 하시요. 내 약점만 잡으려 하지 말고.'운진은 말끝에다가 '제발!' 하고, 스스로 강조했다.그런데 랠프란 자를 찾으러 펜실배니아 주로 가야 하는데, 숙희에게 둘러댈 핑겟거리가 빈약하다.  그러고 보면 경찰이 보여준 명단에서 이제 겨우 제레미와 애담 둘만 알아낸 셈이다. 제프란 자는 만나보기 전에 감옥에 들어가 있고. 알트란 자는 전화 통화로 두어번 말을 주고 받았는데 은행회장 답게 거물이라 그런지 말이 녹녹치 않다.    '천상 랠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