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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희는 집 안에 불이란 불은 죄다 켜놓고 리빙룸 소파에 조각처럼 앉아있다.엄마가 긴장해서 그런지 뱃속의 아기도 가만 있다.그녀는 부엌 식탁에서 아까부터 진동하고 있는 그녀의 셀폰을 무시하고 있다.그녀가 한 가지 확신하는 것은 남편이 걸어오는 전화가 아닐 것이라는 것.셀폰은 이제 잠잠해졌다.딸등은 벌써 들어왔다가 아빠가 안 보이고, 집안의 이상한 분위기를 느꼈는지 모두 지하실로 내려가서는 숨소리 조차 안 내고 있다.숙희는 남편이 외박했다는 자체보다는 정애가 관련되어있다는 것에 더욱 못 참고 있다.   '왜 하필이면 정애 걔야!'그 점이 숙희를 더욱 미치게 만드는 것이다. '허구많은 여자 중에 왜...'정애에게 배 불러온 것을 자랑하러 갔던 것이 실수 같다.그리고 아담으로부터 시간이 촉박하다는 말만 듣고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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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쓰기빙 이브 밤.길거리는 차 한대도 없이 그야말로 텅 비었다. 갈 사람 다 갔고 올 사람 다 온 것이다.운진은 빈 거리를 벤즈 차로 달리며 식식거렸다.무력에 못 당해서 아내 숙희에게 셀폰을 빼앗겼고.숙희가 '붘스토어' 번호를 걸어서 정애임을 재확인했고.운진은 그 길로 달아나 나온 것이다.셀폰을 빼앗기고 보니 김정애의 번호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늘 입력된 순서만 눌러서 걸어왔던 탓에 번호를 모른다.   '에잇! 결국 그 여자 때문에...'운진은 차 핸들을 몇차례 두드렸다. '맞다! 누이가 그 여자를 알지, 참!'운진은 그 밤중에 누이의 아파트 문을 두드렸다.마잌이 자던 눈을 비비며 문을 열었다. "어, 엉클?"   "엄마 주무시니?"   "She's not home. (그녀는 집에 없어요.)"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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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리빙룸에서 밖을 내다봤다. 전혀 아무런 생각없이. 그리고 그녀는 깜짝 놀라서 창가에서 떨어졌다.    '저거 아담 차 아냐?'동시에 숙희가 손에 쥐고있는 셀폰이 진동을 시작했다. [헬로?]   [남편 얼마 있으면 오는데?] 애담이었다.   "No! Go! His daughters will be home shortly! (안돼! 가! 그의 딸들이 곧 귀가할 거야!)"애담이 시간 없다고 경고했다.어영부영 하다가는 돈이 누구의 손에 의해선지도 모르게 흔적도 없이 사라질 거라고.그러기 위해서는 출산 전이라 이른 감이 있지만 지금의 남편과 헤어지라고.그리고 돈을 해외로 빼돌린 다음 일단 잠적해야 한다고.숙희가 오래 전부터, 그러니까 아담에게는 작전이라 하고, 운진에게는 사랑한다 하고 계획적 결혼을 꾸미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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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리 주니어가 왔다. 그는 챌리가 말한대로 큰 통의 아이스크림을 사 들고 왔다.반가운 인사들이 또 한번 오갔다.제이콥과 킴벌리는 시집에 일단 얼굴만 비치고 온다며 떠났다. 아직 처리하지않은 채 집 앞에 세워두고 있는 렠서스 차를 몰고.   정애에게서 숙희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정애 아들이 학교에서 행방불명이라네?" 숙희가 통화를 끝내고는 운진에게 말했다.   "어떻게?"   운진은 시치미를 뗐다. "애가 학교에 안 있고, 그럼, 증발한 거야?"   "모르지. 아이, 걔 또 심난해서 땡쓰기빙이고 뭐고 마음 안 좋겠다."   "딸은."   "딸 얘기는 안 하네? 이상하게?"   "그 집 아들 혹시... 지 누나한테 가 있는 거 아냐? 둘이 엄마한테는 아직 말 안 하고?"   "지 누나하고도 사이가 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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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진은 정애를 불러내어 또 한번 불장난을 태운 것인가.이번에는 서로들의 신분을 다 알고도 숙희가 약간 께름직해 하던 그 짓을 한 것인가.운진은 시치미를 떼고 일단 집으로 돌아갔다.일곱시. 아무도 안 일어나 있다.운진은 일단 욕실로 가서 세수를 하고 양치질을 했다.그가 여전히 시치미를 떼고 부엌에서 커피를 뽑고, 계란 프라이 준비를 하느라 냉장고 문을 여닫는 소리를 내도록 아무도 일어나지 않았다.그는 베이컨이 있나 확인하고는 그제서야 술이 깨느라 선물로 주는 두통을 느꼈다.그는 리빙룸 소파로 와서 앉았다. 문득 티테이블 위에 샤핑 봉지채로 놓인 영화 DVD를 발견했다. 밤새 아무도 건드리지 않은 것이다.그러면 일단 한가지 알리바이는 된 셈이다.두번째 알리바이로 술에 취해서 모텔에서 잤다는 것을 만들어야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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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진은 정애에게 아무 약속도 할 수 없었다.아들을 찾도록 도와주겠다는 약속도, 위로가 되도록 함께 있어주겠다는 약속도 그리고 만남을 계속하겠다는 약속을 할 수 없었다. 더우기 욕정이 인다고 하자 할 수도 없다.정애가 운진에게 후회한다고 고백했지만 이미 늦은 일...운진은 자세를 고쳤다. "난 의심받기 전에... 거짓말 한대로 영화 고르러 월마트에를 좀 들러야겠시다!"   "알았어요. 그래도, 이렇게라도 오 선생님을 뵈니까... 마음이 진정되네요."   "다행이네." 운진이 정애의 얼굴을 슬쩍 만졌다.정애가 머뭇거리다가 그에게 더 가까이 했다. "하고 싶으면 해도 되는데."   "나중에."운진은 그녀의 차가 먼저 떠난 뒤에 움직였다.운진 그가 정말 영화를 두 개 사들고 집에 돌아오니, 이미 다들 술 취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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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애는 숙희가 산다고 말한 동네 부근을 대강 어림잡고 헤매고 있다가 운진의 전화를 받았다.   "보고 싶어요. 한번만 만나주세요. 아직도 나한테 화나셨어요?"   "이러면 안 된다는 걸 먼저 알면서... 내가 연락하기 전에는 전화하지 말랬잖아."   "알아요. 이번 한번만 나 좀 만나줘요. 이번 한번만..."   "왜. 무슨 일인데?"   "전화로 하기엔 좀... 얼굴이라도 보면서 얘기하고 싶어요. 잠깐이면 되는데."    "운전 중인가? 소음이 들리네." 그의 말투는 이제 아주 친한 사람에게 하듯 하다.   "네. 길도 잃었어요. 개스도 거의 떨어져 가고..."   "지금... 운전하는 도로가 뭔데?"   "그것도 몰라요. 아무 것도 못 봐요."정애는 차를 아무데나 세우고 눈물을 주체 못하고 있는 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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챌리와 킴벌리가 새엄마 옆에 붙어 앉아서는 그저 신기한듯 신이 났다.   "챌리, 베비 안 가져?" 킴벌리가 물었다.   "노!"그러다가 눈들이 일제히 킴벌리에게 쏠렸다.   "노오! Are you crazy?" 킴벌리가 펄쩍 뛰었다.추수감사절이 늘 목요일이기 때문에 거의 모든 사람들이 금요일도 쉬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짧은 연휴를 맞아 많은 사람들의 이동이 방송마다 이슈이다.다행히 킴벌리네는 이른 비행기편을 잡아서 편안하게 왔다고.딸 둘의 성화에 못 이겨서 새엄마는 감춰 놓았던 김치를 꺼내와야 했다.   "Oh, this! (아, 이것!)" 제이콥이 되려 반겼다.숙희가 김치 그릇을 가리켰다. "Do you know what this is? (이게 뭔지 네가 알아?)"   "Of course! Th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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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진 그가 지하실을 대강 치운 후, 끝으로 타올들을 세탁기에 돌리고 안방으로 올라오니, 숙희는 그녀가 말한 그대로 하라는 뜻인지 아예 홀랑 벗은 채 모로 누워서 잠이 들었다.그는 숙희의 엉덩이로부터 시작해서 허벅지를 쓰다듬다가 엄청나게 부른 배를 어루만졌다.숙희는 한국 여인치고 평균을 윗도는 덩치의 소유자이다.   '이런 여자를 아내로 갖고 있다는 것이 나에게는 사치일 정도지.'운진의 뇌리에 정애의 말이 또 떠올랐다. '한국에 소문날 정도로 여기서...' 운운.숙희가 잠결에도 손길을 느꼈는지 돌아누웠다.    "이제 올라왔어?"   그녀가 눈은 뜨지않고 손으로 더듬어서 그의 입언저리를 찾았다. 그녀가 머리만 잠깐 들어서 그에게 쪽 소리나는 입맞춤을 했다. "왜, 안 해?"   "됐어어." 그는 숙희의 노..

pt.3 17-1x161 후회할 일들을 만들고

후회할 일들을 만들고   숙희가 어느 새 다시 내려와 있었다.    "나한테, 나 들으라고 하는 말이야, 자기?"   "이리 와!" 운진은 손짓과 함께 고함을 질렀다.숙희는 겁이 나서 얼른 다가갔다. "자기, 술 그만 해애. 응?"   "너, 그 때, 주몰 만났을 때 말고는 다른 남자 만난 적 있어, 없어!"   "자기! 너라니!"   "대답부터 해!"숙희는 대답은 안 나오고 분해서 입술이 떨렸다. "그 말 취소하고! 사과해!"   "그래. 취소하고 사과한다... 대답해!"   "주몰. 그러니까 싸이코는 그 때 처음 만났어." 숙희는 대답하며 후둘후둘 떨렸다.   "그 전, 그 이후로는 다른 놈들하고 셐스, 안 했지?"   "자, 기..."   숙희는 바닥에 주저앉았다. "정말은... 몰라. 나도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