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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희가 임신한 아기, 오 선생님 아기 맞을까요?'   정애의 그 말이 운진으로 하여금 말술을 들게 만들었다. '학창 시절에도 남자 문제로 온 학교를 떠들썩하게 만든 전적이 있다고? 하지만 학생 때는 애 같은 걸 낳고 하지 않았겠지.'   죽은 그 사람 얘길 들으려고 이런 상황이 이어지나? 그렇다면 김정애가 그토록 잘 아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   즉 직접 관련되어 있을 테지!운진은 글래쓰를 놓으며 웃었다. 헛 약았구만, 들!   "자기! 술 좀 제발 그만 해라, 응?" 숙희가 지하실로 내려왔다.운진은 벌개진 얼굴을 외면했다.숙희는 두어발짝 떨어져서 멈췄다. "응?"   "무슨 상관인데?"   "그게 또 무슨 말이야, 자기."   "당신이 나 술 하는 것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 이거지."   "그게 부인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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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희한테... 제가 한 말... 했어요?"   정애가 결국 본론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숙희의 과거... 더 많은데."운진은 눈을 한번 감았다가 떴다. "말을 하려면, 그런 식으로 운만 떼는 게 아니지. 하려거든 제대로 하던가, 아니면, 그 주둥아리에 똥 들어가기 전에 닥치던가."   "어머..."   "뭘 원하는데, 엉?"   "저는... 숙희가 괘씸해요."   "그래서. 나더러도 괘씸하게 여기라고?"   "어쩜... 그런 애가 오 선생님 같은 분하고. 과거를 감쪽같이 속이고..."   "오 선생님 같은 분하고? 김 여산 날 잘 아시나부지? 그리고 거기가 주둥아리를 안 놀렸으면, 나는 계속 모르고 살겠지. 내 조카애가 무슨 말을 해주고 싶어서 날 보자했어도 안 만났으니까."   "조카도 알아요? 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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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정애가 땡쓰기빙 때 음식 두어가지 장만해서 찾아가도 되겠느냐고, 간절히 원했다.   '애들도 짧은 브레이크라 엄마한테 온다 하고 해서 겸사겸사... 장소도 마땅치 않고...' 등등의 이유로 애원하듯 하는데 숙희가 딱히 거절을 못했다.사실 동창이라 하지만 남편과 관계가 있었고, 아닌 말로 조금만 한눈 팔면 기회와 장소가 활짝 열린 미국 사회인데, 게다가 한창 성적으로 활달한 사십대 후반 나이의 여인을 다시 놀러오도록 한다면... 숙희는 지금 성교를 거의 금지해야 하는 임신 말기에 다가가는데.그런데 운진이 마침 나섰다. "아, 이번 땡쓰기빙에 영국에서 우리 작은딸 내외와 여기 사는 우리 큰딸 내외가 온대거든요. 장소도 그리 넓지 않고... 또 신랑들이 외국인이라... 네."정애가 이해를 잘 못하겠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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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주면 추수감사절이 다가온다. 숙희의 임신 9개월째.한창 신혼일 챌리가 칠면조 요리를 새엄마와 먹고 싶다고 전화 연락이 왔다.   "니네 시집은?" 숙희가 큰 딸에게 물었다.   "그 집은, 게스트가 너무 많아. 그래서 주니어도 원해. 엄마 집에서..."   "어떡하니..."   숙희는 난처한 표정을 남편에게 보였다. 그리고 자신의 잔뜩 불거진 배를 눈으로 가리켰다. "으응. 내가 아빠랑 의논해서 연락해 줄께."   "엄마. 아빠랑 무슨 의논을?"   "아빠랑 당연히 의논해야지? 아빠가 다른 플랜이 있을지도 모르잖아."   "아빠야... 엄마가 한다면 하는 건데..."    챌리가 콧방귀를 뀌었다. "그리고 아빠, 플랜 없을 거예요. 엄마가 하라면 그만인데. 엄마, 우리 가는 거 싫어?"   "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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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희는 잘 안 하던 짓으로 남편의 품에 파고 들었다.    "배가 나오니까 조금 불편하네?"   "그 참, 희한하군." 운진이 고개를 약간 저었다.   "뭐가?"   "당신이 이러는 것 말요."   "내가 말했잖아. 자기가 존경스럽다고."   "영광이군."   "영광이지, 그럼!"   숙희는 남편의 얼굴을 코 앞에서 들여다봤다. "자기 은근히 잘 생겼다?"   "더블 영광이요."   "아니이, 진짜루... 여러 여자 울렸겠는데?"   "잘 생기면 여자를 울려야 되나부지?"   "나도 자기가 울린 축에 들어가나..."운진은 긴 심호흡을 하고 나서 잠을 청하려고 눈을 감았다.숙희는 그제서야 하품이 나왔다.두 사람은 이내 잠에 빠졌다.   운진이 할리데이 시즌 지나고 보자 해서 그러는지 알트에게서 정말 전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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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희는 그더러 아무 말 말라는 표현으로 그를 안은 것을 흔들었다.    "자기가 새록새록 존경스러워. 그리고 은근히 두려워."   "새삼스럽게 왜 이러셔."운진이 말하기 귀찮다는 듯이 소파등에 눕듯 기대고, 숙희도 소파등에 머리를 기댔다.그렇게 둘은 한참을 있다가 숙희의 머리가 차차 그의 머리에 가까워지고는 맞닿았다.운진은 소리 안 나게 틀어놓은 텔레비젼에다 눈을 두고 있었다.숙희의 손이 그의 얼굴을 더듬어서 찾고는 그녀 쪽으로 오게 했다. "자기 심장 소리가 왜 이렇게 커? 아예 쿵쿵 울리네?"   "당신이 옆에 있으니 흥분하나부지." 운진은 얼굴 방향은 그녀 쪽으로 빼앗겼어도 눈은 텔레비젼을 보려고 애썼다.   "날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옆에 있기만 해도 흥분하는 게 사랑... 아닌가부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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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희는 남편이 술을 새로 딸아서는 제 자리로 다시 올 줄 알고 앉아서 기다렸다.그런데 운진은 술잔을 들고 문으로 가는 것이었다.   "자기, 어디 가, 그것 갖고?"   "당신 셀폰 가질러."   "왜?"   "애담이란 자식이 전화 할 만한데, 왜 안 하나 해서."   "그걸... 자기가 왜 신경써?"   "아니면 말구."   운진이 소파로 돌아와서 술을 흘릴까 봐 조심하며 앉았다. "올라가서 자지?"   "나 자는 거 신경쓰지 마."   "그래, 그럼."   운진 그가 티테이블에 발을 올려놓았다. 그는 술을 한모금씩 축이며 텔레비젼으로 눈길을 보냈다. 그가 채널을 한 단계 도로 내렸다. "어유. 이번 에피소드에서는 진짜 유령을 찾나 본데?"숙희는 그가 뭐라 하든 그의 뒷통수를 가만히 봤다.   숙희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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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보니 아담을 끊었어야 하나 보네!'숙희는 남편이 나가면서 채 꼭 닫지 않은 방문을 쳐다봤다. '저 이가 관심없고 모른 척 해도 많이 아네. 남자라 그런가?'저 아래서 지하실 문이 탕 닫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지하실이라 수신이 안 좋은 걸 알면서, 그러니까, 그것을 기회로, 더 일부러 알트에게 욕을 해대고. 아이, 저 사람, 대체 왜 저러는 거야!'숙희는 몸을 돌아뉘여서 방문을 등졌다. '아니. 그게 더 효과적이나? 차라리 이쪽에서 쌍욕을 하고 막 나가니까... 저쪽 사람들이 맞상대 하지 않으려고 피한다든지.'아담은 남편 있다니까 서둘러서 끊고. 다른 때 같으면 그러건 말건 음담패설을 늘어놓거나 폰셐스 하자고 조르던 아담인데.알트도 보아하니 어거지로 말을 붙여 보려 하고.다른 때 같으면 숙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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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실에서 술을 더 할 것 같은 남편을 놔두고 윗층 리빙룸으로 올라온 숙희는 셀폰을 가만히 열어서 스크린을 봤다. 남편과 얘기하는 새에 걸려왔던 발신인이... 헉! 아담!숙희는 리턴 콜을 서둘러서 눌렀다.    "헤이, 달링!" 숙희는 그 말을 최대한 죽여서 했다.   "I bet you watched the news? (뉴스 봤겠네?)"   애담의 말투가 전화기를 통해서도 차게 느껴졌다. [새삼스럽게 프론티어 뱅크와 주피터 뱅크의 합병이 다시 대두되면, 알트가 너의 목을 잡으러 갈 걸?]   "Where're you at now, darling? (지금 어디야, 달링?)"   [어디면? 올 건가?]   [근처야? 아니면, 메릴랜드 밖이야?]   "I asked if you're coming? (올 거냐..

pt.3 16-1x151 돈이 가는 곳

돈이 가는 곳   [알트, 너 나 좀 만나자?]   [얼마든지!]   [왜. 네 모가지가 오늘 내일 하냐?]   [허허허! 나 너 좋아한다.]   "Oh, yeah? But I'm not faggot. (아, 그래? 그러나 나는 동성애자가 이니다.)"   [핫핫핫!]알트의 웃는 소리가 두어 발짝 떨어져 선 숙희에게까지 들렸다.   [그래. 그녀는 뉴스를 보고 충격에 떨었다. 그것이 궁금하지?]   "Oh, yeah?"   "Oh, yeah!"   "The dead man was her mentor. (그 죽은 자가 그녀의 조언자였다.)"   [지금은 내가 그녀의 멘토이지.]   [으음...]   [곧 땡쓰기빙인데. 우리 이런 김 빠지는 통화하지 말고 할리데이 잘 지내고, 나중에 또 연락하자?]   "S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