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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서는 집에 가서 저녁을 해야 애들도 먹이고 한다며 가버렸다.숙희와 운진이 안채에서 식탁을 가운데 놓고 마주 했다.   "회사 일은 괜찮아요?"   "응, 응? 응, 괜찮아."    숙희는 갑자기 존댓말이 나올 뻔 했다. "그... 이글이란 돈 회사의 부정을 알아냈는데."운진의 시선이 그제서야 숙희에게로 넘어왔다.   "난 겁이 나서 보쓰에게 던져주고 왔어."   "부정이라면."   "손익 대차에서 한쪽의 숫자가 교묘하게 틀린 것을."   "그러고도 끝에 가서는 합계가 맞던가요?"   "그러니까... 손실 난 것처럼 보였지."   "내가 한번 봤으면."   "참!"둘 사이에 잠시 침묵이 흘렀다.   "나... 찾았다는 남자, 누구래?" 숙희는 그 질문을 참 힘들게 했다.   "이름은 안 밝힙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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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희는 채프먼의 사무실로 전화를 걸었다.그는 바로 응답하지 않았다.벨톤이 약 열번 정도 울리다가 자동으로 교환에게 넘어갔다.숙희는 교환더러 그의 전화에 메세지를 남기게 해 달라고 부탁했다.   "Hi! I'm not feeling good today. So, I'm going to take the rest of day off. (하이! 오늘 몸이 안 좋네요. 그래서, 오늘은 그만 조퇴를 할 겁니다.)"숙희는 메세지를 남기자마자 사무실을 달아나듯 나섰다.그녀가 라비로 해서 바깥 주차장으로 나가기까지 그녀를 불러세우는 일은 벌어지지않았다.밖에 비는 그 새 그쳐 있었다.   숙희는 화원에 도착해서 그 동네는 아직도 가랑비가 내리고 있음을 맞이했다.화원 앞에는 그녀의 눈에 너무도 익은 짙은 색의 추렄과 아마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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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희는 피로한 눈에 휴식을 줄 겸, 그리고 간단한 스냌도 찾을 겸 방을 나섰다.바쁘게 지나치는 같은 층의 동료 사원들이 인사와 아는 체를 던져왔다.숙희의 자격지심일까.   혹 이글같은 큰 어카운트를 도맡아서 관리하고 분석한다는 소문이 나서일까.   저들은 얼마 만한 어카운트들을 주무를까...숙희는 벤딩 머신들이 있는 맨 아랫층 라비로 내려갔다.그녀는 라비에서 마악 들어오는 보쓰와 만났다. "아이 저스트 니드 섬 스냌스."그녀의 보쓰가 다른 이와 지나가면서 그런 신경 쓰지 말라는 눈짓을 했다. 즉 그런 보고를 한 필요가 이젠 없는 위치에 있으니까.그와 같이 가는 남자가 숙희를 돌아다봤다.   허 네임 이스 쑤. 앤드... 블라, 블라... 이글이 어쩌고 저쩌고... 아마도 채프먼이 그 남자에게 숙희와 이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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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희는 행여 운진을 못 만날까 봐 화원으로 달려왔다.운진은 밭 끄트머리에 나가 있었다며.   "어쨌거나 걔네들이 숙희씨를 도로 찾죠."운진이 숙희가 보쓰에게 했다는 말을 듣고 한 말이다.   "왜?"   "숙희씨가 걔네들의 실태를 다 파악해서 분석했는데. 이제 더 이상 관여하기 싫어서 손을 뗀다고 하면, 회사는 새 사람을 또 투입해야 하고."   운진은 매장 준비로 여기저기 보고 다니며 말한다. "새 사람은 배우려면 또 얼마나 걸려야 할지."숙희는 그저 운진의 옆에 붙어 다녔다.운서가 어쩌다 마주 칠 때마다 그 꼴이 눈시리다는 제스처를 보내왔다.둘은 그날 운서가 해 준 저녁을 함께 하고 헤어졌다.   다음날.숙희는 출근해서 운진의 추측이 맞아 떨어졌음을 알았다.보쓰란 이가 그녀의 방으로 찾아 와서는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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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희는 운진이 피곤할텐데 그만 자라고 하는데도 내 말 더 들으라고 전화통에 매달렸다.그녀로서는 생전 안 하던 짓이다.그녀가 전화로 수다를 떤다는 것은 그녀의 사전에 없었다.둘의 통화는 운진이 자야겠다고 해서야 끝이 났다.숙희는 먹은 그릇들을 설겆이 하고 그제서야 씻으러 갔다.   이튿날.숙희는 출근하자마자 상사로부터의 호출을 받았다.그녀의 직속 보쓰가 아예 그녀의 방으로 와서 얼른 같이 가자고 서둘기부터 했다.   "와이? 워썹, 보쓰?" 숙희는 저도 모르게 겁이 더럭 났다.   "I faxed all the work to them. (내가 그들에게 작업한 것을 퍀스 쳤소.)"   "오우?"   [그들이 우리의 분석 결과에 승복했소.]   [그래서요?]   [아버지는 책임지고 물러서야 하고. 딸이 계승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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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희는 남 캐롤라이나 주의 돈 장사 회사에서 담아온 밬스들을 급한대로 열어서 재정리하는 것으로만 오전을 보냈다.그 동안 그녀의 보쓰가 방으로 찾아와서 당장 필요한 것들을 꺼내 가느라 정리가 늦어졌다.그날 하루 종일 그녀와 그녀의 보쓰는 점심도 건너뛰어가며 자료 재정리에 매달렸다.그러다가 두 사람이 숨을 돌리고 회의실에서 마주 한 때가 저녁 여섯시를 훨씬 넘어서였다.그녀의 보쓰는 사뭇 긴장된 분위기였다.숙희는 그녀가 뽑아낸 숫자 합계를 들여다 보며 보쓰가 입을 열기를 기다렸다.   "웰..."   그가 그렇게 서두를 꺼내고는 큰기침을 무리하게 했다. [뭣 좀 발견했소?]   [남부 출신의 이 기업이 북동부의 부호들을 함부로 건드리다가는...]   "That's what I'm saying! (내 말이 바로..

3-1x021 숙희의 갈등

숙희의 갈등   "진짜 음식이 생각보다 잘 나왔네?"   숙희는 그 말을 한참 전부터 하고 싶은 것을 참다가 했다. "갈비 느끼한 거를 냉면으로 입가심하는 거... 술꾼들 특별식이야?"운진은 쿡 하고 웃었다.둘은 음식을 싹 비우고 그 곳을 나왔다.   그는 이제 추렄을 여유있게 몬다. 어차피 서둘러서 올라가 봐야 가게는 닫힌 후이다. "집에서 잘, 못 해 먹는 거를 밖에 나오면 시켜먹는 거죠."   "집에서도... 냉면 같은 건 하잖아."   "영업집의 육수를... 흉내 못 내죠."숙희는 이제 운진의 화가 풀렸나 하고 저으기 안심이 되어갔다.   내가 출장 따라 간다니까 막지는 못하고 가방까지 챙겨줘 놓고는...   내가 전화로 이상한 이야기를 하니까 그 밤으로 당장 데릴러 온다는...   그 빌딩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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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진은 화난 사람처럼 입을 꾹 다물고 운전만 한다.숙희는 앞에 보이는 길이 조금 복잡한 것 같으면 잠자코 있다가 뻥 뚫리거나 괜찮은 것 같으면 말을 계속 하면서 그의 화를 풀려 한다.남 캐롤라이나 주를 떠난 때가 아침 아홉시 경이었고, 오후 한 시경되어 북 캐롤라인 주를 거의 중간 정도 관통할 때쯤 되어 운진이 추렄을 레스트 에어리아로 뺐다.거기서 그는 그녀에게 암말도 않고 내려서는 휴게소 건물에 붙은 공중전화로 갔다.차에 남은 숙희는 그제서야 참았던 숨을 길게 내쉬었다.   와아...   내가 왜 이렇게 살아야 하지?   저 남자한테 내가 무슨 큰 약점이 잡혔길래 나 자신 모르게 쩔쩔매.숙희는 운진이 오라고 손짓하는 것을 보고는 그래도 일초도 안 지체하고 추렄에서 내렸다.그녀는 늦게 가면 그가 소리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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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희는 숙소로 돌아오자마자 운진에게 전화를 했다. 그리고 그에게 간단하나마 분석 의뢰를 맡은 회사의 문젯점을 들려주었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격이군요." 그가 그녀의 말을 끝까지 다 듣고 난 후 한 말이다.    "그치!" 숙희는 운진이 웬일로 그녀의 편을 들어주는 것이 반갑다.   "만일 어떤 헛점을 발견하게 되면... 누구한테 알릴 겁니까?"   "아무래도 딸이... 아버지의 부정을 파헤치려고 우리를 하이어(hire)한 건데..."   "그렇다면... 아버지란 측에서는 두 가지 반응 중에 한 가지로 나오겠군요."   그로부터 하루 지난 이튿날.숙희는 차를 타고 가는 중 보쓰에게 어디서 아침을 따로 먹고 들어가자고 제안했다.   회사 빌딩 내의 카페테리아 음식이 특별히 만들어서 그런지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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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튿날.숙희는 보쓰가 예언한 대로 심지어 화장실 갈 시간도 없이 그 융자 회사의 회의실 하나를 빌어 대차대조표와 실질적인 손익을 구분하는 작업에 매달렸다.그녀의 보쓰는 아예 넼타이를 느슨하게 하고, 소매도 걷어부치고, 서류들의 순서를 매겨서 넘겨주는 숙희에게 손만 내밀었다.숙희는 서류를 간추릴 틈도 없이 그가 달리는 것들을 그의 손에다 얼른얼른 올려놨다.숙희의 손가락은 계산기 두드리느라 아프던 손가락 뼈마디가 이젠 감각도 없다.그녀가 계산기에서 뿜어내는 폭 이 인치 정도의 프린트 페이퍼가 테이블 너머로 마치 국수가 기계에서 쉬지않고 밀려나오듯 이리저리 돌아가며 쌓인다.   "웟 이이 갓(뭣 좀 찾았소)?" 그녀의 보쓰가 아주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숙희는 계산기를 두드리며 숫자가 나열된 페이지 하나를 넘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