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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운진은 혼자 예전 교회에 나갔다.그는 어떤 속셈이 있었다.그리고 그의 속셈이 맞아 떨어지려고 하는지 최 장로의 식사초대를 또 받았다.그런데 최 장로네 집으로 운진의 부친이 왔다. "그 여자애를 아예 약혼녀라고 소개하고 다니니?"   "어, 녜..."   "그럼... 다... 그런 사이야?"   "어, 녜..."   "늬 누나 말대로 화원에 살림 차렸어?"   "어, 녜..."   "그럼, 뭐... 여기 장로님 댁하고는 말을 더 잇지 말아야지."   "녜."   "너는 무슨 생각으로 초대 한다고 온 거니?"   "혹 어떤 변화가 있을까 하구요."   "너 그 여자애랑 헤어지냐?"   "메이비."   "살다 보니까, 아냐?"   "밖에 딴 남자가 있나 봐요. 가려고 하는 거 보니까."   "그럼,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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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희는 자의반 타의반으로 다시 실직자가 되었다.그녀가 운진에게 제일 먼저 의논한 것이 화원 안채를 떠나 아빠네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었는데 그가 노 한 마디로 일축했다.   "사실 그 동안 염치없이 돈도 안 내고 살았는데..."   "그렇게 말하면 제가 화를 내죠."   "남들이 우리를 어떻게 볼까도 걱정되구."   "그게 무슨 상관이예요. 그리고 남들이 우리를 뭘 어떻게 봐요, 어떻게 보긴."운진의 조금 이상한 어투에 숙희는 잠시 어두웠던 마음이 열렸다. "또!"   "어차피 회사에나 밖에다가 피앙세라고 말했으면서, 뭘, 요."   "또, 우리 동거하느니 어쩌느니 그럴려고 그러지!"   "다들 그렇게 알아요."   "허!"매장의 한쪽에서 결혼식 화환을 만드는 외국인 일꾼들이 이쪽을 흘끔흘끔 봤다.   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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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희는 회사에 출근해서야 벌어진 일이 뉴스에서와 다름을 알았다.어떤 침입자가 서류를 훔쳐 내다가 버리려 했다는 말은 전혀 사실무근이었다. 상부에서 그렇게 말하라고 지시했기 때문에 직원들에게도 똑같이 말이 나갔는데.실제로는 그 서류들이 이글 파이넨싱으로 전량 반송되던 도중 증발했다고. 그러나 어떤 방법으로 반송되다가 그런 일이 벌어졌나에 대해서는 설명이 없었다.숙희는 한층 더 높은 보쓰의 부름을 받고 회의에 참석해야 했다.그녀는 몇몇의 더 높은 이들에게 왜 갑작스런 유급 휴가를 받았나에 대해 설명해야 했다.그들은 현재 입건되어 있는 자에 의해 구두로 지시받았다는 그녀의 말을 일단 받아들였다.그들이 그녀에게서 알고자 하는 것은 그녀가 어디까지 알고 있는가 였다.   "I don't remember any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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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희가 화원의 안채에서 기거하며 직장생활 하는지 그럭저럭 벌써 일년이 넘는데.운진의 그녀를 대하는 거리띄움은 변함이 없다.그의 그런 점이 그녀로서는 늘 편안함으로 다가오지만 그가 주말 같은 때에 어디 볼 일이 있다고 같이 안 있어주면 불안해진다. 혹 다른 여자와 만나나 하는 상상만 하면 그녀는 겁이 난다. 왜.만일 다른 여자와 견주어서 집안 배경을 따진다면 숙희는 백이면 백 밀리기 때문이다.그녀는 공희모가 네 년의 출생의 비밀을 아느냐고 욕만 퍼부었지 정작 자세한 내용을 들려주지 않았고, 부친도 그 점에 대해서는 입을 꾹 다물고 있어서 마음만 아플 뿐이다.그녀가 혹시나 하고 불안해 하는 것은 운진은 '알고 있는가' 이다.공희모가 무슨 험담을 퍼부었길래 그의 모친이 무조건 아들더러 헤어지라 하는 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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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희는 저녁 초대 받아간 집에서의 어색한 분위기를 못 느끼지 않았다. 그녀가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그녀를 대하던 그들의 눈초리를 못 느낄 리 없었다.특히 그 집의 큰딸로 보이는 이의 눈돌림이, 뭐랄까, 굉장히 노골적이고 저돌적이었다. 그리고 운진이 숙희를 약혼녀라고 칭했을 때 몹시 당혹해 하던 그들의 반응.그렇다면. 운진에게는 전에 키가 좀 작고 예쁘장한 여인이 있었고. 이번에 저녁 초대 받아서 간 집의 딸을 놓고. 그리고 숙희를 가담시켜서 만일 운진더러 세 여자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라고 한다면, 당연히 집안이 가장 제대로 갖춰진 쪽을 고르지 않겠는지.앞의 여자는 그녀의 집에 가 본 적이 없으니 모르겠고. 그러나 몇번 마주치지 않았지만 몸가짐이나 남을 대하는 태도 등이 막 굴러먹는 집안은 아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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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란은 상을 다 차리고 나서 숙희를 똑바로 봤다.   약혼녀라고?영란의 눈에 척 들어오는 그녀의 특징은 훤칠한 키에 육감있는 몸매.그녀가 음식을 종이 접시에 골고루 담아서는 소파로 돌아가서 오운진 옆에 착 앉는데. 둘이 나란히는 앉았지만, 내 눈은 못 속이지. 둘은 그렇게 가까운 사이가 아냐. 숙희가 나물무침을 먹어보더니 제 입에서 나와 젓가락에 남은 것을 운진의 입에다 갖다댔다.운진이 그것을 주저않고 받아 먹었다.   '안 매워?' 여자가 조그맣게 물었다.   '조금 맵네요. 매우면 먹지 말아요.' 남자가 여자의 접시에서 그 나물을 모두 가져갔다.여자가 남자의 접시에 담긴 부침개 하나를 집었다.운진이 그제서야 캔 맥주를 땄다.그가 그것을 내미니 숙희가 받아서 입에 가져갔다.운진이 두번째 캔을 또 땄다...

4-1x031 숙희의 선택

숙희의 선택   숙희는 얼떨결에 따라가 본 교회였지만 썰렁했던 분위기가 오히려 인상에 남았다.몇몇 가족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서 앞을 열심히 보며 경청하던 모습이 착해 보였다. 전에 한번 운서언니에 의해 올라갔었을 때의 어수선했던 것 보다는 나았다는 느낌을 받았다.운진은 최 장로의 완강한 초대를 차마 거절 못해서 숙희를 대동하고 그의 집으로 갔다.전처럼 영란이 홈웨어로 갈아입고 부엌에서 부산을 떨었다.그 집 마님은 부엌과 다이닝룸을 드나들며 뭐가 그리 못마땅한지 상을 짝 찌푸렸다.최 장로가 캔 맥주 세 개를 내왔다.운진은 받아만 놓고 앉은 소파 주위를 그냥 둘러봤다.그런데 영아가 저만치서 이쪽을 보고 있다가 달려왔다.   "히어!" 영아가 티테이블 신문 밑에서 텔레비젼 리못 콘추롤을 끄집어 내어 운진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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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자 선생님은 버지니아의 어느 교회로 가시고.   목사님은 장로들의 당파 싸움에 지쳐서 전도사를 앞에 세우고 휴무시라고.   "이제는 교회 주차장이 아예 흡연 장소야."   최 장로가 개탄했다. "교회 건물 주인에게 렌트비도 석달 밀렸고."영아가 앞에 나가서 피아노 연습을 하고 있다.무슨 특별 찬양 때면 이백명도 넘게 꽉 차던 본당은 곧 열시가 되는데, 스무명 가량이 여기저기 식구들끼리 모여 앉아있다.   "성가대도 없습니까?" 운진이 강단을 쳐다보며 말했다.   "뭐, 그냥, 각 파트에 하나씩? 우리 큰애가 쏘프라노. 우리 마누라가 메조 쏘프라노. 나는 여전히 테너. 그리고 청년회 총각 하나가 베이스."   "황군은 안 나옵니까? 테너?"최 장로가 헛기침을 크게 했다. "사실은, 황 장로가 이간질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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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진이 저녁 뉴스 할 시간인가 하며 텔레비젼을 켰다.그가 채널을 두어 군데로 바꿔가며 잠깐씩 보다가 리못 콘추롤을 숙희에게 주었다.    "그 사람이 말한 것처럼, 금광을 히트 한 것처럼 대단한 일이면, 뉴스에 금방 나오겠죠."   "나더러 만일 보도진에 공개되어도 절대 입 벌리지 말라면서."   "모르긴 해도, 숙희씨가 대단한 걸 찾아낸 모양이죠."   "우리 나라 돈으로 수십억대야, 운진씨. 일 대 천으로만 쳐도."   "그걸, 이제, 아버지란 이가 인정하고 내놓던가, 아니면, 법정 투쟁까지 가던가."   "나, 그만 둘까 봐, 운진씨."   "기다려 봐요. 회사에서도 중요하니까, 숙희씨에게 예정에도 없던 휴가를 주고, 말 조심 하라고 철저히 단속하죠. 숙희씨를 보호하려고."   "여기 괜찮겠지, 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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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희는 느닷없는 유급휴가를 받았다.그녀는 조심스런 마음으로 출근했다가 보쓰로부터 그렇게만 듣고 돌아나와야 했다. 그것도 그 주의 남은 날들을 쉬고, 돌아오는 월요일에도 일단 전화부터 걸고 하라고.   "Am I getting fired? (나는 모가지 당하는 거예요?)" 그녀는 상사에게 그렇게 물었다.채프먼이 손을 마구 내저었다.    노, 노, 노 하며.   그리고 그가 숙희의 귀에다 대고 말했다. [어느 누구와도 이 일에 대해서 말하지 말고. 만일의 경우 밖으로 터져서 보도진의 추궁을 받더라도 절대 말하지 말것!]숙희는 겁이 더럭 났다.그가 숙희의 어깨를 가볍게 건드렸다.   You just hit the gold mine! 당신은 방금 금광을 친 거요 하며.   숙희는 지체않고 화원으로 돌아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