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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희는 저녁 리셒숀이라는 자리에서 나온 와인도 사양했다.운진이 딱 한 마디 한 때문이다. 될 수 있으면 술은 하지 말라고.그녀는 사실 긴장도 풀 겸 딱 한 잔 정도는 하려 했는데, 그가 한 말이 몹시 걸렸다.호텔로 태워다 주는 그 회사 공용차량에 그녀와 그녀의 보쓰가 같이 탔다.방은 층도 다르게 따로 예약되어 있었다.숙희는 일단 불안과 의심을 떨궜다.같은 차가 다음날 아침 정각 여덟시에 호텔 앞에 와 있겠다고.   숙희는 지정된 방에 들자마자 운진에게 전화부터 걸었다. "나 밤 새게 생겼네?"   "왜요?"   "보쓰가 여기 와 있었으면서 아무 것도 안 해 놓은 거야."   "아..."   "그러니 내가 여기 애들 꺼 안 챙겨왔으면 어쩔 뻔 했어?"   "숙희씨를... 수키를 믿은 모양이죠."   "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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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튿날.   운진은 아침 새벽 일찍 화원이 바쁜 중에도 숙희를 추렄에 태우고 워싱톤 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개 그림' 그려진 고속버스 터미널까지 가주었다.   숙희는 지난 밤 운진의 설득에 넘어갔다. 어떤 기회가 오는 것 같으면 주저말고 발을 내딛는 거라고. 그래서 그녀는 고속버스로 열시간 걸리는 남 캐롤라이나 주의 샬롯(Charlotte)이라는 도시로 간다.운진이 약간 큰 가방을 버스 짐칸에 실었다. 그리고 작은 손가방을 그녀에게 들려주었다.그녀는 버스 터미널에서 아주 과감히 그와 키쓰를 했다.밖에서는 손도 잘 안 잡으려는 그녀가 공공장소에서 남자와 키쓰를...행운을 빌어주고 받는 키쓰였다.숙희는 용기가 필요했다. 그래서 그녀는 용감하게 그에게 키쓰를 했다.   '생리대는 지금 내가 준 손가방 속, 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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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희가 캘 뱅크를 놓고 절절 매었을 때, 회사에서 다른 에이전트에게로 넘기고 대신 받은 중장비 융자 회사에 대해서는 아웃라인도 못 잡고 운진에게 투정이나 부리는데. 그리고.   '점점 더 힘든 일을 시키고, 종래에 가서는' 도태시킨다는 운진의 말이 그녀의 뇌리에서 떠나지 않고 뱅뱅 도는데.숙희에게 상사로부터 느닷없이 남부 지방으로 출장을 내려 오겠느냐는 제의가 들어왔다.   중장비 융자 회사에서 직접 회동을 하잔다고.   그가 출장을 가서는 여사원에 대해서 자랑을 많이 했더니 만나자는 것이라고.   그리고 내려오면 내려오는 김에 남 캐롤라이나 주의 본사를 탐방하자고.    "I think they want you to take care of their account. Only by you. (그들은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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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희는 상사에게 보고서를 제출하며 이렇게 말한다.   [문젯점을 발견한 것 같은데, 내 실력이나 자리로 봐서는 감히 덤벼들 수준이 아닌데요?]그러면 그녀의 상사가 반가히 받아서는 검토를 한다.   "Sue. Don't worry. Let me handle this. (쑤. 걱정하지마. 내가 알아서 할께.)" 그 상사가 여러 군데에 전화 시도를 하고, 그는 또 그의 상사에게 회의를 요청하고 등등...그러한 문젯점들을 파헤쳐서 해결책을 찾아내면, 우선적으로 그 상사가 칭찬을 받고. 그러면 숙희에게는 조용히 포상 휴가가 내려진다.그녀의 기지로 상사의 체면이 서고 신임을 얻는 것이다.   "하지만, 난 그런 게 적성에 안 맞어!"   숙희가 저녁을 먹으면서 운진에게 던진 투정이다. "머리 터지게 들여다 본 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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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희는 거의 일주일 만에 캘 뱅크 어카운트를 다른 이에게 넘기고, 대신 남 캐롤라이나 주에서 '북행'을 꿈꾸는 어떤 융자업체를 맡으라는 임무가 주어졌다.그 업체는 주로 농업자들에게 중장비 융자를 주도해서 톡톡히 재미본 회사라고 했다.그러나 80년대에 들어와서 미국이 세계 최대의 농업 국가에서 중국에게 차차 밀리기 시작하면서 하나둘씩 사라지는 농지의 상태를 볼 때, 그 융자회사는 다른 돌파구를 찾지 않으면 자연 도태될 위험성을 다분히 안은 처지이다.게다가 미국 뿐만 아니라 세계 최대의 농기구 중장비 제조 회사인 '사슴' 마크의 회사도 사양길에 접어 들었다는 마당에...숙희가 그 대상들을 조사하고 분석한다는 것은 자칫 잘못 했다가는 저조한 비지네스의 책임을 뒤집어 쓸 위험성이 다분한 것이다...   "중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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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 치고받고 아주 잘 노네?"운서가 저녁을 만들어 주러 안채에 들어서며 하는 말이다.운진은 바로 나가서 뒷뜰의 일꾼들에게로 돌아갔다.숙희는 무안한 김에 씻으러 들어갔다.숙희는 그 날 저녁 운서 언니에게 돈을 내밀었다가 적잖은 꾸중을 들었다. 그렇게 바늘로 찌를 틈도 없이 세상을 사는 거 아니라고. "숙희는 내 동생을 알려면 아직도 멀었어."   "..."   "내 동생은 지 좋으면 가진 거 다 내놓고도 후회 안 하는 성품을 가졌어."   "..."   "그런가 하면, 이민 오기 전에 한국에서 둘이 죽자사자 하던 애인이 있었는데..."운진에게 어떤 데모의 주동자로 지목되어 현상 수배가 내려졌을 때.운서는 툭 하면 이문동으로 끌려가서 동생의 행방을 대라는 모진 고문을 받았고.운진의 애인은 미행 당하는 것..

2-1x011 와이 마이 피앙세 올 더 타임

와이 마이 피앙세 올 더 타임   숙희는 캘 은행의 갑작스런 불실 경영을 분석한 결과 보고를 상사에게 제출했다.캘 은행은 이민자들의 잡초처럼 억척스러운 노동력과 미국에서 크레딧을 쌓아가고 싶어하는 욕망으로 비행기 융자를 철저히 갚아 나가는 것을 눈 여겨본 다른 은행이나 항공사들이 차차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자...캘 은행은 지나친 경쟁을 의식한 나머지 미국 이민자들 중 타은행들이 기피하는 부류인 동유럽 계통의 이민자들에게도 FNPL 융자금을 풀었다.그 지방 출신의 이민자들 중 일부는 미국에 도착하는 즉시 처음 신고한 거주지를 바꾸고 잠적하기도 한다.동 유럽인들은 아시아 이민자들처럼 빈 손으로 들어오지 않는다. 그들은 미국에 들어오자마자 친척들 내지는 같은 부류들에 의해서 주로 택시 사업에 뛰어든다.탴시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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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희는 운진에게 자꾸 허물어져 가려는 마음을 붙잡느라 애쓴다.그는 그녀가 주말에 술 같이 하자 하고 붙잡으면 절대 사양 않는다.그리고 그녀가 취기로 얼큰해져 가서 흐트러지면 그 틈을 타서 장난걸 만도 할 텐데 그는 고맙고 괘씸하게도 하나도 흐트러짐 없이 술 먹은 마무리를 해주고 간다. 한편 그래서 숙희는 한 주일의 스트레쓰를 술로 풀 때, 운진을 앞에 앉힌다.   "나, 딱 고등학교 졸업하는 날, 아빠가 술 먹였어."   "체! 난 고 2 때 이미 술 담배 시작했는데."   "야, 오운진! 그거 자랑 아니다."   "저보다 조금 늦게 술 배우신 숙희씨 주정, 밤 새는 줄 모르시네."   "밤 새는 줄 모른다..."   숙희가 술에 취해 흔들거린다. "어이! 내가 도둑이야?"   "이번 주에는 안 좋은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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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진은 가만 생각해보다가 맞을 각오를 하고 모른다고 대답했다.   "그 날... 운진씨는 가게에 오지 않았지만... 나로서는 말로만 듣고도 운진씨에 대한 감정을 처음으로 가슴에 담은 때인데..."운진은 긴장에서 나오는 헛기침을 했다. "미안하지만... 돌대가리라."   "그 때가... 미국의 레이버 데이(Labor Day)야."   "녜?"   "운진씨한테 거저 얻은 악세사리들을 그 날 하루에 다 팔고."   "그게, 그러니까 몇년 됐어요?"   "얼마 됐나를 말하는 게 아니지."   "악세사리 장사면 2년 전인가... 3년전인가."   "1년이고 2년이고 3년이고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난 숙희씨를 교회에서 처음 뵌 게 다인데."   "와아! 오운진!~"   "흐흐흐! 숙희씨 화내시니까 진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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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희의 얼굴이 점점 밝아지기 시작했다. 따라서 그녀의 아름다움이 피어나기 시작했다.그녀의 머릿속에는 일에 대한 욕심과 집념만 가득하다.그녀의 마음에는 운진에 대한 애정과 질투만 가득하다.그녀의 퍀스 머신에는 매일 두시경부터 시작해서 세시경이면 두 개의 은행에서의 그날그날의 영업 결과가 들어온다.   첫째는 워싱톤 에어리아에서 꾸준히 발전하는 S자 이니셜의 은행의 데일리 추렌젴숀이 지점별로 쉴새없이 들어온다.물론 그 은행의 본점으로도 데일리 결과가 들어간다. 본점에서 일하는 애날리스트 직원들도 은행의 데일리 결과를 종합하고 분석하고 하지만 밖의 사람들은 전문 분석가의 평가를 더 신임하고 그들의 결론을 토대로 모든 향방을 결정한다.즉 S 은행의 활동은 숙희의 하루 후 분석 결과 발표에 백 프로 의존하는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