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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희는 모친과 술을 나눠 마시고 탈이 나서 학교를 결석했다.송 여사는 딸에게 북어국을 끓여주고 같이 먹었다.   "엄마가 이런 말 하면, 너, 또 화 낼지 몰라도."   "무슨 얘기, 엄마?"   "늬 아빠... 주량이 보통 남자들의 몇배는 되셨단다."   "체!"   "그냥... 그렇다."   "아버지란 이가... 나의 존재를 알아?"   "글쎄... 한 중령님이 어디까진지."   "지금도 아버지란 이의 부관이야?"   "그건 모르겠다."숙희는 다음날 등교했다.그런데 하필 그 지겨운 국방색 찝차가 그 날 따라 안 보이는 것이었다.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더니 이럴 때 인용하는 말이네!   개똥만도 못한...숙희는 교내의 술렁임을 점심시간에 알았다.그리고 오후 교시가 시작될 무렵, 정문이 차단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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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희가 철대문을 박차고 나왔다.그 뒤를 송 여사가 딸의 이름을 부르며 맨발로 쫓아 나왔다.숙희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뛰려다가 모친에게 붙들려 세워졌다.   "숙희야. 내 말 더 들어."   "놔! 엄마!"   "더 들어!"모녀는 울고 있었다.   "더 듣고 싶지 않어! 살고 싶지 않어!"   "들어야 해!"   "뭘 더 들어!"   "넌 사랑하는 마음에 잉태되었으니까!"   "뭐가 달라?"   "너는 실수로 태어난 게 아니니까!"   "뭐가 다르냐구!"   "너는 이 엄마의 전부였으니까!"   "나는 뭔데!"   "너는 훌륭한 아버지의 딸이야."모녀는 언덕이 내려다 보이는 돌 위에 나란히 앉았다.   엄마가 동경에서 남자 잃고 홀몸으로 서울로 돌아온 후.   다짐하고 다짐했던 내 마음을 흔들어 깨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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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단증에 붓글씨로 송숙희라고 멋지게 휘갈겨졌다.체육관은 바늘 떨어지면 들릴 정도로 조용했다.숙희에게 봉변을 당한 심사관이 그 증을 들고 의자에서 일어섰다.숙희는 다른 학생들 틈에 끼어 마루에 정좌하고 있다.그 심사관이 든 증은 한 장이었다.그가 헛기침을 했다. "에... 단기 사천 삼백 사년 블라블라... 송숙희. 4단!"와아아아아!마루가 발진동으로 마구 떨기 시작했다.   "다른 나머지 선수들은 다음 기회에..."그 심사관의 자신없어 해 하는 말은 함성에 파묻혔다.김 중위가 숙희에게 악수를 청했다. "아따. 겁나부러."숙희에게 봉변 당한 심사관도 숙희에게 악수를 청했다.숙희는 그 심사관에게 구십도로 절했다.   그러나 송 여사는 딸의 승단 시험 통과가 반갑지 않다. 누구 때문에 시작해야 했던 태권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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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반의 상급생들은 괜찮은데, 동급생들은 숙희와 대련 연습하는 것을 꺼렸다.물론 서로 가드를 완비하고 대련하지만 특히 숙희의 발차기는 치명적일 수도 있다고.게다가 그녀는 남학생에게 조금 비겁한 공격을 받으면 상대 대련 학생을 사정없이 차서 자빠뜨렸다. 그러면 그 학생은 울면서 일부러 그런 거 아니라고 항의했지만 상대가 여학생인지라 김 중위도 상급 선수들도 그 학생을 또는 선수들을 나무랐다.   태권도 본관에서 직접 나와 심사하는 승단 시험이 있었다.김 중위는 숙희의 3단증을 제시하지 않았다.다른 학생들은 연습에 연습을 해 온 실력을 발휘하려고 목청이 터져 나가라 구령을 붙였다.본관에서 나온 심사관들은 태도가 몹시 거만했다. 입술을 삐쭉이거나 고개를 젓기도 했다. 게다가 대련 테스트에서는 임의로 등급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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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희는 안 나가는 날이면 틈틈히 사 모으기만 한 책들 중에 골라서 읽기 시작했다.그녀는 눈은 책에 가 있지만 머릿속으로는 엄마한테 어떻게 말을 꺼내냐 연구했다. 그냥 간단히 아빠는 어떤 분이셨어 하고 물을 수도 있다. 아니면, 아빠 사진 감춰 놓은 거 있어 할 수도 있다.그녀는 나이에 비해 노숙하고 또 숙성하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그녀가 기억하기로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앞자리에 앉았었다. 그랬다가 고등학교에 들어가서 그것도 초경을 시작하고는 어느 날 갑자기 키가 훌쩍 커버렸다. 과장되게 말하면 자고 일어나니 하룻밤 사이에 십센티미터가 자랐다.한 중령이 갑자기 커 버리고 확 달라진 숙희를 보고는 남자놈들이 보통 귀찮게 하지 않겠다며 호신술로 태권도를 배우라고 강요했다... 그러면서 한 중령이 한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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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의 송별식에 정애만 끼었다.그의 친구들은 의식적으로 정애를 따돌렸다. 정애는 그래도 아양떨고 이 선배 저 선배에게 말 걸고 그랬다.창원은 새벽에 기차 타러 가야할 사람이 기절하도록 마셔댔다.그는 숙희가 멀리 하는 이유를 모른다고 울었다.같은 날 밤을 숙희는 책 한권 들고 꼬박 지샜다.   남자 친구와 한 중령님.   이제는 남자들 전체로 비화해서 맞상대 하리라.그리고 그녀는 한 가지를 마음 먹었다. 전사했다는 아버지... 알아보고 싶다.숙희는 모친이 정애에 대해서 궁금해 하는 것을 걔가 아마 바쁜가 보다고 일축했다.실상 정애는 혼자 다니는 셈이다. 윤 선배를 숙희에게서 빼앗았다고 자랑스러워 하고 싶어도 정작 그 윤창원은 논산 훈련소에 가 있고, 그의 친구들이 정애를 전혀 모른 척 하는 것이다.되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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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희는 학교 정문을 나서다가 길로 나가는 모퉁이에 군대 찝차가 세워져 있는 것을 보고 돌아섰다.그녀는 그 차에서 누가 쫓아오기라도 하는 양 언덕길을 마구 뛰었다.그녀는 운동장 옆문으로 갔다.그 문은 쇠사슬로 묶여 있었다.숙희는 주위를 슥 둘러보고는 가방을 철사 펜스 너머로 던졌다. 그녀는 주위를 한번 더 둘러보고는 그 가슴 높이의 펜스를 영차 한번에 넘어갔다. 무릎까지 올라오는 잡초 사이로 덤벙덤벙 걸어서 인도로 나오니 학교 후문께의 버스 정류장의 학생들이 죄다 쳐다봤다.숙희는 인도 끝까지 나가서 학교 정문 방향을 쳐다봤다.국방색의 네모난 범퍼가 비록 멀지만 또렷히 보였다.숙희는 다음 건널목까지 가서 길을 건넜다.그녀는 거기서 집으로 가는 버스에 올랐다.   아! 정애...   정애 고게 앙심 먹고 나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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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희는 아버지에 대해 물어보지 않았고.송 여사는 첫남자에게서 아들을 낳은 것을 말하지 않았다. 걔가 숙희 보다 네살 위인가.   "인제 한 중령님이 또 우리 집 기웃거리면 신고할 거야, 엄마."   "그럴래? 그래서 그 분이 물러서면 다행이다만..."   "아버지 부관이었으면 부관이었지, 왜 여태 우리 사는 거에 간섭해? 간섭도 아니지."   "..."   "좀 이상한 기분이 들어. 한 중령님 만나면."   "..."송 여사는 딸이 학교 가고 없는 틈을 타 아주 모처럼 만에 외출을 했다.그녀는 왕년의 그 요정을 찾아갔다. 귀빈관?예전의 이름이 아니었다. 게다가...그녀는 간판이 버젓히 내걸린 것에 숨이 막혔다. 잘못 왔나.그런데 어느 연세 드신 여자분이 송 여사를 대번에 알아봤다. "아이고오! 이게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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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희는 한 중령에게 끝끝내 사는 데를 가르쳐주지 않았다.한순갑은 하마터면 숙희에게 손찌검을 할 뻔 했다.그런데 숙희가 한 중령을 표독스럽게 노려봤다. "내 몸에 손만 대요. 어떻게 되나."   "어떻게 되긴, 요게!"   "돌아가신 아버지의 부관이셨다면서, 엄마나 저한테 이러시는 거, 부당한 거 아닌가요?"   "돌!... 돌아가... 시긴."   "그러면요? 안 돌아가셨어요?"   "몰라!"   한순갑은 갑자기 가슴 한 구석이 찔렸다. "내려!"숙희는 찝차를 내려서는 천으로 된 문을 잠그는 게 아니라 탕 밀기만 했다.차 문은 손잡이가 프레임에 부딪고는 도로 튕겼다.   "똑바로 잘 닫아!"   "학교로 또 찾아오지 마세요. 또 찾아오시면, 아마, 유쾌하지않은 일 벌어질지 몰라요."   "요게?"숙희는 ..

pt.23//3-1x021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는 말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는 말   창원은 조교가 아주 근엄한 척 표정 짓고 서 있는 것을 봤다.그 날 따라 교련에서의 총검술은 엉망이었다.교관 김 중위가 신경질을 자꾸 냈고, 조교는 시범만 보이고는 부동자세로 돌아갔다. 다른 때 같으면 틀린 조를 엎드려 뻗쳐나 다른 기합을 주었을 텐데 그러지않았다.마지막으로 학생들을 몇바퀴 뛰라 시키고, 김 중위와 조교가 마주 했다.창원은 대열에 섞여 뛰면서 그 둘을 주시했다.조교의 얼굴이 창원을 따라 돌았다...월요일.교련 과목이 돌아왔는데, 조교가 다른 하사였다.이번에 온 조교는 학생들에게 존댓말을 썼다.창원은 다들 앉은 속에 끼어 온갖 상상에 빠졌다.첫째로 군대.둘째로 숙희와 주위의 남자들. 특히 김 중위나 조교.그리고 셋째로 집에서 권유하는 유학 문제 등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