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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란이 밖의 동정을 한번 살피고 들어와서 문을 닫고 벽에 기대어섰다.운진은 책상에 걸터앉아 총을 허벅지에 올려놓고 말을 시작했다.    “어이, 최영호! 내가 누구야, 니 누나랑 사는 매형인데, 무슨 일인 지 알아보지도 않고 니 누나 편만 들어서 날 이렇게 쳐? 넌 니 누나가 밖에서 무슨 짓하고 다닌 지 알고나 있냐?"영호의 눈은 저를 향한 총구에만 신경을 팔렸다.   "알고 있지?"운진의 그 말에 영란이 코웃음쳤다. "본론이나 말해."영호가 아마 누이의 그 말에 용기가 생겼나 매형을 흘끔 봤다.   “그래, 내 술 취한 바람에 니 동생이랑 실수했다. 그러면, 니 누나가 이놈 저놈하고 동침해서 지금 임신인데, 그건 어떡헐래? 그놈들 다 찾아 다니며 팰래? 패라, 내가 돈 줄께. 너 그렇게 쌈 잘해?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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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진은 영아가 자꾸 밝은 데서 좀 보자는 것을 뿌리치고, 어서 가라고 차 지붕을 두드렸다.   '무슨 꿍꿍이들인지 일단은 얘기부터 해 보자!' 운진은 집으로 들어섰다. 집안은 불이란 불은 모두 켜져있고, 영란이 리빙룸에 있다가 문 소리에 발딱 일어섰다. “왜 자기 혼자야?” 운진은 그녀의 말투가 왠지 자신없어할 때의 것처럼 들렸다. 그러다가 남편의 코가 긁힌 걸 보고는 어머머머머! 하고 비명을 질렀다. “어쩌다 다쳤어, 자기!”   “당신이 시켜놓고 묻나? 누굴 병신으로 아나? 체!” 운진은 뒷문 쪽의 간이 화장실로 향했다. 아니나 다를까! 영란이 앙칼지게 소리쳤다. “내가 뭐, 어째? 내가 뭘 시켜!”    운진은 화장실의 불을 켜고 거울부터 봤다. 아, 십할! 왼쪽 눈이 부었고 코가 이상했다. 피딱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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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라잇의 모양을 보니 사다리꼴인 것이 과거 영란이 잠깐 탔다가 영호에게 준 애큐라다. 그 차는 단숨에 달려와 운진의 앞에서 급정거를 했다. 환한 불빛에 거의 장님이 되어 운진은 차에서 누가 내리는지 알아볼 수가 없었다. 문이 탕 하고 닫히는 소리가 났다.운진은 옆으로 몇발짝 피해서 불빛에서 해방됐다. ‘역시 영호새끼네!’영호가 차에서 내려 인도로 올라섰다. “오늘은 매형이구 좆이구 없어, 씨발!”운진은 아내의 수작이란 직감이 들었다.    ‘흥! 지 동생을 시켜서 남편을 때려주라 했겠지. 가게를 넘겨주마 하는 미끼로. 그 여자의 머리에서 그런 아이디어 밖에 더 나올 게 없지.’ 운진은 한자리에 꼿꼿이 서서 다가오는 영호를 똑바로 응시했다. 영호에게서 술냄새가 진하게 풍겼다.    ‘흥! 싸움을 걸고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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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록이 기둥에다가 헛 주먹질을 했다.   “난, 쌈을 못 해. 비겁하다고 하겠지만. 근데, 처제와는 진짜 사고였어. 니가 만일 겉으로는 싫은 척 해도 속으로 처제를 좋아했었다면, 어떡해, 내가 너한테 사과해야지.”   “형님이 나한테 사과할 건 없죠. 난 사실 걜 그리 좋아하진 않았어요. 몇번 꼬리를 쳤을 때 칠까 했다가 괜히 책임질 일 생길까 봐 피했죠. 뭐, 몸이 그 정도 빠졌으면 누구나 한번쯤은 탐내볼 만하죠.”   “그나저나 조가가 언제 그런 말을 해?”   “아까, 점심 사러 나갔다가 쎄븐-일레븐에서 만났는데, 그럽디다.”   “그 새끼가 지금 챌리엄마를 위협해서 그 가게 있는 건물도 먹을려나 봐. 근데, 이 가게는 영호새끼가 들먹여? 완전히 갔구만, 두 씹새끼들이.”   "이 양반 뒤에서 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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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록이 침을 찍 하고 멀리 뱉았다.   “내가 뭐라 할 처지유? 뭐, 주인이 바뀌어도 난 주급 받고 일하는 거지.”   “엉? 아냐! 그거 헛소리야, 믿지 마. 말 같아야 말을 하지!”   “그리고, 영호자식은 지가 이 가게를 접수한다고 합디다? 나 보고 딴 데 일자리 알아보라고 하면서?”   “어엉?”   “무슨 일이유? 좀 속시원히 압시다. 가게를 파는 거유?”   “아냐! 안 팔아! 누가 헛소문 내는 거 같애. 누구야, 헛소문 내는 놈이! 년인지.”   “형님이 밖에서 처세를 어떻게 하고 다니길래, 이놈저놈 놀리고 말 장난을 치는 거요?”   “…” 운진은 대답을 회피했다. 나이 어린 형록의 입에서 처세라는 말까지 나왔다.   “나말요, 예? 승질 같애서는 형님이구 씨발이구 오늘 작살내구 싶은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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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록과 영호가 막 붙을려는 찰라였는데, 그 때 복권 아줌마가 아서 하고 둘을 나무랐다.    “여기 손님들이 봐!”그제서야 복권 판매대를 보니 이미 단골들이 두서너명 줄을 서 있다.형록이 턱짓으로 영호를 사무실과 붙은 창고 쪽으로 불렀다.영호가, '허, 저게!' 말로만 그럴 뿐 그 자리에서 서성거렸다.운진은 태권도를 하는 숙희도 부럽고 영호에게 서슴없이 욕 해 대고 붙을려면 붙자고 도전하는 형록이도 부러웠다. '남자라면 저 정도 깡과 뱃장은 있어야지.’   “캐쉬나 찍어, 이 양반아!” 영호가 물러섰다. 아무래도 형록이한테 한 수 꿀리는 기색이다.둘을 나이로 따진다면 형록이 영호보다 아마 적어도 댓살은 아래일 것이다.운진은 클클하고 처남을 비웃었다.    ‘쌔애끼! 싸움을 입으로만 하냐? 그나저나 형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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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집에 전화해서 영아가 없어진 것을 확인하고, 영란은 남편이 틀림없이 가 있을 가게로 갔다. 동생의 토요다 차가 당당히 가게 앞에 서 있고 남편의 벤즈 차가 안 보였다.     ‘이것들이!’남편의 셀폰으로 전화를 거니 신호만 가고 대답을 안 한다. 메세지를 남기라는 안내 녹음이 나오고... 영란은 또박또박 조용한 음성으로, “자기, 이 메세지 듣는 대로 나한테 전화해요?” 하고 나서 끊었다.전화기를 백 안에 넣으며, 영란은 이를 뽀드득 갈았다.    ‘내 느그들을 가만 놔 두나 봐라!’영란은 집으로 와서 밤을 꼬박새웠다.  그녀의 남편은 그날 밤 집에 안 들어왔다.     이튿날 영호가 키미를 학교에 데려다 주고 돌아왔다.    "누나! 매형자식 차, 왜 집 앞에 있어? 아까 나갈 때만 해도 안 보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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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장로는 처음 두 잔을 암말않고 운진에게 권하고 비웠다.   “그래서. 교회에서 결국 우리 큰애보고 독창을 맡아달라 한다 이거지?”   “녜, 장로님.”   “그걸 미스터 오한테 시킨 건, 뭐야, 미스터 오가 나랑 좀 친하니까?”   “그, 그렇겠죠?”   “난 우리 큰애를 설득시킬 자신이 없는데, 잘못들 알았구만. 쟤가 뭐 내가 하란다고 할 애도 아니고, 난 또 강제로 하라고 할 애비도 아니고. 자네가 잘 해 보게.”그 소녀만 남아 자꾸 운진을 쳐다봤다.운진은 괜히 왔다고 속으로 후회하며 일어서려 했다. 놀구들 있네!   “앉어, 이 사람아. 술은 비우고 가야지.”    최 장로가 만류했다. “임무를 띄우고 왔으면 완수를 해야지, 그냥 이대로 돌아가면, 자넬 믿고 보낸 사람들이 얼마나 실망하겠나.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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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란의 '내가 왜 이 교회에 나오는지 아느냐' 는 말에 운진은 속으로, ‘뭐, 설마 나 땜에 오나?’ 하고, 빠져 나갈 말을 찾았다. 최 장로가 그런 운진을 한구석으로 데리고 갔다.    “이보라구. 나두 쟤 땜에 여기 나오는데, 자네가 모른 척하면 울 애가 무슨 꼴이 되나?”   “아니, 저기요.” 운진은 알고 지내는 여자가 있다고 말하려 했다. 그러나 그런 말은 여기서 아무 상관이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칫 하다가는 헛소문 나고 숙희씨와 안 좋아질 것 같다.   “쟤가 자존심이 엄청 쎈 앤데, 자네 말은 듣잖아. 자네가 얼른 달래 줘, 이 사람아!” 운진은 계속 망설였다.결국 영란이 홱 돌아서서 가 버렸다.최 장로가 언짢은 큰기침을 했다.운진은 그제서야 일단은 저 여자를 달래보는 게 상책이다 ..

pt.1 9-1x081 영아의 첫사랑

영아의 첫사랑   영아가 운진을 남자로 처음 본 게 그러니까 운진이 성가대장과 지휘자의 강제 권유와 반 위협에 못 이겨 하는 수 없이 영란을 집으로 찾아가서 만났을 때였다. 교회에서 소프라노 독창을 다시 맡아 달란다고 전화로 말하려 했는데, 그녀의 부친의 참견으로 집으로 가게 되었다... 그 일의 시작은 이랬다.   교회에서 성탄절 찬양 연습으로 성가대원들은 주일 예배 후에 집에도 못 가고 다시 모였다.    ‘오! 거룩한 밤’ 이 채택되었다. 누가 그 독창을 할 것인지를 지휘자와 성가대장이 의논하는 사이 대원들은 연습실에 모여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베이스를 맡은 운진은 동료 성가대원 한사람과 콧노래로 음을 맞추고 있었다. 그 때 연습실문이 열리며 몇사람이 한꺼번에 들이닥쳤다. 맨 앞에 영란이 잔뜩 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