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1177

pt.1 7-7x067

운진은 김흥섭에게 말은 그렇게 했어도 숙희를 찾아갔다.그녀의 모친이 앞에서 막으려다가 딸에게 밀려났다.숙희는 가슴께에 팔장을 낀채 운진을 꼬나봤다. “뭐예요?”   “황은 왜 만납니까?”   “왜요, 그게 미스터 오하고 상관있어요?”   “내가 그 자식은 만나지 말라고 했잖아요!” 운진은 언성을 높였다.   “내 맘예요!”   “그 자식은 질이 안 좋아요!”   “미스터 오보다 더 예의 발라요. 흥! 가세요! 그리고 다신 찾아오지 마세요.”   “아, 그 자식은 만나지 말아요! 딴 남자 만나요, 딴 남자, 예?”   “그만 가세요, 네?”   “내가 말하려는 건 말예요, 그 자식이 처음부터 우리 둘 사이를 갈라 놓으려고 날 얼마나 놀리고 빈정거렸는줄 알아요? 근데, 결국 그 자식이 숙희씨와 데이트한다는 ..

pt.1 7-6x066

최 장로는 아내의 핀찬에도 말을 계속했다.    “우리 영란이는 미국 오는 바람에 하던 성악을 중단하고, 여기 와서는 아빠 엄마가 장사를 바로 시작하니까 동생들 뒷바라지 하느라 그 좋은 전공을 못 살렸지.”   “아니, 그런 얘기를 예서 뭣 허러 한대애, 글쎄? 저 청년이 들어서 뭐 좋다구?” 영란의 모친이 성을 냈다. 혹간씩 숨겨놓은 비밀이 탄로날 때 나타내는 그런 민감한 반응이었다.운진은 아아 어쩐지이 하고, 고개를 크게 끄떡여 주었다.    “그럼, 그 동안은요?”   “그 동안은, 뭐?”   “여기 안 있었나 보죠?” 운진은 제일 궁금해 하던 것을 물었다.   “집일을 도우다가 잠시 어디 좀 가서 미술을 했지. 그러다가 끝내고 이번에 다시 왔지. 지난 가을에.”   “녜에..."    운진은 영란..

pt.1 7-5x065

최 장로댁에서의 풀사이드 파티 후 약 반달이 흘렀다. 운진은 숙희에 대한 궁금증이 흐려질 무렵, 또 하나의 만남을 가지기 시작했다. 영란 그녀가 어떻게 알아냈는지 운진이 새로 나가기 시작한 그 교회로 나오기 시작한 것이었다. 운진은 그녀를 처음 마주친 순간 능청떨지 않았다. 영란은 영란 대로 수줍은 척 혹은 부끄러운 척 하지 않았다. 그는 그녀에게 식 웃어보였고 그녀는 가볍게 눈을 흘겼을 뿐이었다.   두 사람은 전혀 망설이지 않고 본당 맨 뒷좌석에 나란히 앉았다.둘은 찬송가 부르는 차례에서 소프라노 고음과 바리톤 저음이 조화되게 불렀다.그 두 사람 주위의 교인들이 흘끔흘끔 뒤돌아다 볼 정도였다.그 날의 예배가 끝난 후, 두 사람은 서로에게 필요치 않은 말을 삼가했다. 두 사람은 손 잡고 그 교회를 나란..

pt.1 7-4x064

운진은 내친 김이다 하고 말을 이었다.   “딴 남자하고 만나시는 건 다 좋은데요, 황하고는 절대 만나지 마세요. 그 자식 아주 질이 나쁜 놈이라구요. 성격도 안 좋은지 남을 비꼬고 나쁜 소문만 퍼뜨립니다.”   “아니, 하, 기가 막혀서 정마알? 사람을 뭘루 보고?”   “저를 싫다 하시니까 보내드리는데요. 만일 황하고 만나신다면 내가 말릴 거예요. 제발 황 아닌 다른 남자 만나세요. 그게 내 부탁이예요.”   “운진씨!”   “녜, 말씀하세요.”   “제 부탁도 하나 들어 주실래요?”   “녜.”   “제가 지금요, 운진씨를 딱 한번 때려주고 싶은데, 부탁해도 될까요?”   “그, 그게 말이죠. 그렇지 않아도 김형이 얼른 가서 매맞으라고 합디다. 근데요, 우린 어차피 끝난 마당이니까, 아뇨, 저 그냥..

pt.1 7-3x063

운진은 밤새 고민했다. 명색이 남잔데 그깟일로 여자한테 용서를 구해야 하고.그 여자는 운동 좀 한 여자라고 남자건 누구건 마구 때리고. 그 생일 파티에 안 갈려고 집으로 왔는데, 장로분이 직접 전화를 해서 오라고 하는데 어떻게 계속 거절을 하냔 말이다. 문제는 그 집 딸과 얘기 좀 한 게 거슬렸나 본데...일단 숙희의 입에서 교제를 않겠다는 말이 나온 이상 운진도 좋다! 하고, 뱃장으로 버텼다. 여자가 교제를 끊자는데 사정하고 매달릴 바보같은 자식이 어디 있겠나?그러나 황성렬이 마음에 걸렸다. ‘그럼 숙희씨도 홧김에? 안 돼!’기회만 있으면 놀리고 틈을 벌리려 하는 자인데, 만일 오운진이가 한숙희와 벌어졌다는 걸 알면 기회다 하고 덤빌 것이다. 김형의 말마따나 그렇게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근데,..

pt.1 7-2x062

영란 그녀가 운진의 코 앞에서 몸을 뒤집어 물 속으로 들어가며 물에 젖은 수영복을 비쳤다. 물에 젖어 착 달라붙은 수영 팬티는 여인의 하체를 고스란히 보여줬다. 운진은 허둥지둥 물에서 나왔다. 마치 못 볼 걸 본 양 얼굴이 화끈거렸다.    ‘아냐, 아닐 거야. 내가 잘못 본 거야. 설마아! 아냐, 아냐!’ 운진은 그녀의 음모가 물에 젖은 수영복에 비쳤다고 믿지 않았다. 여자의 성기 모양이 젖은 수영복에 그대로 나타났다고 믿기 싫었다.   그 날 운진은 노래자랑에도 참여않고 추운데도 뒷뜰 벤치에 나가 앉아서 영란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그 모습을 성렬 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도 여러번 지켜 봤다...   운진은 생일 파티에 갔었던 일로 숙희와 마음에서 서먹해졌다. 이유는 숙희와 좀체 가까워지지 않는 ..

pt.1 7-1x061 봄의 회상들

봄의 회상들   숙희가 대학에서 태권도 3단으로 ROTC 수련을 받을 때, 김형이란 자는 교련 교관이었다. 그는 공수부대를 갖다 온 사람이다... 무술이 이것저것 도합 18단이라는 무서운 사람이다...    운진은 전에 그렇게 들은 것 같았다.성렬이 낌새를 느끼고 빠져 나갈 구실을 찾는데 최 장로가 그제서야 밖이 소란한 걸 알고 나왔다. “아니, 미스타 오는 왔으면 들어올 것이지, 거기서 뭐 하나?”   “안녕하세요?” 운진은 인사를 꾸벅했다.     “뭐야, 무슨 일 났나?” 최 장로가 밖으로 나오려 했다. 운진은 반쯤 열린 현관문 사이로 내다보는 그 집 딸과 눈길이 마주쳤다. 그녀가 손을 작게 흔들어 아는 체를 했다. 운진은 그녀 방향에 대고 어색하게 인사했다.          “어서 들어오라고, 들..

pt.1 6-10x060

황성렬의 질투는 거의 주먹 다짐도 불사할 정도로 지나치게 노골적이었다. 운진은 그가 그럴수록 어이가 없어 뒤로 빠졌다. ‘저 자식이 내가 만나는 여자마다!’그는 운진이 숙희와 어울렸을 때는 숙희를 어찌 해보려고 애쓰더니 이제는 영란을 어찌 해보려는 지 기회만 닿으면 방해공작을 하는 것이었다. 실상 이 때쯤 운진은 영란과 어떤 진전이 벌어지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한국여성 평균신장에 몸매가 두드러지게 육감적이란 인상만 간직한 정도였다.성렬의 본색은 최 장로네 집에서의 두번째 초대 때 나타났다...   어느 일요일날 최 장로는 큰딸 영란의 생일잔치를 또 집 풀장에서 벌였다. 다 큰 여자의 생일을 차린다는 우스꽝스러움은 그 집에 새로 설치된 실내 풀장을 자랑하고픈 속셈도 있었을 터였다.교회에 구두 광고가..

pt.1 6-9x059

가게 전화기가 울었다. 운진은 허허허 하고 웃다가 누굴 지 뻔히 짐작이 되어 수화기를 들었다. 짐작대로 아내 영란이다.    “자기이! 왜 가게에 있어, 응? 집으루 와, 응?”   “알았어. 좀 있다 갈께.”   “내가 가요?”   “아냐. 금방 갈께.”   “빨리 와. 하루 종일 일 하고 잠을 자야지, 가게에서 또 술 마시면 낼 어떻게 장사...”거기서 영란의 통화는 끊겼다. 운진이 수화기를 던져 버린 것이다. 그래 놓고 그는 자신이 왜 화를 내는 지 잠시 어리둥절했다. 새삼 모르는 일도 아니고, 처제란 여자가 흘리듯 말해줄 때는 잠자코 있다가 왜 이제 와서 화를 내는 지 자신이 비겁하다는 생각을 했다. 행여 아내가 가게로 찾아올까 봐 운진은 부지런히 몸을 움직였다. 아내는 틀림없이 가게로 찾아올 것..

pt.1 6-8x058

영란이 남편의 손을 살짝 뿌리쳤다.    “아냐, 자기. 나 이대로 그냥 가면, 집에 가서 잠 못 자. 그러니까, 응, 자기 차 따로 왔잖아? 그냥 자기는 갈래요? 난 나중에 가거나, 아님 여기서 자고 낼 아침에 갈께.”   “그냥 가자니까?”   “아냐, 자기. 응? 착하지? 먼저 가요, 응?”운진은 아내를 부엌에서 나오게 했다. 그리고 그녀의 귀에 대고 말했다. “이봐, 챌리엄마. 우리가 속도위반한 거 당신 엄마가 말할 때마다 왜 이렇게 당신 신경쓰는데? 우리가 잘 한 건 아니잖아. 우리도 챌리가 있지만 만일 챌리가 그렇게 하면 당신은 넘어갈 수 있나 보지?”   “아이, 이상한 소리하지 마, 자기. 내 오늘은 저 여편네 그냥 안 넘어 가. 하루 이틀, 한두번이라야 그냥 넘어가지. 어쩔 거야, 이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