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란은 남편 어디 갔느냐고 묻는 손님들한테, “He’s busy. (그는 바쁘다.)” 라는 말만 반복했다. 매일 같이 돌아가며 각종 세일즈맨들이 가게에 들이닥치는 것을 몰랐던 영란은 그들이 정중히 권하는 대로 모두 주문을 했다. 그리고 은행잔고를 알아보지도 못 하고 그들이 내미는 청구서마다 수표를 끊었다. 어쩌다 가끔 찍어본 복권을 정작 하루 종일 붙어보니 실수투성이였다. 많은 사람들이 화를 냈고 줄에서 기다리다가 돌아서 나가는 사람들도 있었다. 영호는 계산대에 하루 종일 붙어서 한 손님 건너 몇불씩 훔쳤다. 그 날 장사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어 벌써 주머니가 두둑해졌다. 영호는 누이가 복권 판매대에서 쩔절매든 지 말든 지 술칸 계산대만 잡았다.그 뿐이 아니었다. 그로서리칸에서 일하는 청년도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