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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가 그 동안 알고 어울린 남자가 그럭저럭 셋은 된다고, 영아가 말했다. 하나는 결혼 전부터 알고 지내던 유부남이었고, 하나는 골프 치러 다닐 때 단체회식에서 만나 꾐에 넘어간 이혼남이고, 또 하나가 가게를 산 남자이다. 유부남과는 어려서 만난 사이이며 미술을 한답시고 버지니아 주까지 찾아가 만나 몸을 섞곤 했는데, 서너달 만에 그의 아내에게 들통나서 몰매를 맞는 망신을 당하고 헤어졌다. 그리고 운진과 초스피드로 결혼했다. 둘 사이의 첫째딸 챌리가 태어나고 가게를 늘이네 파네 정신없이 바쁠 때는 잠잠했다고.그랬다가 최근에 만났던 골프 치는 남자는 소위 제비였다. 그에게는 몸도 농락 당하고 돈도 꽤 뜯겼다. 결국 사람을 사서 그 자를 혼내주고 떨어졌는데, 그 해결사가 가게를 산 남자 조였다. 해결을 미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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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소리가 완전히 사라진 후, 그제서야 둘은 머리를 쳐 들었다.    “형부. 우리가 먼저 집에 가 있어야 하죠!”   “아니. 나 가게에 데려다 줘.”   “왜요? 또 술 드실려구요?”   “이대론 못 가, 나.”   “이러다 큰일 나시겠네. 언니가 집에 가서 형부 차를 볼 텐데요. 가게에 어떻게 갔느냐고 물으면 뭐라 하실 거예요? 자연히 제가 온 게...”   “지금 그딴 게 문제가 아니잖아?”   “아니, 제가 언니보다 먼저 집에 갈 수 있어요. 가요, 형부!”   영아가 운진을 강제로 차에 태웠다. “언닌 겁이 많아서 운전해도 하이웨이는 못 가고 로칼 밖에 못 타요. 우린 벨트웨이로 가면 빨라요. 얼른 움직여요!”   운진은 영아의 기지로 정말 집에 먼저 도착하고, 그녀는 반댓길로 사라졌다.운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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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아가 운진을 데리고 간 곳은 전에 판 가게였다. 영아가 차를 세우고 헤드라이트만 껐다.가게는 그 날의 장사를 마치고 이미 닫혔다. 운진이 영아의 손가락 끝을 따라가니 아내의 차가 어두운 곳에 마치 숨긴 듯이 주차되어 있는 것이 보였다.    “언니 저 안에 있어요.”   “누구랑?” 운진은 가슴이 떨려왔다.   “가게 주인 남자랑요.”   “미스터 조랑? 왜, 뭐 하는데? 돈 땜에?”    “아뇨.”운진은 목이 아파왔다. ‘설마아... 설마!’   “벌써 넉달째예요.”   “넉달째, 뭐.” 운진의 말이 떨렸다.   “언니가 넉달째 여기를 드나들어요.”   “…” 운진은 갑자기 배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언니가 형부랑 각방 쓰다가 갑자기 형부를 받아들인 이유를 아세요?”   “…”   “언니 지금 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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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진은 얼른 방으로 숨었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아마도 영란이 계단을 달려 내려오는 듯 발소리가 들렸다. 운진은 일은 터졌다고 생각했다. 그는 손에 든 맥주병을 얼른 숨겼다. 아내가 이 방으로 들어오면 난리를 필 텐데 만일 맥주병이 있다가 무슨 사고를 당할 지 모른다. 아내는 정말 화나면 눈에 보이는 게 없다.운진은 가슴이 쿵쾅거리고 뛰는 걸 억제 못 하고 아내가 들이 닥칠 때 어떤 자세를 취하고 있어야 하나 하고 서성거렸다. 모든 걸 다 알고 있는 척 할까 시치미를 뗄까 연구하는데, 밖에 문이 쾅 하고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나가는 거야?’운진은 숨을 죽이고 있다가 창 쪽으로 가서 밖을 내다봤다.아내의 렠서스(Lexus) 차가 불을 환히 켜고 집 앞을 떠나는 게 보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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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진은 이 날 가게를 마치고 집으로 가니 영아가 없다.   “처젠 어디 갔나 부지?” 운진은 소식통이 안 보이는 게 의아스러워 아내에게 물었다.영란이 부엌에서 내다보지도 않고 짧게 대답했다. “응.”   "어디... 갔는데?"   "집."   "집?"   "응! 집!"딸 둘이 아빠를 보고는 마치 눈치를 보듯 부지런히 이층으로 뛰어 올라갔다.   “집엔 왜 갑자기? 처제 그만 둘 거면, 가게에 사람 구할 때까지는 필요한데?”   “걔... 인제 여기 안 있을 거야. 그렇게 알어요, 자기.”   “엉? 형록이가 며칠 빼달라고 했는데. 형네 갖다 온다구.”   “내가 나갈께.”    영란이 얼굴은 안 보여주고 계속 부엌에서 대답만 했다. "내가 나갈 거야, 자기!"   “당신이 나오면 애들은 어떻게 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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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리가 웬지 달라진 것도 같고 살에 닿는 침대 감촉이 깔깔했다. 팬티를 찾아 입고 나서 누우니 등에 닿는 천으로의 시트가 없다.    ‘엉? 이 사람이 빨려고 뜯었었나? 아깐 매트리스 카바가 있었는 거 같은데? 이상하네...’운진은 꿈에서의 몽정도 참 희한하게 했다고, 머리를 연신 저었다. 이상하고 께림직한 상상을 빨리 지우고 잠이나 자려고...   영란은 이튿날 아침 일찍 돌아왔다. 그녀는 잠을 전혀 못 잤는 지 눈이 쾡했다. 그녀는 다짜꼬짜 목욕실로 직행했다.운진은 처제를 똑바로 못 보고 부엌을 지나쳤다.영아도 눈을 내리 깔은 채로 아이들의 시중을 들 뿐이었다. 아이들이 오늘 따라 조용한 게 이상했지만, 운진은 지난 밤의 처제의 말마따나 아빠와 익숙지 않아서 그러나 보다 내색않고 쿨러에서 물 한잔을..

pt.1 8-1x071 밝혀지기 시작하는 비밀들

밝혀지기 시작하는 비밀들   운진은 아내와 통화를 끝낸 후, 큰애의 셀폰으로 전화를 했다. 몇시에 집에 가는지 묻고 아빠가 피자를 시켜서 간다고 말하면서 어떤 피자를 좋아하느냐고 물었다. 큰애는 아빠가 웬 일이냐 하면서 치즈 많은 걸 좋아한다고 대답했다.운진의 짐작에 큰애는 차 안 같았다. 큰애는 외출이 잦다.운진은 아이들이 집으로 갈 때쯤에 맞춰 형록에게 가게를 잘 닫으라고 시키고 길 건너 피자가게로 갔다.   ‘아이들 때문 보다도 피자 먹으면서 처제한테 말을 걸어 형록이와 붙여보자.’그럴 생각이었는데 일은 이상하게 돌아갔다. 어느 한쪽이 예상한 것도 아니었고, 계획한 것도 아니었는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젠장맞을!   아이들은 부엌 식탁 위에 차려진 피자를 각각 종이접시에 담아 쟁반에 나눠 갖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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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진은 그런 옛날 생각이 날 때마다 자꾸 담배에다 손을 대려 했다.그가 그럴 때마다 형록이 방해했다.   "그럼, 너 내 보는 데서 담배 피우지 마. 아니면, 너도 끊던가."   “문제는 말예요, 예, 제가 끊으려 할 때 형님처럼 짜증내고 그러면 과연, 형님이 내가 그랬던 것처럼 받아주느냐, 그게 자신없어서 못끊어요.”   “미쳤냐? 내가 니 신경질을 왜 받아주냐! 니 마누라도 아닌데.”   “아니, 난 마누라라서 형님 신경질 받아준 거유? 말은 확실히 하슈.”   “하슈? 맞먹어라, 임마!”   “에이, 또, 할 말 없으니까 맞먹느냐고 시비지. 관두쇼, 형님.”   “야, 좋은 수가 있다.”   “뭐요, 또오.”   “우리 처제랑 결혼해서, 니 신경질을, 우리 처제보고.”   “어허! 그만하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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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진은 숙희의 웃음이 끝나기를 기다려 말했다.    “근데 황하고는 만나서 무슨...”   “무슨 얘기했느냐구요?”   “아, 뭐, 꼭 알려고 하는 건 아닙니다.”   “궁금하세요?”   “어, 예. 근데, 뭐, 꼭은 아니구우...”   “말을 바로 하세요. 궁금하시냐구요.”   “어, 예. 조금.”   “남 데이트한 게 왜 그리 궁금하세요?”   “그냥 한번으로 끝난 겁니까?”   “아뇨?”   “예? 한번은 만났다면서요! 아녜요?”   “호호호호! 와아, 운진씨가 막 질투를 내니까 기분좋다아! 궁금하고 질투나세요?”   “궁금도 질투도 아니고, 그냥 기분 나쁘네요.”   “왜죠? 왜 남 데이트한 게 기분 나쁘세요?”   “상대가 황이니까 기분 나쁘죠.”   “이상하시다. 미스타 황은 운진씨 칭찬을 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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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요. 숙희씨를 좋아하는데요, 좋아는 하는데요, 능력이 없어요. 잘 살게 해 줄 아이디어가 없어요. 저랑 결혼하면 고생만 직사하게 할 거예요. 근데 숙희씨가 좋아요. 좋은데, 지금 저 처지가 막막하니까, 저도 답답해요. 누가 저 같은 놈한테 딸을 주겠어요? 아무 능력도 없는데.”   “자신을 가져요. 남자가 패기도 없어요! 에이구, 정말 그러면 아무도 운진씨 안 봐요. 그래도 남자답게 당당해 봐요. 네?”   “결혼은 현실예요. 알아요? 꿈일 수도 있는데, 그니까, 결혼생활은 꿈 같이 해야 하는데, 밥상에 올라오는 끼니는 현실이예요. 꿈으로만은 배가 안 부르죠.”   “행복하면 안 먹어도 배부를 걸요?”   "환상 속의 세계에서나 안 먹어도 배부르겠죠. 현실은 현실입니다."   "현실에서니까 환상을 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