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2 190

pt.2 10-10x100

쑤는 원래 알트의 연말 파티에 참석했어야 했다. 즉 그의 망년회 댄스 파트너 내지는 일종의 얼굴 마담으로. 그러나 그녀는 집에서 꼼짝도 안 했다.그녀는 알트로부터 공갈협박을 받았다. 집에 틀어박혀 있다고 무사할줄 아느냐고.   "I found a man for you. (내가 널 위해서 한 남자를 발견했다.)"   알트가 음흉한 웃음으로 시작했다. "You will be surprised to death! (너는 놀라서 죽을 지경일 것이다!)"   "Art! You got billion dollar from that merge. (알트! 당신은 그 합병에서 억불을 벌었어요.)"   쑤는 자지러질 정도로 애처롭게 매달렸다. "You don't have to give me anything from that ..

pt.2 10-9x099

숙희네의 여름은 아무데도 가지않고 집에서 보내졌다.끽 해야 뒷뜰의 풀에서 물장구치면서 놀거나, 먹으러 나가기 싫으면 음식을 배달시켰다.챌리와 킴벌리 자매는 만나기만 하면 늘 쑥덕거렸다. 그리고 둘이 나란히 집을 나서기도 했다.운진은 궁금해서 미칠 지경인데 숙희가 가만 있으라고 만류했다.   "무슨 일이 있소? 함구령을 받더라도 알고나 지냅시다."   "자긴 말해도 몰라. 그냥 가만 있는 게 도와주는 거야."   "허 참, 자식들이 무슨 일일까..."   "아빠한테 말 못할 딸들의 비밀?"   "그 전에는 안 그랬는데."   "그 때는 어려서들 그랬겠지. 인젠 아빠하고 말이 통하는 나이들이 아니지..."가을 단풍 놀이도 그만 두었고, 크리스마스도 선물 교환으로 조용히 지냈고, 낼 모레면 밖은 망년회로 떠들..

pt.2 10-8x098

약혼자가 동침을 자꾸 요구한다고 결별을 한 킴벌리를 보고, 숙희는 감회에 젖었다.약혼자라면 결혼을 약속한 사이의 상대방이고 거의 그 전이나 그 후에는 합의된 성관계를 갖지 않나?물론 다들 그렇지는 않지만.   숙희는 약혼자도 아니었고, 구두로라도 장래를 약속하지도 않았고, 그냥 대학 친구로써 사귀게 되었다가 차차 키쓰까지 발전했던... 그리고 평생 가슴 속에 묻고 살아가야 하는 짓을 저지른 옛 미국인 남자 친구만 생각하면.지금이라도 남편 앞에서 쥐구멍을 찾게 된다. 아니.지금 현재까지도 그녀의 주변에서 계속 이어져오고 있는 어떤 관계들을 남편이나 그의 가족이 알게 되면 그녀가 그 관계라는 것들에서 탈출하고자 선택한 운진과의 결혼이 바닥부터 송두리채 흔들리게 된다.   옛상관인 알트란 사내가 그녀의 손발을..

pt.2 10-7x097

숙희는 킴벌리를 안아주었다.   "I'm proud of you, Kimmie. (나는 네가 자랑스럽다, 키미.)"   "I couldn't keep it like you. (나는 엄마처럼 간직하지 못 했어.)"   "You can keep you from now on. (너는 이제부터 너를 지킬 수 있어.)"킴벌리가 고개를 끄떡였다.   "Are you going to see him if he wants to come back to you? (만일 그가 너에게 돌아오기를 원하면 그를 볼 거니?)"   "..."   "I think he's regretting by now. (지금쯤 그는 후회하고 있을 거야.)"그런데 킴벌리가 손에 쥐고 있는 셀폰에서 딩! 하는 차임벨 톤이 들렸다.킴벌리가 제 셀폰을 들..

pt.2 10-6x096

숙희는 어렴풋이 벨소리를 들었다고 여겼다.그녀는 머리맡의 스탠드를 켜고 알람 시계를 봤다. 새벽 3시를 조금 넘었다.벨톤은 침대 맞은 편 경대 위에 놓은 그녀의 셀폰에서 들려왔다.   '이 시간에 누굴까?' 숙희는 운진이 깰까 봐 조심스럽게 움직였다.숙희는 얇은 실크 잠옷을 여미며 경대로 갔다.그녀의 셀폰은 missed calls 3 하는 글자를 보여주었다.그녀가 버튼을 눌러서 알아본 번호는 키미였다. 순간적으로 숙희의 뇌리를 스치는 불길함.숙희는 침착하게 리턴 콜을 눌렀다.   "맘!" 킴벌리의 울음 섞인 음성이 바로 나왔다.   "키미?"   숙희는 행여 운진이 듣고 깰까봐 부지런히 방을 나갔다. "무슨 일이야, 키미?"그럴수록 상대방의 이름을 친숙히 불러줘야 부드럽다.   "마미!"   "Where..

pt.2 10-5x095

운진 그가 숙희에게 말했다.구역을 다니다 보니 낮은 가격에 잡을 만한 가게가 나와 있더라고. 즉 운영을 잘 못해서 매상을 죽인 가게를 말하는 것이다. 그런 것을 시중가 보다 약간 싸게 잡아서 물건을 늘이고 서비스를 개선하면 매상을 늘일 수 있는 기회의 장소.   "우리가 할 거 아니니까 얼마냐고 묻지 않을래, 자기." 숙희가 딱 잘라 말했다.운진은 속으로 화가 났다. 남의 집, 남의 가게들을 다 팔아서 이 사람 저 사람 나누어 줘서 빈털털이로 만들어 놓고 뭣 좀 하자고 아이디어를 내니 거절이다.운진은 이불을 끌어 당기며 돌아 누웠다.   "왜 그래, 자기... 화 났어?"   숙희가 운진을 잡아 당겼다. "나 좀 봐."   "싫소!"   "아이. 삐친 거야, 자기? 그 전부터 잘 삐치는 줄 알았지만 결혼..

pt.2 10-4x094

남편 운진은 여느 날과 다름 없이 출근했다. 여름 할리데이 시즌이 시작하기 전에 주문을 많이 받아야 한다고 나가면서 아마 늦을 거라고 했다.킴벌리는 지난 밤 늦게까지 컴퓨터에 매달려 있더니 열시가 넘었는데도 여태 잔다.숙희는 남편의 셀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나 뭐 할까, 자기."   "그 동안 못 쉬었는데, 잠이나 실컷 자 둬요. 아무 걱정하지 말고 올라가서 자요."   "나 자기 따라 나가볼 걸. 아니, 아니다..." 남편을 의심하지 말자!그래서 숙희는 이층 침실로 가서 누웠다. 그리고 정말 잠이 들었다.   이십 여년을 주말과 휴가만 빼고 직장 생활을 주욱 해 오던 숙희 그녀가 집에 남아서 낮잠을 잤다.그녀가 깨어난 때는 킴벌리가 방에 와서였다.   "Mom, are you okay? (엄마, ..

pt.2 10-3x093

킴벌리가 이튿날 오후에 귀가했다.숙희는 아주 오랫만에 콧노래를 부르며 부엌에 있다가 작은딸을 맞았다. "술 많이 했니?"   "A little. (조금요.)"   "더 쉴래?"   "Yes."   킴벌리가 대답은 하고,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더니 갑자기 계모를 끌어 안았다. "I'm a weak bitch. I couldn't keep me like you. (나는 약한 년이예요. 나는 엄마처럼 간직하지 못했어요.)"숙희는 무슨 말인지 알아듣고는 킴벌리의 등을 토닥여 주었다. 숙희 그녀는 지난 밤의 두 차례의 사랑 행위가 기억에 생생해서 입을 벌리면 이상한 신음이 나갈 것 같은 두려움에 젖어있다.   "If you love him and you liked it, that's good. (만일 네가 그를 ..

pt.2 10-2x092

"숙희씨는... 늘 무엇을 갈구하는 사람처럼... 좋게 보면, 바람직한... 것 같아도. 내가 곁에서 보기에는, 늘 뭔가가 모자라고... 솔직히 표현하라면, 굉장히 불안... 해 하는 것 같소."   "내가 불안해 한다구?"   숙희는 속을 들킨 것 같아 조금 뜨끔했다. "난... 안 그런... 데?"   "어떻게 보면, 뭔가가 들킬까 봐 굉장히 조심하는 사람처럼."   "으응, 안 그래애."   숙희는 남편이 말의 마술사인가 하는 조바심이 일기 시작했다. "왜... 뭘 보구 그런 말을 하는 건데?"   "처음에 여기서 근무하다가, 캘리포니아로 갔잖소."   "그랬지."   "그랬다가 다시 이리로 왔고."   "그랬지. 자기랑 결혼하려고."   "그... 그것도 그래."   "그래서어. 계속 말 해봐."..

pt.2 10-1x091 벌어지는 틈

벌어지는 틈   킴벌리의 약혼식이 양가 부모와 가족만 참석한 가운데 치뤄졌다.킴벌리는 약혼을 축하해 준다는 친구네 집 파티에 간다고, 어쩌면 술을 할 테니 자고 온다 하고 떠났다.덩치만 덩그라니 조용한 집에 돌아온 숙희와 운진은 마치 다툰 사람들처럼 제각기의 옷장 앞에 서서 옷을 갈아 입었다.운진은 곧장 샤워하러 들어갔다.   '혹 오늘 자위를 했다가 숙희씨가 하자고 하면?' 운진은 샤워만 했다.그런데 숙희가 보통 때 같으면 자러 올라왔을 때인데 아직 리빙룸에서 텔레비젼을 보고 있다. 무슨 일이 있나...그러나 그는 그녀를 부르기 싫었다.그녀는 케이블의 뉴스 채널에 고정시킨 채, 이 날은 와인도 없이 조각처럼 앉아있다.운진은 침대에 누워서 그만 올라오라고 소리 칠까 하다가 일어났다.그가 리빙룸으로 내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