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2 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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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희와 운진은 북유럽 여행을 계속하기로 하고, 챌리와 킴벌리는 귀국했다.스칸디나비아 항공기 안에서 역시 북유럽 여행을 오는 한인 미국교포들과 만났다.16명의 관광객을 여행사 직원 두명이 인솔한다고 했다. 그 일행에는 부부가 단 두 팀 그리고 다른 이들은 남편들은 일하고 여편네들만 섞였다.그들은 거의 이웃 사람들 같았다.운진은 별로 어울리고 싶지 않아서 피곤한 척 자꾸 눈을 감았다.그러다가 숙희의 다음 말에 눈이 번쩍 띄어졌다.   "결혼 25주년 기념 여행예요."   스톸홀름에서 여행객들은 대절 나온 버스에 타고 떠났다.숙희가 탴시를 손짓해서 부르고 여행 계획서에 적인 호텔 이름을 보여주었다.호텔에다 여장을 풀고 나서야 운진이 입을 떼었다. "25주년 기념이요?"   "호호호! 그럼, 신혼이예요,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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챌리로서는 새엄마가 키도 크고 인물도 좋고 해서 부러움만 가득하다.죽은 엄마는 화장하면 예쁘다라고 불리웠지 인물 좋다로 불리운 것 같지는 않다. 불행하게도 챌리의 기억에 남은 엄마의 모습은 마지막 투병 때의 망가진 모습이다.네명이 나란히 걷자니 챌리가 제일 작다.   아빠와 새엄마가 거의 비등하고, 킴벌리는 아빠의 귀에 닿고, 챌리는 킴벌리의 귀에 닿는다. 화가라는 아빠가 약골에다 빈약한 몸체라서 챌리는 괜히 원망스럽다. 게다가 챌리는 엄마의 짧은 사지를 닮았다. 반면 킴벌리는 아빠의 좋은 점만 쏙 빼닮았다. 킴벌리는 아빠의 굵은 눈썹도 가졌다.그리고 킴벌리는 아빠의 뼈를 닮아서 장난치면서 건드리면 챌리는 아파서 죽는다...   그래도 챌리는 아빠나 새엄마가 줄곧 물어봐 주니 기분은 좋다.챌리가 프린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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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들을 다 먹고 나서 움직이려는데, 챌리가 그 날의 계획서를 펼쳤다.가 볼 만한 곳들과 샤핑 센터를 뽑고 그 외 지도에다가 색색으로 표시한 그 날의 코스.눈을 양 가장자리로 밀어놓은 산길.흰 말이 끄는 마차가 약간의 비탈길을 천천히 내려간다.저 멀리 내려다 보이는 광경은 아침해에 촉촉히 젖은 마을 풍경이다.멀리 봐서 그렇지 그 보이는 크기로 보아 이 산장은 굉장히 높은 모양이다.딸 둘은 앞자리에 앉고, 뒤에 앉은 숙희와 운진은 서로 보라고 사방을 가리켰다.   마차가 멎은 곳은 그래도 번화해 보이는 산마을이었다.숙희의 제안으로 그들은 환전상을 찾았다.스위스 화폐 프랑은 미국 달라보다 비쌌다.그래서 환전상에서 미화를 한가득 건네주고 바꾼 스위스 돈은 얄팍했다.스위스라는 나라는 아마 자국인보다 외국 관광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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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희는 집에 있을 때는 커피를 거의 안 했다. 그녀는 주로 나가서 사 마셨다. 회사 구내 식당에서. 혹은 샤핑 몰 같은 곳의 체인점에서.설이가 같이 있을 때까지는 어쩌다 주말에 얻어 마신 것이 다였다.이제 신혼여행을 와서 남편된 이가 타 준 커피를 기울이며... 숙희는 그가 자꾸 귀여워진다. 마치 없던 남동생이 새로 생긴 것처럼.그래서 그녀는 그런 일종의 무례한 생각을 지우려고 자꾸 눈웃음을 쳤다.그녀가 팬티 브래지어 바람 위에 걸친 털코트가 어깨부터 미끄러지려 했다. 다른 때 같았으면 가렸을 그녀인데 첫날밤을 치뤘다고 남편의 눈 앞에서 그냥 내버려두었다.운진의 시선이 숙희의 건장한 어깨가 노출되는 것을 보고는 그가 조심스레 손을 뻗어서 털코트를 올려 주었다. "잠깐, 실례..."숙희는 그의 동작을 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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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진은 팬티 바람으로 짐승 털을 들추고 들어갔다,숙희는 미리 알몸으로 있었다. 그녀가 긴 팔을 뻗어서 운진을 안았다. "남자 앞에서 내 손으로 옷 벗어본 적이 없어서, 운진씨일 망정, 아니, 이제는 남편이지만 내 옷을 벗기도록 못 견딜 것 같아요. 부끄러워서가 아니라, 간지러울 것 같아요. 호호."   "아, 녜."   "나는 따라갈 테니까 운진씨가 잘 리드해 줘요?"   "아, 녜."운진은 손을 차차 움직여서 숙희의 얼굴을 만졌다.그녀가 눈에 미소를 한가득 담고 그를 그윽히 건네다 본다.   "우린 어쩌면 22년 전에 이런 밤을 가질 수 있었을 텐데, 그쵸."   "포토맼 강변 모텔에서 말인가요?"   "네."    그녀가 고개를 끄떡거렸다. "그 때 운진씨가 피했죠."   "오션 씨티 호텔에서는 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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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국은 초여름으로 접어드는데, 알프스 산의 한 벙커에서는 벽난로의 장작이 불꽃을 튄다.숙희가 딸들과 인터넷에 들어가서 여기저기 뽑아낸 여행의 시발점의 한 부분.영화에서나 보았을까, 운진은 어색해서 어디 앉아야 할지 모르는데, 숙희와 딸 둘은 불 앞에 앉아 담소를 하고 있다. 이방인이란 단어가 운진의 뇌리를 스쳤다.    젠타일(Gentile). 유대인들이 저들을 뺀 다른 모든 족속들을 부르는 칭호. 비단 숙희와 같은 부류처럼 행동하는 딸들에게서도 이방인 느낌을 받는 것 뿐만 아니라 분위기에서도 이방인 같은 버림을 받고 있다.    죽은 아내 영란은 무드를 모르는 여인이었다.몸 노출도 서슴없이 했고, 거침없이 ㅇㅇ로 감행하고, 남편의 얼굴을 ㅇㅇ 앉기도 했다. 물론 그러한 행위를 뭇남자들과도 했겠지만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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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튿날 숙희와 운진은 영국을 곧바로 떠나서 스위스로 날아갔다.거기서 그들은 딸 둘과 합류했다.킴벌리는 이른 방학으로 시간을 냈고, 챌리는 회사에서 출장을 보내서 온 것이다.거기서 킴벌리가 아빠한테 보다는 새로 생긴 엄마에게 달려갔다.   마미! 하고, 두 팔을 활짝 벌리며...챌리는 숙희에게 공손히 인사했다. "안녕하셨어요?"   "너어, 여전히 맘에 안 든다?" 숙희가 챌리를 흘겨봤다.   "네? 왜... 요?"   "킴벌리는 나를 마미 하면서 안았는데, 넌 인사만 하네?"   "아. 내가 지금 몇살인데..."   "어주. 너 몇살인데?"   "저 몇살인지 모르세요?"   "트원티 포. 트원티 쓰리?"   "그니까요."숙희가 여전히 맘에 안 든다고 고개를 저었다.킴벌리가 새 엄마의 팔을 꽉 잡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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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톤 디 씨 네쇼널 공항을 이륙한 브리티시 에어라인 점보기가 오를 만큼 오르고 평행을 이루자 시트 벨트를 빼도 좋다는 불이 들어왔다.숙희가 의자에서 일어나려 했다. "저, 잠깐만요?"   "아, 녜!"운진은 무릎을 비키려고 얼른 움직였다. 행여 숙희가 후미에 있는 화장실을 가려나 해서 제 딴에는 괜찮나 미리 돌아보려다가 그의 볼이 그녀의 엉덩이를 건드렸다.놀란 쪽이 오히려 운진이었다.그녀의 물컹한 엉덩이 감촉보다 실례했다는 당황이 더 컸다.숙희가 가고 난 후 운진은 볼을 만졌다. 남자도 힘들다는 힘든 운동을 한 몸치고는 의외로 부드러운 살이다. 비록 이십대 처녀같은 몸매는 아니지만 여태 혼자 살아왔으니 아이들도 낳고 연륜이 흐른 동년의 소위 아줌마 같은 몸매도 아니었다.   '내가 이러다가 어디 가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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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색 드레스를 입은 챌리와 군청색 줄무늬 턱시도를 입고 온 그의 남친은 손을 잡고 사람들 사이로 걸어 다녔다. 붉은색 드레스를 입은 킴벌리는 어느 재벌 집의 같은 나이 또래 남학생과 눈이 맞아 나란히 걸었다. 사람들이 자매에게 넓은 자리를 양보해 주었다. 한쪽에 자매가 한줄로 서고 맞은 편에 남자둘이 나란히 서서 인사를 하고는 경쾌한 폴카 음악에 맞춰 좌로 우로 돌아가며 손뼉을 치며 춤을 추기 시작했다. 운진은 딸들이 언제부터 그런 춤을 출 줄 아는 지 의아했다.그 날 자매의 행복한 웃음소리가 넓은 대지를 메아리쳤다. 그 날 자매는 엄마를 잃은 딸들 답지 않게 몹시 행복해 했다.    숙희는 남자 참석객들과 거의 돌아가며 짝이 되어 춤을 추었다. 그녀의 백옥 같이 흰 드레스와 그녀의 흰 피부가 보는 이들..

pt.2 8-1x071 결혼식과 이방인

결혼식과 이방인   숙희가 신혼여행지를 놓고 운진과 옥신각신했다.운진은 가까운 데로 하는 게 어떻겠냐고 겸손했고, 숙희가 해외로 나가보자고 우겼다.   "운진씨보고 돈 대라고 안 해요."   "오, 돈 따로 하나 보죠?"   "예에?"   "아니, 내 돈은 숙희씨 맘대로 다 나눠 줘버리고. 그래서 간소하게 하자 하니까 숙희씨 돈으로 해외 가자 하니까..."   "계속 하세요."   "아뇨, 뭐... 좀, 그러네요. 난 어떻게 한푼도 안 남게... 싹 나누어 주고."   "내가 그렇게 한 이유를 정말 몰라서 그러세요?"   "녜. 모르겠는데요?"그런데 잠자코 쳐다만 보고 있던 챌리가 답답했던지 제 아빠보고 가만 있으라는 손짓을 보내왔다.    "아빠. 그만 해."킴벌리가 챌리의 귀에다 뭐라고 했다.챌리도 ..